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한 문재인, 9년간 이어진 MB와의 악연…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어땠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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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 기자
입력 2018-01-1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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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거론하며 정치보복을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반박했다. 노기(怒氣)서린 말에 정치권과 언론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직접적으로 불쾌한 감정을 드러낸 게 처음이기 때문.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역린‘(거꾸로 박힌 비늘이라는 뜻으로 군주의 분노를 가리킨다)을 건드린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유시민 작가는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문 대통령에 대해 “누구한테 화를 내거나 누가 없는 자리에서 험담하는 것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제해오며 살아온 그를 결국 폭발하게 만든 역린은 바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검찰 수사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책 ‘운명’에서 “노 대통령의 죽음은 정치적 타살”이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 수사는 2008년부터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가 발단이었다. 박 전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당시 세무조사에는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맡아 박 전 회장을 비자금 조성, 세금포탈 혐의를 찾아 검찰로 넘겼다. 그해 12월 검찰은 박 전 회장을 구속했다.

박 전 회장 조사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가 최근까지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640만 달러’가 노 전 대통령측에 전달됐다는 주장이다. 당시 검찰은 박 전 회장이 노 전 대통령도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본인은 몰랐다며 부인했었다.

이후 검찰은 박 전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조사 범위를 확대해 2008년 12월 노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씨를 세종증권 매각비리 및 농협 인수 청탁 혐의로 영장을 받아 구속 수감한다.

2009년 4월에 들면서 노 전 대통령의 주변 인물들이 잇달아 체포되거나 소환조사를 받는 등 검찰의 본격적인 압박이 시작된다. 4월 6일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체포를 시작으로 △노 전 대통령 조카사위 연철호씨 체포(4월10일) △권양숙 여사 소환조사(4월11일) △노건호 소환조사(4월12일) △권여사 동생 기문씨 참고인 조사(4월14일) 등이다. 4월 22일,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게 박연차 로비 의혹 수사와 관련된 서면 질의서를 발송한다. 노 전 대통령은 사흘이 지난 4월 25일 답변서를 제출한다.

4월 30일 노 전 대통령은 ‘포괄적 뇌물 수수죄’의 피의자 혐의로 검찰에 출석해 10시간 정도의 조사를 받았다. 검찰청 앞에서 노 전 대통령은 내외신 기자들 앞에서 굳은 표정으로 “면목없는 일”이라며 사과했다. 하지만 뇌물수수 혐의는 부인했다. 당시 노전 대통령을 수사한 검사는 우병우 전 수석과 이인규 당시 중수부장, 홍만표 수사기획관이었다.

문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우병우에 대해 “대단히 건방졌다. 말투는 공손했지만 태도에는 오만함과 거만함이 가득 묻어있었다”고 회상했다. 또 “노 대통령과 우리는 그때 엄청나게 인내하며 대응했다. 너무 조심스럽게 대응한 게 아닌가 하는 회한이 있다”고 했다.

5월 11일 노 전 대통령 딸인 정연씨 부부가 소환조사를 받은데 이어 13일 언론은 권양숙 여사가 노 전 대통령의 회갑 선물로 1억원짜리 시계 두 개를 받았고 이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검찰은 중계방송 하듯 피의 사실을 언론에 흘렸다”고 회고했다.

무차별적인 검찰조사와 마녀사냥 형식의 언론보도가 이어지면서 5월 23일 노 전 대통령은 끝내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던졌다. 당시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권력기관의 사유화와 보수언론의 탐욕이 만들어낸 재앙”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유서 내용 중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라는 내용과 관련해 자서전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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