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영상톡]"미술계 금기 깬 캔버스 구멍"..김서연 작가 '부정의 이미, 부정적 아직'전..수애뇨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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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성 기자
입력 2018-03-2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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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화 설치 등 총 10개 작품.."캔버스를 부정한다는 의미"

[김서연 작가가 이번 전시회의 대표작인 'Stone#2' 앞에 서 있다. /사진=수애뇨339 제공]

캔버스에 구멍을 뚫는 파격적인 작품, 잘라낸 캔버스 조각을 바닥에 널브러뜨리고 하나의 작품으로 봐 달라고 한다. 야외 전시장에는 파라핀(양초 재료)으로 만든 달과 산이 있다.
수애뇨339에서 본 김서연 작가의 작품에는 기존의 틀을 깬 '파격'이 있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수애뇨339에서 4월 22일까지 김서연 작가의 '부정의 이미, 부정적 아직(Denial before, indeterminate still)' 전이 열린다.
 
3월 27일 찾은 2층 전시장에는 실내 8개, 야외 2개 등 총 10개의 작품이 전시됐다.
 
작품은 전시장 안, 복도, 테라스 심지어는 계단 중간에도 전시돼, 배치에 있어서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6개의 회화 작품은 전시장 안에 놓았고, 왼편과 오른편 테라스에 각각 1개씩의 설치 미술이 놓였다. 전시장 들어가는 입구에서는 비디오 작품이 돌고 있고, 1층과 2층 사이의 공간에는 작은 사이즈의 회화 작품이 걸려있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인 '부정의 이미, 부정적 아직'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검은색 재킷을 입고 나온 김서연 작가는 이에 대해 '미술계 금기'라는 단어를 꺼낸다.
 
"캔버스에 페인팅한 다음에 캔버스에 칼을 사용해서 오려내는 작업이다. 캔버스를 잘라낸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미술계에서 금기시하는 것이고 부정이라는 것이 내가 왜 칼로 오려내느냐 하는 생각들이 함축되는 단어다"
 
이어 "캔버스를 부정한다는 의미도 솔직히 있고, 두 번째 의미는 부정이 네거티브가 아니라 여기가 아닌 저기, 뭔가 다른 곳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은 파격적이면서도 포괄적이다. 캔버스를 잘라내어 그 공간으로 뼈대를 이루는 내면을 드러내고, 심지어는 잘라낸 조각까지 작품 일부가 된다. 이것이 전시회의 주제와도 맞닿아 있다.
 
김서연 작가는 "사실 잘라내는 부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떨어내는 작업과정에서 남겨진 부분을 전시한다. 이게 '이미'이고 '아직'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에 부정은 지나간 것에 대한 부정, 이미를 딛고 정해지지 않은 아직으로 간다는 뜻" 이라며 "뒤에 부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뜻의 부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 작품은 아래와 같이 총 10개다.
1.Cut pieces-black lace#2
2.Cut pieces-black lace#3
3.Stone#1
4.Stone#2
5.Cut pieces-gray
6.Cut pieces-black lace#4
7.Full moon
8. white hill
9. Well-Waiting
10.Stone#3
 
이 중 6번 작품까지는 전시실에 있고, 7번과 8번은 테라스, 9번과 10번은 복도에 위치한다.
 
전시실에 입장하면 정면에 이번 전시회의 대표작인 3,4번 작품과 마주친다.
 
'Stone'으로 명명한 이 작품들은 '아그네스 마틴'(1912~2004·캐나다 태생의 미국 화가)에 대한 오마주에 가깝다.
 
김 작가는 "그 전에는 구상적인 것을 파냈었는데 이 작품인 경우는 형태가 없어지고 돌을 쪼듯이 단순화시킨 것이다" 며 "뒤에 존재 한 뼈 같은 틀이 적나라하지 않게 드러난다"고 최근에 달라진 작품 성향을 전했다.
 
이어 "아그네스 마틴을 좋아한다. 그의 작품 중에 스톤이란 작품이 있는데 제 작업이 어떻게 보면 유사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스톤이라는 제목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안에 전시된 6개의 작품에서 그녀의 작품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초기 작품인 'Cut pieces-black'은 잘라낸 캔버스 면이 일정한 무늬를 이루고 있다. 이 무늬는 장례식에서 얼굴을 가리는 베일(veil)의 무늬와 비슷하다.
과도기적인 'Cut pieces-gray' 작품을 거쳐 최근에는 'Stone'에 이르렀다. 즉 구상에서 추상으로 향하는 선배들의 길을 묵묵히 밟아가고 있다.
 
이 중 과도기적인 작품을 아낀다는 김 작가는 "단순히 파내는 것만 가지고 작품이 될 수 있을까? 실험했던 작품" 이라며 "묵묵하게 작은 조각들로 캔버스 전체를 뚫어냈다. 이 작품을 하면서 더 힘을 받았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녀의 작품 세계는 회화에 그치지 않고 설치 미술로도 향한다. 특히 파라핀을 이용한 작업은 꾸준히 해 오고 있다.
 
"파라핀 블록을 한 1000개 정도 만들어서 페인팅 작업과 함께 설치 작업도 했다. 크기와 모양이 다른 파라핀 블록으로 벽도 만들고 우물도 만들었다"
 
실제로 복도에서 비디오로 보여주는 9번 작품은 파라핀으로 만든 우물을 보여주고 있고, 테라스 전시장에는 파라핀으로 만든 달과 산도 있다.
 
김 작가는 "야외전시는 공간이 주는 상상력이 중요한데 뒤에 보이는 산 때문에 언덕처럼 하얀언덕을 만들고 싶었다" 며 "등산하다 보면 돌을 세워서 소원을 비는 것일 수도 있고 하나의 묘 같은 두개의 의미가 같이 공존하는 그런 작업이다"고 설명했다.
 
이번이 4번째 개인전인 김서연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세텍아트스페이스, 갤러리 도스, 스페이스 선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가나인사아트센터, 이화아트센터, 국립청주박물관, 쉐마미술관 등의 주요 기획전에 참여했다. 최근에는 YOO ARTFESTA의 젊은 작가 공모에 당선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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