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김보름 논란' 속 홀로 노선영 위로한 밥 데용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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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 기자
입력 2018-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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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윗사람 공경 문화' 장단점 꿰뚫은 '살아있는 전설'

[사진=연합뉴스]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한국 대표팀의 균열된 팀워크를 보며 많은 국민들이 안타까워 하고 있는 가운데, 좌절에 빠진 노선영을 위로한 밥 데용에게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네덜란드 출신의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였던 밥 데용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한국에서 제 이름을 '밥 데용'이라고 부르더라고요. '밥'이 영어로 '라이스(rice)'라면서요. 제가 밥을 참 좋아해요. 태릉선수촌 식당 메뉴가 너무 맛있어서 살이 찔까 봐 걱정돼요"라고 너스레를 떨 정도로 태릉생활에 만족감을 드러냈던 그다.

밥 데용은 선수시절 동계올림픽 1만m에서 금메달 1개(2006년), 은메달 1개(1998년), 동메달 2개(2010년·2014년)를 목에 걸었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무려 7개(1만m 5개·5,000m 2개)의 금메달을 딴 네덜란드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지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1만m에서는 동메달을 따낸 뒤 은메달리스트인 이반 스콥레프(러시아)와 함께 금메달리스트 이승훈(대한항공)의 무등을 태우면서 한국 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대한빙상경기연맹은 평창올림픽에 나설 태극전사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밥 데용을 장거리 종목 코치를 영입했고, 그는 지난 해 4월 한국에 온 이후 계속 태릉선수촌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선수들과 구슬땀을 흘려왔다.
 

[사진=연합뉴스]


밥 데용은 한국 생활에 대해 "윗사람을 공경하는 문화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사람들 모두 친절하고 도움을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문화가 대표팀에는 조금 단점이 될 수 있다는 조언 역시 빼놓지 않았다.

"선수와 감독 간의 거리가 좀 멀어 보였다. 문화의 차이겠지만 네덜란드에서는 선수들이 코치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서 이야기한다. 한국 선수들도 열린 마음으로 나에게 배우려고 하지만 아직 거리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선수들 얼굴은 물론 성(姓)도 '김', '이', '박' 등 비슷해서 많이 헷갈린다는 밥 데용은 휴대전화에 선수들 전화번호를 모두 등록하고 사진까지 첨부한 뒤 틈나는 대로 선수들의 얼굴 사진을 보면서 이름을 함께 외우려고 노력해왔다.

[사진=연합뉴스]


재밌는 것은 밥 데용의 휴대전화 뒷번호 4자리는 평창 올림픽을 의미하는 '2018'이라는 것이다. 항상 평창 올림픽을 떠올리며 생활하겠다는 의지를 간직해 온 것이다.

태릉선수촌에서 혼자 생활해온 밥 데용은 자전거를 좋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달리거나 남양주시와 의정부시까지 장거리 라이딩에 나선 것은 태릉선수촌에서는 유명한 일화.

밥 데용은 "혼자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서 휴일에는 자전거를 주로 타고 한국의 경치를 즐긴다. 태릉선수촌 근처의 맛집들도 방문한다. 최근에는 닭발도 먹어봤다. 길거리 음식도 즐긴다. 올림픽파크와 비무장지대(DMZ)도 가보고 싶다"라고 말해 한국에 자연스레 스며든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밥 데용 코치는 대한민국에 친근하게 다가와 선진 기술을 전수하고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지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빙상계 내부의 파벌 문제는 그도 어찌 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만약 밥 데용이 없었으면 노선영은 계속 혼자였을 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대표팀에게 필요한 것은 성적보다 밥 데용처럼 동료를 아낄 줄 아는 팀워크가 아닐까.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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