[강승훈의 기사 맛보기] SOC 투자 줄이면서, 일자리는 늘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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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훈 기자
입력 2018-04-18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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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단계적 SOC 예산 감축 기조에 건설업계 우려

[건설부동산부 강승훈 기자]

"정작 SOC 분야의 투자는 단계적으로 줄이면서 업계 전반에 일자리를 늘리라고 주문합니다. 이게 정상적인가요, 아니면 그렇지 않은가요. 더욱 문제인 건 우리나라 곳곳의 낡은 인프라들입니다. 지금부터 차근히 대응하지 않으면 늦습니다. 그땐 후회해 봐야 변하는 것은 없습니다."

요즘 건설업계가 정부의 SOC 예산 감축 기조를 둘러싸고 고민이 깊다. 정부가 최근 내년도의 '예산안 편성 지침'을 확정하며, SOC 규모도 윤곽을 드러낸 것이다. 당장 올해에 전년보다 14.2% 줄어든 19조원이 편성됐는데, 여기서 또 15% 안팎을 덜어낼 것으로 보인다. 현장의 목소리에는 아예 귀를 닫고 있는 듯싶다.

이런 불길한 징후는 비단 2019년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2021년까지 계속될 전망이라 우려가 더욱 크다. 그러면서 정부는 건설사들을 향해 '경제성장 목표 달성'과 관련해 특히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라고 한다. 다시 말해 나랏일에는 관심을 끄고, 주어진 소임이나 다하란 주장이다.

정부가 건설업계의 바람과 거꾸로 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자리의 양적 또는 질적 확대가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은 "어렵다"라고 잘라 말한다. SOC에 들어가는 비용 1조원이 줄어들 때 연평균 약 2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제 2017년과 2018년 사이 SOC 투자 14.2% 감소로 1만여 명의 밥줄이 끊겼다. 이는 단순 노무자나 기능인력 등 일용직이 전체 70% 가량을 차지하는 건설업 특성에 따른다. 이 공식을 2019년에도 대입시키면 관련 종사자 5000여 명이 하루 아침에 끼니를 걱정해야 할 상황에 처해진다.

미국의 경제자문회의(White House Council of Economic Advisers)가 펴낸 보고서(2016)를 보면, 인프라 투자는 경제전반에 걸친 생산성 증대를 가져오는데 가장 효과적이며 1.54의 승수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은행도 정부 SOC 예산 위축 때 건설부문을 포함해 국내 전 산업에서 2.2배의 생산액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이상호 원장은 향후 5년간 경제성장률을 3%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현재 SOC 예산보다 추가 투입해야 할 금액이 47조2000억원이라고 분석했다. 한해 평균으로 따졌을 때는 10조원에 이른다. 그렇지만 정부는 되레 대폭적으로 줄이겠다고 하니, 그야말로 답답할 노릇이다. 업계 입장에서는 여러 객관적인 수치를 들며 타당성을 주장해보지만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어쨌든 칼자루를 정부가 쥐었지만 SOC 예산 감축 기조는 충분히 재고돼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일자리 이외 각종 인프라의 현황을 보더라도 그렇다. 예컨대 서울시내 도로함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하수관로 절반이 사용연수 30년을 넘겼다. 이 수치는 10년이 더 흐르면 70% 이상으로 더 커진다. 또 철도시설 가운데 교량, 터널, 옹벽 등도 노후화가 심각하다.

눈앞에 닥치지도 않았는데 굳이 막대한 혈세를 들여 인프라시설을 정비할 필요성이 있을까. 언제, 어디에서 안전사고가 일어날지 예측하기 힘든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한 행정가 겸 정치인은 평소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고 즐겨 말한다. 지금 정부와 건설업계가 SOC 예산을 놓고 벌이는 모양에 비유코자 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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