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학교폭력 상처 못견뎌 결국 캐나다행, 배우 윤손하 참담했던 '사건 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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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17-12-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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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숭의초, 학교폭력 피해 조사 전국 평균 훌쩍 넘어도 학폭위 심의 개최한 적 없어

  • 플라스틱 야구방망이 논란에 "장난이다, 아니다" 논쟁까지…사실과 억측 겹쳐 고통 키웠다

[사진=연합뉴스]


'진짜' 야구 방망이냐, 플라스틱 야구 방망이냐. 엉뚱한 논란으로 마무리된 서울 숭의초등학교 학교폭력 사건의 결말은 배우 윤손하의 '탈조선'이었다. 윤씨가 가족과 함께 한국을 떠난다. 윤씨는 아들 신모군이 학업을 마칠 때까지 캐나다에 머무를 예정이라고 조선일보가 27일 보도했다. 신군은 학교폭력 가담 논란에 휩싸인 이후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4월이다. 서울 숭의초등학교 3학년 수련회에서 하룻밤 사이 2건의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신군 등 4명은 당시 담요를 덮고 있는 A군을 깔아뭉개고, '야구 방망이' 등으로 때렸다. A군은 이로 인해 횡문근융해증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진단을 받았다.

몇 시간 뒤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났다. 박모군이 잠을 자지 않고 떠든다는 이유로 앞서 사건의 가해 학생 중 1명을 야구 방망이로 때린 것이다. 박군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손자다.

문제를 키운 것은 학교의 대처다. 가해 학생들에게는 어떠한 처분도 이뤄지지 않았다. 피해를 입은 A군에 대한 보호 조치도 없었다. 가해 학생측에서 고의로 폭행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가해자가 재벌과 연예인의 자녀라는 이유로 숭의초에서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사건은 두 달이 지난 6월에야 SBS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진다.

보도 이튿날 윤씨 소속사는 보도 내용에 대해 "상당 부분 다름이 있었다"고 반박한다. "방에서 이불 등으로 친구들끼리 장난을 치던 상황이었고 아이들이 여러 겹의 이불로 누르고 있던 상황은 몇 초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다"는 것. 논란이 된 '야구 방망이'는 "흔히 아이들이 갖고 놀던 스티로폼으로 감싸진 플라스틱 방망이"이며, "바나나 우유 모양 바디워시를 아이들이 억지로 먹였다는 부분도 여러 차례 조사에 의해 사실이 아님이 판명됐다"고도 해명했다.

윤씨 또한 "유명인이라는 저의 특수한 직업이 이 문제에 영향을 미치도록 행동하거나 의도한 적은 추호도 없다"면서 "오히려 저의 그러한 직업이 저와 저의 아이에게는 너무나 크나큰 상처로 남겨지게 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입장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윤씨는 재차 사과했다. 윤씨는 "이번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우리 가족의 억울함을 먼저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사죄를 드린다. 초기대처에 있어 변명으로 일관해버린 제 모습에 대해서도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특별감사에 착수한다. 교육청의 감사 결과, 학교 측의 은폐·축소는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난다. 교육청에 따르면 숭의초 교장은 피해 학생인 A군의 부모에게 전학을 유도했다. 담임교사 또한 다른 학생들의 진술서 18장 중 6장을 분실하는가 하면, 학생이나 학부모들로부터 학교폭력 관련 사실들을 직접 들었음에도 이를 묵살했다. A군의 부모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기도 했다.

숭의초가 해당 사건뿐만 아니라 그동안의 학교폭력 사건 또한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교육청은 "숭의초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자치위)를 개최해 가해 학생을 처분하는 것이 '비교육적인 방법'이라고 인식을 하고 있으며,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담임교사가 책임지고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학부모들을 중재하는 것이 그동안 학교폭력을 처리해온 통상적인 방법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학교폭력예방법은 자치위의 설치 및 운영을 의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숭의초는 개교 이래 단 한 번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심의를 개최하지 않았다. 실제로 숭의초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 정도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주는 통계도 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공개한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숭의초 학생들은 2016년 1차 조사에서 35명, 2차 조사에서 2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학생 중 12.5%, 7.2%에 달하는 비중이다. 전체 평균이 1차 조사에서 3.4%, 2차 조사에서 2%로 나타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하지만 숭의초는 교육청의 발표 직후 정면으로 반발한다. 숭의초는 공식 입장을 통해 "실물로 확인된 '5세 이상 사용가능한 장난감 야구 배트' 마저도 아무런 부연 설명 없이 '야구 방망이'라고 확정 기재된 것만 보더라도, 객관적인 진실 규명의 노력 없이 특정 언론사의 보도 내용을 기정사실화해 그에 부합하는 결론을 내리는 데 급급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숭의초는 "교육청과 감사팀은 '결코 폭행에 가담한 바 없었다'는 당사자와 목격자의 주장을 무시하고, 학교가 재벌가 학생을 비호하고 학교폭력 사안 처리를 은폐·축소했다는 의혹만 나열하면서 그 어떤 명백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우리 학교에서는 학생들, 특히 저학년 학생들의 사소한 다툼은 자치위를 통한 처벌보다는 담임교사의 책임 아래 학생들간, 또는 학부모간 대화를 통해 해결해왔다"면서 "교육청 감사는 이와 같은 방식에 대해 '그릇된 인식'이라고 지적했으나, 우리 학교 뿐 아니라 많은 초등학교가 이런 방식의 해결을 원하고 있으며 우리 학교는 처벌 위주 방식보다는 모름지기 조정과 대화를 통한 화해 방식이 옳다고 믿고 있고 앞으로도 이를 계속 시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청은 숭의초 교장과 교감, 생활지도부장, 담임교사 등 4명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지만 숭의초는 재심의를 요구했다. 교육청이 이를 기각하자 숭의초는 서울행정법원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숭의초는 지난달 직위해제된 교장 등 교원 4명을 복직시켰다.

아이들의 싸움이 법정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은 결국 자치위를 통한 학교폭력 해결 체계가 "처벌 위주 방식"이라는 숭의초의 안이한 인식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최희영 청소년폭력예방재단 분쟁조정팀장은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피해 학생과 보호자의 요구를 물어보지 않고 학교의 의지대로 사안을 해결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확대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최 팀장은 "경미한 사안이거나 가해 학생이 가해 행동을 인정하고, 피해 학생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양측의 관계 회복 정도를 감안해 자치위를 생략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자치위 개최를 하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간의 관계 회복을 시도한다면 양쪽 학생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폭력은 심각한 범죄다. 가해 학생들에게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만 8~9세에 불과한 아이들에게 온전히 책임을 묻는 것 또한 온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 팀장은 "가해 학생에 대한 신상털기나 무조건적 비난으로 접근하면 또 다른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가해 학생들이 자신의 행동을 깨닫고 반성하는 한편,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어른들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처벌이 아닌 교육적 선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당 사건을 최초로 보도한 김종원 SBS 기자 또한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자는 있는데 의도적인 가해자는 없었다. 그래서 조치사항이 없다'는 학교의 결론이 문제"라면서 "보도가 나간 뒤 이런 학교의 문제가 부각되기보다 가해 아동이 누군지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낸 바 있다.

김 기자에 따르면 윤씨는 아들과 함께 피해자를 찾아가 사과했다. 가해 학생 학부모 중에 사과를 한 경우는 윤씨가 유일하다. 그러나 정작 등 떠밀리듯 한국을 떠나는 이들은 윤씨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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