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먹튀 외투기업]‘단물 쪽 빨린 쓰린 기억’ 재현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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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입력 2018-02-2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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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실경영‧기술흡수’ 하이디스‧쌍용차 닮은꼴 지적

  • 대량해고로 경제적 충격 볼모…공은 정부에 넘겨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미국 대사관 앞에서 열린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규탄 민중당 정당연설회'에서 당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GM이 군산공장의 문을 닫은 데 이어 ‘한국철수설’까지 불거지면서 외투기업에 대한 ‘먹튀 악몽’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기업을 인수한 외투기업이 기술만 흡수하고 사업을 접으면서 대규모 해고사태를 불러와 경제적 충격을 준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GM이 군산공장을 폐쇄하겠다고 한 시점은 지방선거가 코앞인 오는 5월 말이다. 군산공장에는 2100명이 일을 하고 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도 시작했다. 한국에서 완전히 철수할 수 있다는 설도 나돈다.

GM의 한국 철수는 외투기업 먹튀의 또 다른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거리로 부상했다.

지난 2002년 초박막 액정표시장치(TFT-LCD) 제조업체인 하이디스는 LCD 경험이 없는 중국 BOE로 매각됐다.

BOE는 국내공장과 중국공장 간 특허기술을 공유했지만, 2006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사실상 국내 기술력만 흡수한 채 경영관리가 제대로 안 된 사례로 기억된다.

2008년 대만 이잉크에 매각된 이후에도 하이디스의 고통은 이어졌다. 2014년 800억원에 달하는 흑자를 올렸음에도 경영난을 이유로 공장 문을 닫고, 이듬해 대규모 정리해고가 단행됐다.

하이디스 해고자들이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정리해고 1000일 연대의 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흑자가 대부분 기술 로열티로 올린 수익이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당시 노조지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조의 농성은 3년간 이어졌다.

한국GM의 사례가 과거 쌍용차 사례와 판박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쟁력 악화로 경영난에 빠지고, 공을 정부에 넘긴 모습이 닮아서다.

1999년 워크아웃에 돌입한 쌍용차는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넘어갔다. 2008년 12월 철수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2대 주주인 산업은행과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를 거절당하자, 결국 이듬해 1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미 상하이차는 투자가치가 큰 SUV 기반 기술을 확보한 상태였다. 그러나 생산인력의 37%인 2646명이 구조조정을 당했다.

투쟁 과정에서 해고자와 가족 28명이 목숨을 잃었다. 상하이차는 쌍용차 인수 후 4년간 1조2000억원을 연구개발 등에 투입하겠다던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반면 르노삼성자동차의 선제적인 구조조정은 반대 사례로 꼽힌다. 2011년 2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내면서 위기에 몰려 있던 와중에 임금동결과 희망퇴직, 생산성 향상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흑자기업이 됐다. 2016년 르노삼성은 417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한국GM은 철수 시 먹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우자동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듬해인 2001년 GM에 매각돼 한국GM이 탄생했다. 소형차 등으로 상승세를 타다 사업 재편과 함께 2013년부터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선제적 구조조정 등의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았다. 오히려 2014년과 2015년 임직원에게 평균 1000만원이 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개선하지도 못했다.

또 2016년 연구개발 비용은 6140억원으로, 같은 해 영업손실 규모인 5220억원보다 많이 지출했다. 연구개발에 따른 기술력 등 무형자산을 흡수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기술력만 흡수하고, 경영난을 이유로 철수해 대량해고 사태를 불러온 '먹튀 외투기업' 사례의 재연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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