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규제냐, 육성이냐’…가상화폐 대책 ‘4당 4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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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송종호 기자 기자
입력 2018-01-2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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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연합뉴스]
 


최근 가상화폐 광풍이 불면서 국회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정부의 ‘땜질 처방’이 잇따르면서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국회 역시 대안 없는 비판만 내놓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만큼 갑작스러운 가상화폐 관련 이슈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뜨겁다는 얘기다.

정부는 가상통화 실명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는 한편 △시세조작 △자금세탁 △탈세 등 거래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검·경과 금융당국의 합동조사를 통해 엄정 대처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히려 여론은 정부의 정책에 수긍하기보다 다양한 주장을 쏟아내며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당장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에서도 논의 자체는 걸음마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부 인증을 통한 ‘관리’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보수야당 내에서도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정치권 개입의 최소화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바른정당은 정부의 대처가 부족할 경우, 국회 입법을 통해 적극 나서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적극 지지층인 20~30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가상화폐 투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이들이 여론의 반대편으로 돌아설 경우, 선거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이른바 ‘묻지마 투자’가 불러온 투기열풍을 우려하면서도 정부의 차분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아주경제는 가상화폐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국회의원 4명을 통해 각 정당별 정책 기조를 짚어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비트코인 이미지 [연합뉴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규제’보다 ‘관리’에 무게
 
더불어민주당 중진인 박영선 의원은 현재 여당에서 가장 활발하게 가상화폐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는 의원 가운데 한명이다. 그는 과거 경제부 기자 시절 지켜본 주식광풍, 닷컴열풍 등에 비교해봤을 때 과도한 규제보다는 거래소에 대한 정부 인증 등을 통한 관리를 주장하고 있다.

박 의원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언급한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방안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의원은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거래소 폐쇄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으로 △자금의 해외 유출 △블록체인·암호화폐 관련 기술발달 문제 △암호화폐 유통과 시장의 인위적인 규제 불가능 등을 꼽았다.

박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지금 현재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뭔가 여기에 투기성 자금이 많이 들어와 있는 것은 맞다”면서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거래소를 폐쇄하고 싹을 잘라버리는가, 이건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래소를 정부의 손길이 미치는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여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의원은 “거래소를 정부의 인증과정을 거쳐서 운영하게끔 한다든가 아니면 여기에 과세를 하면서 투기자금과 또 그렇지 않은 자금을 구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섣부른 거래소 폐쇄가 자금의 해외유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감도 나타냈다.

박 의원은 “만약에 (거래소가) 폐쇄가 됐다면 해외로 나갔다가 해외에서 다시 다른 방법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암호화폐라는 것이 국경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차라리 공공 블록체인을 갖다 정부가 이것을 인증해주는 시스템으로 가는 것이, 이것이 더 맞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이번주 특위 가동···추경호 위원장 “정치권 개입 자제해야”

자유한국당은 이르면, 이번주 내 가상화폐대책특위 명단을 발표하고 대안을 적극 모색하기로 했다.

한국당은 위원장을 포함해 5명 정도로 특위를 꾸려 정부가 놓치고 있는 부분까지 ‘현미경 검증’을 할 계획이다.

