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리어플랫’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난 육군 내부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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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규 기자
입력 2018-04-02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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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우 육군참모총장 주도 개혁에 일부 지휘관 엇박자

  • 군 관계자 “현재 육군 개혁·중도·보수파로 나뉘어 있어”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이 지난달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워리어플랫폼 발전 세미나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방개혁 2.0’의 세부 내용이 속속 발표되면서 최근 육군 내부에서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개혁파와 보수파로 나뉘어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는 것. 분란의 씨앗은 엉뚱하게도 장병들의 장비를 개선하자는 '워리어 플랫폼'이었다.

1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주도하고 김용우 육군참모총장 이하 육군본부 관계자들이 발로 뛰며 야심차게 추진 중인 '워리어 플랫폼'을 두고 일부 지휘관이 엇박자를 보이면서 잡음을 내고 있다.

'워리어 플랫폼'은 1970년대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 수준인 육군 병사의 피복, 장구류, 장비를 5년 안에 교체해 전투력을 끌어올리려는 사업이다.

육군에서 그나마 특전사나 최전방 일부 부대의 장비를 개선했으나 이 역시도 여전히 20여년 전 미군 보병 수준에 머물러 있다.

김 육군참모총장은 워리어 플랫폼 관련 전시회와 토론회 등에서 "육군의 가장 소중한 자산은 사람"이라며 "워리어 플랫폼은 전투력 향상은 물론, 우리의 아들 그리고 딸들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지난달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대 게임체인저 워리어플랫폼' 군 전투피복 착용체계 정립 및 첨단기술 적용방안 세미나에서 장병들이 첨단기술이 적용된 전투피복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일부 지휘관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런 개혁의 움직임에 반발하거나, 국방부 장관과 참모총장 임기가 끝나면 좌초할 것으로 관측하며 어영부영 시간만 보내고 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일례로 모 지휘관은 "현재 보급되는 장비도 훌륭하다. 지금도 좋은데 뭐하러 바꾸냐"면서 "무거운 장비를 덕지덕지 붙이고 전쟁에서 어떻게 싸우나"라며 워리어 플랫폼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워리어 플랫폼이 사실상 국방개혁의 핵심이라며 일부 지휘관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국방개혁 성공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이런 현상은 군 내부에 만연한 배타적 파벌주의와 군 수뇌부의 고질적 병폐인 보신주의의 영향이 크다"며 "우리 군 대다수를 육군 병력이 차지하는 만큼 워리어 플랫폼은 국방개혁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사무국장은 "그런데도 육군의 일부 고위 장교는 워리어 플랫폼에 따라 제도와 교리 등 다양한 제반여건을 변경하는 것을 '귀찮은 일' 정도로 생각한다”면서 “현대전 수행에 대한 이해 없이 정신 무장을 강조하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은 2월 20일 육군본부 대회의실에서 '워리어 플랫폼' 전시회를 관람하고 개선방안을 토의했다. 사진=육군]


그동안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 지휘관이 바뀔 때마다 개혁 추진과 무산이 반복되면서 군 내부에 냉소주의가 팽배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진만 아세아항공보안연구소 교수는 "군 개혁이라는 의제는 지난 정권들에서도 수없이 거론됐다"며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을 추진한다고 해도 다음 지휘관이 오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일선 지휘부의 움직임이 미온적이거나 냉소적인 반응은 그동안의 경험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육군이 워리어 플랫폼이 실현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군 내부 불만의 목소리를 쉬쉬하며 덮거나 어설프게 봉합하려 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육군 관계자는 이와 관련 "분명 일선 지휘관 별로 조금씩 온도 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일선 부대를 돌며 워리어 플랫폼을 설명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지휘관도 제대로 알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군 내부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이를 조율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면서 "자칫 이런 모습이 송 장관이나 김 참모총장의 지도력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외부에 비칠까 조심스럽다. 조금 더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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