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남용 가능성…혈액배양검사서 내성균 발견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조현미·한지연 기자
입력 2017-12-19 19: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이대목동병원서 숨진 신생아 4명중 3명서 나와…유전자 분석

  • 경찰, 사건 발생 사흘만에 신생아중환자실·전산실 압수수색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숨진 신생아의 장례 절차가 19일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목동병원에서 잇따라 숨진 신생아들의 사망 원인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런 가운데 항생제 남용으로 숨졌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숨진 신생아 4명 중 3명의 혈액배양검사에서 항생제 내성이 의심되는 ‘시트로박터 프룬디(Citrobacter freundii)’ 세균이 나왔다. 시트로박터 프룬디는 정상 성인의 대변에 존재하는 균이다. 면역력이 떨어진 신생아 등의 경우엔 드물게 병원에서 감염된다. 요로나 호흡기, 수술 부위 등에 감염을 일으킨다. 

그람음성균에 속하는 이 균은 항생제 내성이 잘 생겨 항생제 남용이 신생아 사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병원 안에서 감염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균은 보통 감염된 환자나 보균자와 접촉해 걸리며, 모체를 통해 수직감염되기도 한다. 질본은 사망한 신생아 3명에게서 같은 종류의 균이 발견되고, 항생제 내성이 의심됨에 따라 동일성 여부를 확인하는 유전자 분석에 나섰다. 

사망 신생아들과 같이 시기 이 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 있던 12명 중 4명에게선 괴사성장염을 일으키는 로타바이러스가 확인됐다. 당국은 감염 경로와 감염원 추정을 위해 신생아중환자실을 드나들었던 의사와 간호사 조사 등 역학조사를 계속 진행 중이다.

질본은 “세균 감염과 신생아 사망의 직접적 관련성을 단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면서 “정확한 사망 원인은 추가 역학조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등을 통해 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날 사망 신생아 4명의 부검을 마친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사망 원인을 명확히 밝혀내진 못했다. 국과수는 “육안 관찰 소견만으로는 사망 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는 1차 소견을 내놨다. 

세균 감염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봤다. 국과수 관계자는 “사람마다 면역력과 몸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동시사망 원인을 감염균으로 본다는 것은 의료인으로서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신생아는 조직 현미경 검사 및 각종 검사 결과 등을 종합해야 사인을 규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과수가 1차 소견에서 별다른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면서 사망 원인을 밝혀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국과수는 전날 부검 과정에서 채취한 소·대장 내용물과 체액 등으로 조직검사를 실시하고, 중환자실에서 수거한 약품 감정과 오염 여부 등에 대한 검사에 돌입했다. 
 

19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들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관련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별도로 이대목동병원은 신생아 사망 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원인조사팀’을 자체적으로 꾸렸다. 김남중 서울대의대 감염내과 교수가 단장을 맡은 원인조사팀은 서울대의대·국립암센터·고려대의대·가톨릭의대·연세대의대 교수로 구성됐다. 객관적인 검증을 위해 이대목동병원 내부 인력은 배제했다.

병원 관계자는 “원인조사팀이 18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활동에 들어갔다”면서 “병원 내 감염뿐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정 광역수사대는 19일 오후 수사관 13명을 투입해 질본과 합동으로 이대목동병원 11층 신생아중환자실과 전산실 등을 수색했다. 사건 발생 사흘 만에 이뤄진 첫 압수수색이다. 광수대는 신생아중환자실에 있는 인큐베이터와 약물 투입기 등 의료기구와 전산실의 의무기록, 처방기록 등을 압수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도 이날 오후에 열린 전체회의에서 이번 사고와 관련해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현안보고를 받았다. 복지위 소속 의원들은 정확한 사망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