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제약사, 여자가 일하기 좋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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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기자
입력 2018-03-0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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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얀센·노바티스 등 취약점 드러나

  • 예방교육 실효성 점검 필요 제기돼

[연합뉴스]


최근 ‘미투(Me Too, 나도당했다)’ 운동 확산과 함께 외국계 제약사도 여성 인권보호가 취약한 성추행의 온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이라는 대외적 이미지와 맞부딪히는 이면이 비춰지면서 여파가 적잖을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해열진통제 ‘타이레놀’ 제조업체로 알려진 한국얀센은 퇴사를 앞둔 여직원이 온갖 성추행 실태를 폭로하면서 미투 논란에 휩싸였다.

7년 넘게 한국얀센 영업부에서 근무한 이 여직원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메일을 보내 그간 회사생활에서 겪어야했던 온갖 성적 수모를 구체적으로 털어놨다. 이에 따르면 음주 중 엉덩이를 만지는 등의 스킨십, 남자 직원 간에 여자 직원에 대한 점수를 매기는 행위, 모바일 메신저 상에서 음란사진 공유 등 올바르지 못한 성문화가 사내에 만연해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 ‘고객’인 의사로부터도 같이 해외학회에 가자는 제안을 받는다거나 저녁 미팅 중에 만지고 끌어안으려고 하는 등 업무 과정에 여성으로서 성적 곤혹을 치러야만 했다.

이는 외국계 제약사가 그간 여성이 승진 과정에서 겪게 되는 이른바 ‘유리천장’이 비교적 낮고, 여성 인권이 보장돼있는 사내 문화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 것과 사뭇 다르다. 외국계 제약사는 탄력근무제와 배우자 출산휴가 등 유독 여성들이 선호하는 직장이다. 

외국계 제약사 내 성추행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오츠카제약에서는 지난해 말 해외 워크숍에서 영업팀장이 여성 직원을 성추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또 지난해 한국화이자제약에서도 관리자급 남자 직원이 회식 자리에서 여자 직원에게 과도하게 신체 접촉을 하는 등 수년간 여직원 들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났고, 한국노바티스에서도 성추행 사건이 불거졌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외국계 제약사 내에서 이뤄지는 성추행·폭행 근절·예방을 위한 교육에 대한 실효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얀센 관계자는 “제보된 일은 사내에서 용납되지 않는 중요한 문제로, 현재 조사에 착수한 상태”라며 “사실 여부가 확인되면 회사 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국계 제약사에서 불거진 성추문으로 인해 국내 제약사까지 미투 운동에 휘말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제약업계는 지금까지도 남성 임원이 비교적 많고 국내 특유의 보수적 문화가 자리 잡은 대표적인 산업으로 여겨지고 있는 만큼, 성적 문제가 그간 가려져왔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여직원이 업무성과가 뛰어나면 여성으로서 영업한 것 아니냐는 구설수를 들어야 하는 경우도 더러 있어 왔다”면서 “미투 운동이 업계에 번지는 것과 무관하게 직장 내 조직문화를 되짚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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