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현주소] ① '미성숙한' 블록체인 기술, 글로벌 산업혁명 '마중물' 될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권지예 기자
입력 2018-01-22 00: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사진= KISTI]

지난해 '살충제 달걀'로 대한민국 밥상이 흔들렸다.  그 많은 달걀이 어디서 생산돼 어디로, 언제, 어떻게 유통된 것인지 확인되고, 문제를 파악해 해결책을 내놓는 데만 수개월이 흘렀다.

당시 우리나라 달걀 유통에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돼 있었다면, 생산된 지역부터 가공된 공장, 유통정보, 달걀에 적히는 '난각코드' 등 세부사항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한 정부가 해당 농장에서 생산된 달걀을 재고처리해 소비자가 섭취를 중단하도록 하는 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유통업체는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은 농장에서 생산한 달걀을 판매하지 못하는 피해를 줄였을 것이고, 국민들은 식탁에 오른 이 계란이 어디서 어떻게 생산됐는지에 대한 불안감을 덜었을 수도 있다.

실제로 IBM은 미국 월마트, 중국 칭화대와 함께 '시험판 블록체인'을 이용, 6일 18시간 26분이 걸리던 문제가 된 망고의 유통과정을 2.2초 만에 추적하기도 했다. 먹거리가 원산지부터 유통업체를 거쳐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모든 과정을 블록체인을 통해 디지털 방식으로 추적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IBM은 월마트와 더불어 글로벌 식품유통 기업들과 '블록체인 서비스'의 연을 맺게 됐다. 네슬레부터 유니레버, 타이슨, 돌, 골든스테이트푸드, 크로거 등 8개 회사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식품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 것.

유통을 넘어 IBM은 전 세계 컨테이너 물류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머스크(Maersk)와 함께 IBM 인공지능(AI) 왓슨(Watson) 기반의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 오프라인으로 보관되던 물류처리 전 과정의 문서를 온라인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머스크는 케냐의 몸바사에서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으로 보내는 꽃을 실은 컨테이너를 추적하는 실험을 시작으로, 프랑스 리옹에 있는 공장에서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화물을 실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트럭을 이용해 운송한 후 해상으로 미국 뉴어크의 항구로 보내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창고로 배송하는 과정을 테스트했다. 물류업에 '블록체인의 적용'이 가능한지를 먼저 따져본 것이다.

동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냉동식품을 운송하는 데 거치던 30명의 사람과 200차례의 상호작용에 대한 시간을 대폭 단축시키고, 모든 과정에 대한 추적과 더 안전한 배송을 네트워크 상에서 한눈에 볼 수 있게 된 머스크는 지난 17일 IBM과 함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국제 무역의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합작법인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항공산업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항공편 예약 처리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다. MS는 호주 저가항공사 웹젯(Webjet)은 매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수천건의 항공편 예약 처리의 오류 발생을 막기 위해 '스마트 컨트랙트' 솔루션을 개발했다. 모든 관계자들이 확인 가능한 거래 내역을 생성하고 예약·결제 과정을 간소화한 것.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웹젯은 MS의 블록체인 애저 서비스를 통해 매일 여행사 등에서 발생하는 항공권에 대한 거래상 오류를 줄이고, 더욱 안전한 거래를 보장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블록체인은 아직 여러 산업영역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는 게 업계 내 정론이다. 글로벌 기업들 역시 다양한 개념증명(PoC)이나 파일럿 등을 통한 기술 검증과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절차들을 밟고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안필용 LG CNS 디지털금융신사업팀 책임은 "신기술이니만큼 표준이나 가이드도 없고, 좋고 그름의 판단도 어려운 블록체인 기술은 산업별로 시장의 흐름에 맞게 기술이 적용·발전돼 나갈 것"이라며 "가트너가 전망한 '블록체인 기술의 미성숙'에는 동의하지만 시장이 받아들이는 시기는 예상보다 훨씬 빠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금융에서뿐만 아니라 공공·제조·물류 등 영역 간 경계를 허물면서 빠른 속도로, 혁명적으로 우리 생활 곳곳에서 기반기술로서 동화돼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순간에 가까이 와 있는 인터넷처럼 다가오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