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수현 농협유통 대표, ‘농부의 눈물’ 닦아줄 농식품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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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18-01-1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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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선·안전 먹거리 공급에 사활…“농협 유통계열사 통합, ‘규모의 경제’ 이룰 것”

이수현 농협유통 대표이사가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엄지를 들어보이며 웃고 있다. [사진=농협유통 제공]


“제가 다른 건 몰라도 딱 하나 자신할 수 있습니다. 고객분들이 눈 감고 집어도 안전하고 건강한 것, 그게 바로 농협하나로마트 제품입니다.”

전라도 사투리를 구성지게 쓰는 이수현 농협유통 대표이사는 국내 최대 농·수·축산품 전문매장을 운영하는 유통사 CEO로서 ‘자부심’이 가득했다.

지난 2일 취임한 이 대표의 이런 자부심은 그 자신이 전남 함평에서 나고 자란 ‘농촌의 아들’이었기에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농협유통 대표이사에 오르기까지 40년간 한 시도 잊은 적 없는 것이 바로 ‘농부의 눈물’이었기 때문이다.

농협유통은 농협중앙회가 내세운 최대 비전인 ‘농가소득 5000만 시대’ 달성을 위해 농산물을 제값 주고 사들이고, 제값에 팔아야 하는 최선봉에 서 있다.

“저는 한때는 다들 이름도 모르던 함평 시골마을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그야말로 촌놈이죠. 거창하게 부풀려 꾸며 말하는 능력도 없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그런 순수함이 우리 농협인들의 가장 큰 장점이죠. 좋은 상품을 엄선해 동시에 고객에게 건강한 식탁을 선물하는 데 충실하면 자연히 농가의 소득도 커질 것입니다. 그러니 저희는 고객에게 눈속임은 절대 못합니다. 허허.”

순박한 눈웃음에 마냥 사람 좋은 인상의 이 대표에게 올해 역점 과제인 ‘농협 유통계열사 통합’에 대해 묻자, 눈빛이 돌연 진지해졌다. 농협 유통계열사 통합은 농협하나로유통을 중심으로 농협유통, 농협충북유통, 농협대전유통, 농협부산경남유통 등 5개 유통 관련 자회사를 단일 법인으로 통합하는 것을 말한다.

이들은 ‘하나로마트’란 같은 브랜드를 달고도 운영은 독립적으로 하다 보니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도 비용은 비용대로 지출되는 구조를 지니게 됐다.

통합은 특히 20년여간 별도의 회사로 운영되면서 발생한 업무 중복, 산발적 판매 정책 등 문제를 해결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꼭 필요한 조치다.

이 대표는 “유통계열사 통합은 당장은 힘들 수 있지만 반드시 추진해 연내에 이뤄야 할 과제”라면서 “한마디로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유통 경쟁사들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회사 내에서 ‘아이디어 뱅크’로 통한다. 어린 사원들과도 대화가 막역할 정도로 시류를 놓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우리 농산물의 해외 유통에 대해서도 과감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그는 현재 ‘해외 농업협동조합과 잉여농산물 맞교환’을 구상 중이다. 예컨대, 우리 농산물 중 풍작이 잦은 사과, 배, 감 등의 주요 과일 중 잉여 농산물을 수출하고 그에 상응하는 해외 농산물을 수입하는 개념이다.

이 대표는 “사실 하나로마트에서 해외 농산물을 사는 것은 금기시돼 있습니다. 그렇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늘리기 위해서 필요한 문제라 고민이 큽니다. 하지만 해외농가와 잉여농산물 맞교환을 통해 수출과 수입을 이루면 국내 농가소득에도 도움이 되고, 소비자 만족도 또한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신토불이(身土不二)’는 농협유통의 정체성이기에, 우리 농산물 이력제를 한층 강화해 ‘단 한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안전하고 신선한 제품 관리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신선과 안전 만큼은 최고’인 농협유통의 제품에 대한 자신감으로 돌아오는 설 연휴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청탁금지법의 금액이 상향되면서 농가 소득 보장에 특히 도움이 될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농·수·축산물의 설 선물 금액이 10만원으로 오르면서 농가의 주름살이 그나마 좀 펴지게 됐다. 그는 보다 더 다양하고 풍성한 제품 구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도 최고의 만족을 줄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엄지를 들어보였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이수현 농협유통 대표이사가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경영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농협유통 제공]


