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하균 "'바람바람바람' 봉수役, 중요한 건 '귀여움'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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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8-04-04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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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바람바람' 봉수 역의 배우 신하균[사진=NEW 제공]

‘청년’이라 부르기도 멋쩍은 나이. 올해 마흔네 살, ‘불혹’의 나이를 넘어선 배우 신하균은 놀랍게도 여전히 ‘소년’ 같은 천진함과, ‘청년’ 같은 풋풋함을 안고 있다. 영화 ‘바람바람바람’(감독 이병헌) 속, 평생 아내밖에 모르던 봉수가 갑작스레 불어온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밉지 않고 귀엽게 느껴지는 것은 신하균이 가진 천진하고 풋풋한 매력 덕이다. 캐릭터의 모난 부분들을 상쇄시키는 배우 본연의 매력이 스크린 안팎으로 터졌다.

오는 5일 개봉될 ‘바람바람바람’은 20년 경력을 자랑하는 바람의 전설 석근(이성민 분)이 여동생 미영(송지효 분)의 남편 봉수(신하균 분)를 바람의 세계로 인도하고, 그들 앞에 치명적 매력의 소유자 제니(이엘 분)가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사실, 저는 공감하기 힘든 이야기죠. 경험해보지 못한, 안 가본 곳의 이야기니까요. 저는 미혼이라서 봉수가 처한 상황과 심리를 상상하며 접근했어요. 코미디라는 장르에 더 중점을 뒀고, 이병헌 감독님의 감각과 센스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죠.”

영화 개봉을 앞두고 아주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가진 신하균은 어쩌다 보니 ‘바람’의 신동이 된 봉수 역을 맡았다. 석근의 매제인 봉수는 아내 미영과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운영하며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집 안팎으로 무능력한 봉수는 석근의 소개로 제니를 만나게 되고, 제니의 적극적 애정 공세로 뒤늦게 바람의 세계로 입문한다. 하지만 미영과 제니가 서로 알게 되며 봉수는 태풍보다 더 위험한 바람을 만나게 된다.

영화 '바람바람바람' 봉수 역의 배우 신하균[사진=NEW 제공]


“봉수는 ‘바람의 전설’ 석근보다 더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은 캐릭터에요. 다행히 (봉수가) 능수능란한 캐릭터가 아니라 아슬아슬하고 서툴고 철없는 남자라 코미디적으로 존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철없는 어른의 모습을 강조, 거기에 귀염성을 보여주면 (관객들이) 부담 없이 받아들일 거로 생각했죠.”

신하균의 말처럼 ‘바람바람바람’은 불륜이라는 소재를 다뤄 적잖은 우려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신하균은 “우리 영화는 불륜을 미화하거나 옹호하지 않는다”며, 소재 면에 대해 우려를 잠재우려 했다.

“소재는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우리 영화가 불륜을 미화하거나 옹호하지 않으니까요. 영화를 하는 입장에서는 다 열어두고 가능성을 두고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건 만드는 사람들의 입장이고 그것보다는 ‘이 영화를 코미디라는 장르로 어떻게 재밌게 느껴지게 할까?’가 중요했죠. 사실 우리 영화가 모든 사람을 충족시키는 영화는 아니잖아요.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관객) 층이 따로 있다고 봐요. 오랜만에 극장에 오셔서 웃으면서 생각해볼 수 있다고 봐요.”

앞서 이병헌 감독의 전작 ‘스물’, 웹드라마 ‘긍정이 체질’ 등을 보았다는 신하균은 “코미디 적 코드가 잘 맞는다”며 감독과 차진 호흡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감독님의 호흡이 일반적이지는 않아요. 독특한 스타일이 있죠. 특이한 게 대사를 일반적으로 치면 재미가 없어요. 템포와 리듬감을 가지고 있고 감독님도 그 점을 많이 요구했죠. 첫날 테이크를 가면서 ‘아,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깨닫게 됐어요. 적응하려고 노력했죠. 감독님의 전작인 ‘스물’이나 ‘긍정이 체질’을 보았지만 ‘바람바람바람’이 비슷하게 갈 거로 생각지는 않았어요. 연기할 때도 전작을 떠올리지 않았고요. 다만 무대 공연할 때 이런 식의 대사 톤, 호흡의 연기를 해봐서 연기에 어려움은 없었어요.”