특위 위원장을 맡은 추경호 의원은 25회 행시 출신으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기획재정부 1차관을 거쳐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경제통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한국금융ICT융합학회와 공동으로 ‘가상화폐와 정책과제’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이 사안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추 의원의 입장은 관료 출신답게 정책의 열쇠는 정부가 쥐고 있는 만큼 정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에서는 명확한 규정과 제도 마련은 물론, 가상통화를 이용한 자금조달 행위 처벌, 가상화폐공개(ICO) 금지 등 규제 일변도 정책을 펼친다는 비판이 무성한 것은 사실”이라며 “가상화폐를 악용한 불법 다단계거래를 엄단하고, 가상화폐 거래소의 안정성을 제고하는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시책을 마련하는 것은 선의의 피해자 양산을 막기 위해 당연히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성급한 규제와 금지로 건전한 생태계 구축을 막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 의원은 “세계적으로 가상화폐의 거래량과 활용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각국은 관련법과 제도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 “가상화폐에 사용되는 블록체인 기술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전 산업에 걸쳐 활용될 범용 기술로 이제 그 흐름을 역행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 간 엇박자와 관련해서는 “수백만명의 투자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가상화폐 시장의 정책방향을 정하면서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위에서도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이 문제에 어떻게 접근했는지 벤치마킹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정책위 관계자는 “가상화폐 시장은 글로벌 시장이지, 우리만의 시장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기본 방향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정부가 초기 대책을 잘못 세운 부분은 질타하고 가상화폐가 국내 시장에 조속히 연착륙할 수 있도록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도박이라는 인식이 문제···차분한 대응 필요”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돈 벌었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게 되고, 블록체인이 무엇인지, 가상화폐에 대한 개념이 무엇인지 모른 채 무작정 묻지마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채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가상화폐의) 장기적인 가격 추세를 보면 일시적으로 급등락이 계속되고 있지만 꾸준히 올라가는 상황이기에 어떻게 보면 거래에 뛰어드는 투자자 중에서 크게 손해를 본 사람은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부가 가상화폐를 투기 수단으로 규정하고 시장을 막아버리면 순기능도 상실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채 의원은 블록체인의 결과물로 만들어진 인센티브가 ‘코인’이라고 언급하며 “(무조건적인 규제는) 4차 산업혁명에 활용될 것으로 생각되는 블록체인 자체를 없어지게 만든다. 이는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의 과정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정부의 ‘갈지자 행보’로 인해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해임을 청원한 것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채 의원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청와대와 정부의 이러한 오락가락 태도 때문에 시장에 교란이 발생하고 누군가 손해를 봤을 수 있기에 그런 반응이 나올 수 있다”며 “정부 당국이 단기적 처방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논의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차분하게 가상화폐 논란을 풀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채 의원은 “법무부가 주무부서가 되고나서 가상화폐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가상징표’로 낙인 찍혀 도박이나 마찬가지라는 인식을 가지고 접근하게 됐다”면서 “지금이라도 기존에 준비했던 내용을 차분하게 (블록체인 협회 등과) 같이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 1월 말 관련법 발의···“국회가 나서야”

하태경 의원은 가상화폐 규제가 자칫 블록체인 산업 발전의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 국회의 적극적인 역할에 방점을 찍고 있다.

바른정당 내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이어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관련 이슈는 하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모양새다.

유승민 대표도 “정치권이 비트코인 등 암호 화폐에 대한 이해도가 전반적으로 낮다”고 평가하면서 보다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하 의원은 국내 암호화폐 시장을 장려하면서도 투자자 보호도 할 수 있는 법안의 발의를 앞두고 있다.

하 의원실 관계자는 “초안이 나왔으나, 아직 검토하는 단계”라면서 “1월 말 발의를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블록체인과 비트코인 등장은 일종의 화폐 혁명으로, 한국이 선도하기 좋은 4차 산업”이라며 “가상화폐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가상화폐안전 책임강화법’을 추진하겠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가상화폐 실명거래에 대해서도 “은행이 가상화폐 실명거래를 주저 말고 추진해야 한다. 이것은 건강하고 합리적인 규제”라면서 “세상 모든 게 범죄로 보이는 법무부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가상화폐를 가치 없는 돌덩어리라 생각하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라며 “오직 법무부만 실명거래까지도 범죄시하고 있다. 돌쇠 법무부는 국회가 막겠다. 가상통화 주무부처는 법무부가 아니라 그나마 시장을 좀 아는 경제부총리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가상화폐는 과열이 맞고 그래서 규제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런데 정부가 규제가 아니라 범죄로 단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른손으로는 4차 산업혁명 깃발을 들고, 왼손으로는 4차 산업혁명 투자자들을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내에서 금지하면 온라인으로 외국 거래소 가서 다 거래하는 상황에서 이는 ‘21세기 쇄국정책’”이라며 “가상화폐를 금지한 정부 중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정부는 없다”고 단언했다.

하 의원은 “금지 국가는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정도”라며 “금지보다는 건전하면서도 강력한 규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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