- 일반 소비자들은 농협유통보다는 ‘농협하나로마트’를 친근하게 느낀다. 농협유통은 어떤 회사인가?
“농협유통은 1995년 농산물 유통의 새로운 장을 열기 위해 탄생했고, 1998년 국내 최초로 농산물 물류센터를 설립해 농산물의 신유통체계를 확립했다. 이후 23년간 대한민국 농산물유통의 선두에서 농산물 선진유통기법으로 농업인과 소비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농업인에게는 소비자와 직거래를 통해 높은 가격보상과 정확한 소비지 정보를 제공해주고, 소비자에게는 ‘품질관리 시스템과’과 생산이력관리의 ‘농산물 안심 시스템’ 운영 등을 통해 안전한 고품질의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함으로써 ‘농업인과 소비자 모두가 행복한 국민의 농협’이 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 신임 대표이사로서 어떻게 회사를 이끌고 싶은가? 구체적인 경영 철학이 궁금하다.
“경영방향을 공정한 거래, 최고의 상품과 만족, 활력이 넘치는 신나는 조직으로 정했다. 공정한 거래와 준법 정착을 위해 협력사와 상생발전과 동반성장을 꾀하고, 식품안전관리를 철저히 하여 먹거리기업으로서 신뢰도를 쌓겠다. 또한 최고품질의 상품으로 고객에게 인정받겠다. 한번 등 돌린 고객을 다시 모셔 오기에는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지만, 기대이상의 가치를 제공받은 고객은 평생고객으로 우리와 함께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진부한 생각을 버리고 임직원 간 개방형 경영으로 활기찬 조직분위기를 만들겠다.”

- 취임사에서 ‘올해 농협 유통계열사 통합’에 따른 대내외 환경의 어려움을 우려했다. 이에 따른 농협유통의 대응책은 무엇인가?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라면 규정과 제도를 과감히 바꾸겠다. 본부와 판매장 간 사업역할과 MD 중심의 책임운영으로 경쟁력 없는 분야는 재조명해 사업방식을 변경하겠다. 예산, 인사, 평가 등이 마케팅과 밀접하게 연계되도록 임직원 간 정기적인 협의체 운영과 경영현안에 대한 노사 간 상호이해 증진활동 등 개방형 경영으로 활기찬 조직분위기를 만들어 소매유통 통합을 리드해나가겠다.”

-그런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앞으로 농협유통의 어떤 좋은 부분을 키우고, 어떤 적폐는 청산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농협유통이 가진 최고의 자원은 농식품유통 전문가인 직원들과 매장, 좋은 상품이다. 장사꾼이라는 마인드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활용해 목표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까에 온 정성을 다하겠다. 케케묵은 관행, 어쩔 수 없다는 포기, 귀찮아하는 나태 등은 우리가 떨쳐내야 할 가장 큰 걸림돌이고 적이다. 경쟁력 없는 분야는 재조명하여 사업방식을 변경하고 예상을 뛰어넘는 발상으로 완전경쟁시대에 힘을 모으겠다.”

-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회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상품’을 공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신선도가 중요한 농·축산식품의 비중이 큰 농협유통에서 특별히 중시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우리 농산물에 대한 신뢰성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들이 농협하나로마트에서 눈 감고 골라도 안전하고 건강한 농식품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농협 내의 다양한 유통경로 속에서 우리 농·축산물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겠다. 품질 좋은 우리 농·축산물의 이로운 점을 널리 알리고 고객이 기대하는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겠다.”

-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와 최저임금 상승으로 농협하나로마트 또한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반드시 추진하려는 혁신전략이 있는지 궁금하다.
“여타 경쟁사의 복합몰, 온라인몰, 편의점 진출 등에 비해 농협유통은 지난 몇년간 사업다각화 및 신성장동력 발굴에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올해는 IT인프라를 구축하고, SNS 마케팅 집중을 통해 고객에게 지속적인 쇼핑기회를 제공해 나가겠다. 또한 ‘본사는 구매, 사업장은 판매’ 기조에 따라 책임지는 사업 환경을 조성하겠다. 특히 목표 초과이익을 성과배분하고 인사 드래프트를 도입하여 직원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며, 장사꾼 마인드로 사업을 확장해나갈 생각이다.”

- 농협유통이 한국에서 어떤 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보나.
“농협유통은 대한민국 농식품 유통의 선두에 있다. 우리의 판매사업은 농업과 농촌에 뿌리를 두고 있다. 농업인의 실익 증대를 최우선 가치로, 소비자인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유통기업이 되어야 한다. 어떤 업종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농식품 유통업계에서 우리가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신시장 개척과 창의적 혁신 노력으로, 최고의 상품과 감동서비스로 고객이 즐겨 찾는 농협유통을 만들어 나가겠다.”
 

이수현 농협유통 대표이사가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경영비전을 밝히고 있다. [사진=농협유통 제공]


■ 이수현 농협유통 대표이사 프로필

▲1959년생
▲광주상고 졸업
▲숭실대 경영학과 졸업
▲1979년 농협중앙회 입사
▲2000년 문화홍보부 팀장
▲2005년 농협중앙회 양평군지부 부지부장
▲2012년 NH농협은행 수탁업무부 부장
▲2015년 농협중앙회 IT전략부 부장
▲2016년 농협정보시스템 전무이사
▲2016년 농협중앙회 회원종합지원본부장(상무)
▲2017년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상무)
▲2018년 농협유통 대표이사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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