영화 '바람바람바람' 봉수 역의 배우 신하균[사진=NEW 제공]


그렇다면 이병헌 감독이 신하균에게 요구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생각보다 봉수가 더 풍성하게 표현된 것 같다”는 신하균은 이 감독이 제시하고, 첨가한 것들을 곰곰이 떠올렸다.

“이 감독이 본인의 리듬감을 많이 얘기해줬어요. 테크닉에 대해서요. 호흡을 당겨 말라든지, 밀어달라든지 하는 것들이었죠. 또 만화적인 표현들을 자주 보여줬어요. 공통적이었던 건 봉수가 밉상으로 보이지 않게 귀여운 모습들을 담아달라는 것이었어요. 저도 그렇게 (캐릭터를) 해석했고요.”

자신이 봐도 귀엽게 느껴지는 봉수의 면면들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멋쩍게 웃으며 “제 입으로 말할 수 있느냐”고 한다. 몇 차례 꼬리를 잡고 늘어지니 신하균은 고민 끝에 “표정”이라고 답했다.

“표정들이나 그런 느낌들이 있었어요. 새초롬한 모습들 같은 것들이요.”

영화 ‘바람바람바람’은 체코영화 ‘희망에 빠진 남자들’(감독 이리 베데렉)을 원작으로 한 작품. 신하균은 촬영 전 원작을 보았다고 밝혔다.

“시나리오를 받고 나중에 원작 영화를 봤어요. 결 자체가 다른 느낌이더라고요.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도 있었고요. 또 연기도 리얼하고 감정에 대한 설명도 부족했어요. 그래도 우리 영화는 다른 지점을 건드리고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각색이 된 것 같아요.”

제주도와 부산에서 로케이션하며 ‘바람바람바람’ 배우들은 가족처럼 가까워졌다고. 신하균은 “이성민 선배님과는 네 번째 호흡인데 이제야 친해졌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렇게 가족처럼 친해질 줄 몰랐어요. 성민 선배님은 서로 낯을 많이 가려서 친해지기까지 오래 걸렸어요. 많이 만나는 신이 없기도 했었고요. 이번에는 가족으로 나오는 데다가 오랫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서 가까워진 것 같아요.”

영화 '바람바람바람' 봉수 역의 배우 신하균[사진=NEW 제공]


배우들에 대한 칭찬에 푹 빠진 신하균에게 “각 배우의 매력을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성민 선배님은 안정감을 주는 리더 같아요. 동생들을 먼저 생각해주고요. 그런 점이 현장에서 너무 좋았어요. 연기도 마찬가지죠. 중심을 잡아주고 어떻게 하든 받아주셔서 좋았어요. 지효 씨는 정말 털털해요. 주변 사람들을 다 챙기죠. 저는 먼저 다가와주지 않으면 먼저 다가가지 못하거든요. 지효 씨 덕에 부부관계가 잘 표현된 것 같아요. 이엘 씨는 도시적 외모에 차가워 보일 수 있는 첫인상인데 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굉장히 똑똑하고 동물도 좋아하고요. 제니 캐릭터가 나름 어려운 캐릭터였는데 본인에게 잘 맞춰서 소화한 것 같아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신하균에게 ‘바람바람바람’의 메시지에 관해 질문했다. 큰 우려와 기대, 걱정에 대한 주연 배우의 변을 듣고 싶었다.

“우리 영화는 코미디 장르라는 게 가장 중요해요. 우리가 모두를 공감시키고, 만족시킬 거로 생각하지 않거든요. 영화를 선택하기 힘들었던 중년의 관객들이 극장에서 선택,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기혼자들은 특히 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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