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 발동…통상 대응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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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길 기자
입력 2018-01-2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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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뾰족한 수 없이 대화 강조했지만 오히려 더 강력한 세이프가드 발동

  • 김현종 "WTO에 제소…승소할 수 있다"

  • 정부, 통상 '맞불'…WTO 세탁기 분쟁 승소, 美에 보복관세 부과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 두번째)이 23일 서울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미국의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 관련 민·관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미국의 수입규제와 관련해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벌어지자, 정부의 통상대응 능력에 의구심이 일고 있다. 보호무역주의를 천명한 미 트럼프 정부의 자국 산업 지키기는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우리 측 관측보다 강력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가 발동됐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는 수차례 미국 통상 실무진 및 의회 관계자 등과 만나 수입규제와 관련해 우리의 입장을 설명했다. 또 통계수치에 기반한 무역상황을 미국 정부에 전달하고, 각 수입규제 조치별로 오해 해소에 나서는 등 전방위 설득에 주력했다. 그러나 결과는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더 강력한 수입규제 조치로 돌아온 것이다.

정부는 부랴부랴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열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추진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지만,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미 정부에 대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 美, 세탁기에 더 강력한 세탁기 세이프가드 발동

미국 정부는 22일(현지시간) 삼성·LG 등 외국산 세탁기와 태양광패널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관세 부과 권고안에 대해 이 같은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특히 세탁기의 경우, 당초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제출한 권고안보다 더 강력한 세이프가드를 시행했다.

이번 세이프가드는 세탁기의 경우 120만대까지 첫해 20%의 관세를 부과하고, 120만대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첫해 50% 관세를 부과한다.

부품에도 저율관세할당(TRQ)을 5만개로 설정하고 이 물량을 넘어 수입되는 부품에 첫해 50% 관세를 부과한다.

당초 ITC는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세탁기의 경우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권고했지만, 이번 조치는 이런 제품도 포함했다.

또 ITC 권고안은 할당 내 물량인 120만대에도 관세를 부과할지를 두고 무관세와 20% 관세로 의견이 갈렸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20만대에도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 정부, 아웃 리치 통한 전방위 설득 나섰지만 수포로 돌아가

미국의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 발동은 예상된 사안이다. 정부 역시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을 상대로 아웃 리치(접촉)를 통한 전방위 설득 작업에 매진했다.

지난 9일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미국의 태양광·세탁기 세이프가드 발동 전 미 정부 관계자 등을 상대로 우리 입장을 다시 설명하기 위해 미국을 찾았다.

당시 강 차관보는 미국 정부와 의회, 현지 업계 관계자를 상대로 태양광 세이프가드가 미국 태양광 후방산업과 일자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며 한국산 태양광은 미국산 제품과 직접 경쟁하지 않는 고가제품임을 강조했다.

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국 현지공장 투자로 세탁기 세이프가드의 목적을 달성했고, 과도한 수입규제는 현지공장 운영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일방적인 규제보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지속 전달했다.

그러나 이런 설득작업은 자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미 정부에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채 강력한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돌아왔다.

◆ 김현종 "WTO에 제소··· 승소할 수 있다"

정부는 23일 관련 업계와 만나 미국 세이프가드 관련 민·관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미국 세이프가드 발동에 따른 업계 영향과 피해보상 조치 요구 등 향후 대책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정부와 업계는 우선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가 과도한 수준으로 결정된 데 대해 유감을 나타냈다.

회의를 주재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국익 수호를 위해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며, 이런 취지에서 WTO 협정상 보장된 권리를 적극 행사하겠다"며 "부당한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해 WTO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WTO 상소기구 위원을 지낸 김 본부장은 특히 "과거 WTO 상소기구 재판관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이번에 제소할 경우 승소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정부와 업계는 그동안 세이프가드의 문제점과 부당함을 다양한 채널로 미국에 적극 제기했지만, 미국은 국제규범보다 국내 정치적 고려를 우선시한 조치를 결국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이프가드 조치 대상국과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적극 협의할 계획"이라며 "동시에 보상 논의를 위해 미국에 양자협의를 즉시 요청하고, 적절한 보상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 제품에 대한) 양허정지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정부, 통상 '맞불'··· WTO 세탁기 분쟁 승소, 美에 보복관세 부과

정부도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세탁기에 부당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미국을 상대로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절차에 들어간 것.

산업부는 22일(현지시간) 제네바 WTO 분쟁해결기구(DSB) 정례 회의에서 한·미 세탁기 분쟁과 관련, 미국에 대한 양허정지 승인을 요청했다.

미국이 합리적 이행기간 내 WTO DSB의 판정을 이행하지 않음에 따라 미국의 한국 수출 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조치를 신청한 것이다.

한국은 미국의 반덤핑 관세로 모두 7억1100만 달러(약 7600억원) 상당의 피해를 본 것으로 산정하고, 이 금액만큼 미국산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부는 "우리 측의 양허정지 신청은 미국 측의 조속한 판정 이행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WTO 협정이 모든 회원국에 보장하는 절차적 권리를 적시에 행사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 미국은 우리 측 양허정지 요청 금액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시, 양측을 중재하는 WTO 절차가 개시됐다.

DSB의 우리 측 양허정지 요청에 대한 승인도 WTO 중재 판정결과가 나온 이후 시점으로 유보됐다. 중재 판정에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보복관세 부과 승인이 나면 시장상황을 고려, 관세부과 상품 등을 선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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