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칼럼] 어떻게 하면 창업을 활성화하고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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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 초빙논설위원
입력 2018-01-3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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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칼럼]
 

[사진=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핀테크지원센터장 ]


우리나라는 지난 10여년간 성장률 둔화, 청년실업 등으로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양극화 속에 경제적 취약계층이 증가하는 등 사회경제적 문제들이 늘어나고 있다. 물론 그동안 정부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열심히 하지 않은 건 아니다. 경제구조 개선, 실업대책, 창업활성화 및 벤처투자생태계 조성 등 나온 정책대안만 쌓아놔도 다 읽을 수 없는 분량일 것이다.

그럼 왜 이렇게 계속 힘없이 추락하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자체가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과정에서 임금 상승, 출산율 저하, 고령화로 구조적 성장률 하락요인이 많은 데다 경쟁자인 중국의 급부상, 여타 아시아 신흥국들의 추격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샌드위치 입장이 돼버렸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한다. 물론 맞는 얘기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구조적 어려움(이를 중진국 함정이라고 하든 뭐라 하든)을 돌파해내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고 목표임은 분명하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이를 위해선 기존 산업과 기업을 더욱 잘되도록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산업과 새로운 벤처기업의 창업을 활성화하고 그 성공확률을 높이는 게 근본답안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기업도, 산업도 자연의 살아있는 생태계와 같아서 새롭고 경쟁력 있는 기업이 계속 창업되어 성장하지 않으면 기업생태계가 노화되고 다른 국가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되나. 역대 정부와 현 정부는 인큐베이팅, 액셀러레이터, 벤처캐피털 등 단계별 투자펀드 마련, 재 창업 등의 패자부활전 등 그야말로 다양한 벤처창업 활성화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창업자 수는 여전히 중국의 100분의1, 150분의1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GDP 경제규모가 중국의 약 10분의1인 걸 감안해도 상대적 창업비율(10분의1~15분의1)이 너무 낮은 셈이다.

이에는 세 가지의 이유가 있고, 이를 해소함으로써 우리나라 벤처창업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첫째, 아무래도 벤처정책에 약점이 여전히 있다. 말만 할 게 아니라 정책집행의 확실한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벤처는 신산업이다. 신산업은 말 그대로 새롭기 때문에 기존 산업과 시장의 규제 틀, 인프라, 시장 관행에서는 성장하기 어렵다. 잠재력이 있다면 클 수 있도록 일정기간 선 허용-후 보완(또는 규제)하는 정책이 절실하다. 특히 현재 4차 산업혁명이라고 스스로 얘기하는 혁명적 변화환경 하에서는 일정범위(또는 규제 샌드박스) 내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거나 아니면 적어도 자율적으로 성장하도록 놔둘 필요가 있다.

둘째, 창업비용을 낮춰주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벤처창업에 있어 창업초기비용은 기업가에겐 핵심 중 핵심이다. 기술력이 아무리 좋고 기업가정신이 충일한 기업가도 사업모델의 초기비용이 많이 필요하거나 창업자금 자체가 부족하다면 창업에 선뜻 나서기 어렵다. 특히 똑똑한 기술자, 젊은이들은 대기업에 얼마든지 갈 수 있는데, 굳이 비용이 많이 들어 소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 위험이 많은 창업에 뛰어들 리 없다. 따라서 창업정책을 펴도 창업 자체가 많지 않게 되거나, 벤처창업 붐업정책을 써도 ‘똑똑한 창업’보다 ‘생계형 창업’ 중심이 많아서 오히려 나중에 이들의 관리비용 때문에 고생하기 십상이다. 최근 벤처생태계에 정통한 분들은 중국의 심천에 가보라고 한다. 특히 심천의 허창페이는 이미 중국만의 하드웨어 메카가 아니라 세계 넘버원의 하드웨어 메카로 도약했다. 우리도 벤처를 건물에 입주만 시킬 게 아니라 더 크게 벤처클러스터처럼 모아서 창업비용을 파격적으로 더욱 낮춰줘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에 더 추가한다면, 제품을 만들기 위한 부품뿐 아니라 기술과 아이디어를 구하는 비용도 대폭 떨어뜨릴 방법을 제공해줘야 한다. 

셋째,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시장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시장을 개척하고 매출을 올리는 건 철저하게 기업 몫이지 정부가 정책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하실 것 같다. 하지만 이는 아날로그시대의 사고이고, 지금처럼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돼서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플랫폼(디지털시장)을 통해 물건을 사고 팔고 또 수출입(직구와 역직구)이 늘어가는 시대에는 정부정책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본다. 중국의 11월 11일 광군제를 보라. 알리바바, 징둥 등 중국의 전자상거래업체들이 불과 하루에만 중국과 전 세계로부터 2016년 29조원, 2017년엔 40조원이란 어마어마한 매출을 올렸다.  중국이 디지털시장을 키워나가고 국가적으로 디지털 G1을 분명한 목표로 하면서 달성한 놀라운 성과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엔 그나마 있던 G마켓조차 이베이에 팔려버리고 해외에 내놓을 만한 변변한 전자상거래업체 하나 없는 실정이다. 앞으로 디지털경제 비중이 현재의 아날로그경제 80%, 디지털경제 20%에서 반대로 될 날도 그리 오래지 않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디지털플랫폼은 다가올 미래의 가장 강력한 인프라, 정부가 가장 정책우선순위를 둬야 할 인프라 중의 인프라다.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디지털플랫폼을 육성함으로써 해외시장에서 글로벌 브랜드가 약하고 수출 유통 네트워크가 없는 중소벤처기업들을 도울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들이 물건만 잘 만들면 아시아, 유럽, 남미, 아프리카까지 어디든 순식간에 매출주문이 폭증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런 기대가 있으면 짜내는 육성정책이 아니라 육성정책+민간의 ‘똑똑한 창업’의 자발적 시너지가 폭발적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핀테크지원센터장 정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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