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신동빈, 日 대표 사임…‘원리더 체제’ 약화냐, 경영권 방어 ‘신의 한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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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18-02-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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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사회서 해임 아닌 사임 의결…‘이사 부회장’ 공식직함 유지

  • 원리더 체제 다소 약화에도 신동주 전 부회장 공격 ‘선제적 방어’ 포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이 21일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직에서 사임했다. 그러나 2015년부터 경영권 다툼을 벌여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왼쪽)은 광윤사 대표이사 명의의 성명서를 통해 이사직마저도 내려놔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아주경제 그래픽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직 사임이 롯데의 경영권 향배에 어떤 변수가 될 지 주목된다.

재계 일각에서는 사실상 한일 롯데의 구심점이던 신 회장의 카리스마와 지배력이 약화될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있는 반면, ‘경영권 분쟁’ 재발 방지를 위한 배수진 측면에서 긍정적 시그널이란 분석도 나온다.

21일 재계와 롯데 측에 따르면,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날 오후 정기이사회를 열고 신 회장의 대표이사직 사임을 의결했다.

당초에는 이사회가 신 회장의 대표직 해임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미 신 회장은 1심 선고 전부터 이사회 측과 현지 투자자 등에 “만약 법정구속되면 ‘절차’를 따라야 하지 않겠냐'는 의사를 피력한 터라, 해임이 아닌 사임으로 이사회는 일단락 됐다. 여기서 절차란 경영진으로서 공식직함을 내려놓는 것으로, 일본 재계는 한국과 달리 사법부의 1심 판결이라 할 지라도 엄중하게 도덕적 잣대로 삼는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임으로 인해, 그동안 한일 롯데를 오가며 ‘원 리더’ 체제를 유지해온 신 회장의 입지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롯데 측도 이날 신 회장의 이사회 사임 직후 “‘원 롯데’를 이끄는 수장의 역할을 해온 신 회장의 사임으로, 지난 50여 년간 지속되며 긍정적인 시너지를 창출해온 한일 양국 롯데의 협력관계는 불가피하게 약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일본 롯데의 지주사이면서 한국 롯데호텔과 롯데물산 등 주요 회사의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해 왔다. 이에 대표직을 맡은 신 회장 또한 틈날 때마다 일본으로 건너가 현지 이사회와 투자자들을 상대로 경영권을 다져왔다.

반면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향후 지속될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공세를 선제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신의 한수’란 분석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앞서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의 구속 직후 롯데홀딩스 대표직 사임과 해임을 요구해왔다”면서 “이는 일본 재계 관례상 수용가능한 것이라, 신 회장의 실제 경영권 확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바라는 대로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에서 물러났는데도 이후 계속 경영권 분쟁을 시도한다면 신 회장도 결국 또다른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신 전 부회장이 광윤사의 최대주주(50%+1주)란 점은 신 회장으로선 여전히 부담스런 대목이다. 광윤사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주사로, 한일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롯데홀딩스는 광윤사(28.1%),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지주회(6%) 등이 주요 주주이며 신 회장의 지분율은 1.4%에 불과하다.

다만 신 회장은 자신에게 우호적인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과 함께 롯데홀딩스의 공동대표를 맡아 온 터라, 대표직에서 물러나더라도 쓰쿠다 사장을 통해 롯데홀딩스 경영에 관여할 수 있다. 신 회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대표직은 사임했지만, ‘이사 부회장’ 공식직함은 유지했다.  

이미 지난해 롯데지주 출범을 통해 그룹 2인자인 황각규 부회장이 비상경영위원회를 꾸려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롯데는 신 회장이 강조한 뉴롯데를 위한 ‘흔들림 없는’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롯데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비록 영어(囹圄)의 몸이나, 지난해 롯데지주 출범을 통해 국민들께 약속한 순환출자 해소 등 지배구조 개선 방침은 멈춤이 없을 것”이라면서 “신 전 부회장의 경영 복귀 또한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한편 신 전 부회장은 이날 오후 광윤사 대표이사 명의의 성명서를 통해 “신동빈 회장이 한국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구속되면서 오늘부로 롯데 홀딩스의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지만 ‘이사 부회장’은 유지한다”며 “대외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이사 지위도 내려놔야한다”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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