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말하지 않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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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호 전통문화연구회 회원
입력 2018-01-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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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齊) 환공과 재상 관중이 비밀리에 인근 거(莒)나라 침략을 모의했다. 그러나 며칠 안 가 온 나라 사람이 이 사실을 알게 됐다. 단 둘만 아는 나라 최고비밀이 이렇게 유출됐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조사 결과, 발설자는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동곽아(東郭牙)였다. “어느 날 임금이 동남쪽(거나라 지역)을 향해 손가락질하고, 입을 크게 벌린 뒤 다물지 않았으며, 혀를 높이고 낮추질 못했습니다. 그걸 보고 알았습니다.” 그는 직접 듣지 않고 상대방 얼굴, 기색, 어떤 일의 취사선택만 봐도 그 마음을 완전히 읽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오늘날 위정자가 민심을 읽을 때에도 지녀야 할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여론조사 등 각종 민심 측정방법이 동원되지만 충분하지 않다. 그것을 주요 지표로 삼되,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부분까지 마음으로 보고 들어 민심을 정확하게 해독해야 한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대부분 여론조사 지지율에만 일희일비, 온갖 잡음과 소란이 그치질 않는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발생한 여론조사 오류는 대체로 침묵하는 다수의 마음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발생했다. 침묵은 아무 뜻이 없는 게 아니라, ‘말 너머의 말’로서 일종의 강력한 의사표시다. 그러나 이를 읽지 못한 것이다.

<장자> 서무귀(徐无鬼)편에 ‘聞不言之言(문불언지언)’이라는 말이 있다. “말하지 않은 말을 들어라”라는 뜻이다. 그리고 침묵을 분명하게 해독해 적대적인 두 세력 간의 갈등이 해소된 예를 들었다.

침묵을 헤아리고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능력이다. 마음으로 듣기 때문이다. 위정자들이 여기에 조금이라도 힘을 쏟으면 나라와 사회가 덜 삐걱거릴 것이다. 바로 그것이 나라와 국민을 안정시키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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