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3040②] 출근하면 무기력…우울증 앓는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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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17-12-0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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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같은 문제 반복돼 누적…표현 못하는 분위기에 병 키워

  • 높은 직무 요구·상명하복 직장 문화가 젊은 층 화병 유발

[아주경제 DB]


#대기업 식품업체에 다니는 직장인 권승준씨(이하 가명·45)는 최근 부장으로 승진했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다. 위에서 찍어누르는 상사, 후배들과의 의견 충돌 등으로 직장 내 불화가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권씨는 회사만 들어서면 신경이 곤두서는 것과 동시에 우울한 마음이 든다. 성격이 예민해지다 보니 매사 자신감도 줄고, 집중력도 떨어져 업무효율도 도무지 오르질 않는다. 권씨는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정신과를 찾았다.

하루 12시간 가까이 직장에서 보내는 대한민국의 직장인. 권씨의 사례처럼 직장 내에서 겪는 크고 작은 일들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우울증을 앓는 직장인들이 늘어나는 이유도 직장 내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지 못하고,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누적되기 때문이다.

특히 직장인 우울증의 경우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우울증 같은 정신적인 질환을 ‘당사자의 의지’ 문제로 보는 사회 통념상 증상을 겉으로 표현하기 어렵고, 사회활동에 심각하게 영향을 주지 않으면 그냥 ‘참고 넘기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통상 우울증은 증상이 1년 이상 계속되면 전문기관의 치료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자신이 자각하지 못한 상태에서 증상이 악화되는 우울증 환자가 많다는 점에서 사태가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및 기업정신건강연구소가 최근 19~65세 직장인 약 19만5000명을 대상으로 ‘직무스트레스 영역의 중복과 우울 및 자살사고 사이의 관계’를 분석했더니 2명 중 1명꼴로 일상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한 인구의 73.3%가 ‘직장 내 스트레스’를 우울증의 원인으로 꼽았다.

연구팀은 직무 스트레스가 겹치면 우울증, 혹은 자살 시도 위험이 급격하게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직무 스트레스 가운데 △직무요구 △직무 불안정 △직장 문화 등 3가지가 특히 우울증에 영향을 미쳤다. 항목이 중복될수록 우울증 위험은 2.4배, 5.9배, 12배로 높아졌다. 높은 직무 요구와 상명하복으로 대표되는 수직적 직장 문화가 우울증 위험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우울증은 가정·직장·사회 안에서 삶의 질·생산성·성취도 등의 저하를 동반한다"며 "여러 정신질환 중에서도 자살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다”고 말했다. 이어 “감당할만한 직무 스트레스라도 지속적으로 쌓이면 신체건강을 해치고 우울, 불안 등을 포함한 다양한 정신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직장 내 우울증이 유독 젊은층에 빈번한 이유에 대해 ‘자존감에 대한 자각이 그만큼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젊은 세대들이 자존감에 대한 감수성이 예민해지면서 ‘낮은 자존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자존감에는 저성장·핵가족화·저출산 등 다양한 요인이 얽혀 있다. 경제성장률과 교육의 영향도 크다.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될수록, 전체주의적 교육을 받은 6070세대보다 개성을 존중받은 8090세대들이 자존감 감수성이 실제로 더 예민하다.

직장인 박미도씨(32)는 “SKY학벌에 연봉 5000만원, 남들이 보면 부족하지 않은 조건을 갖췄음에도 매일 퇴근길에 '왜 나만 불행할까?'라는 생각을 한다“며 ”친구들 모임에 나가도 다들 ‘자존감 바닥’이라는 말을 한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시대적·사회적 요인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난도 서울대학교 교수는 “불경기·저성장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서 미래가 과거보다 나아지고,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을 것이라는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며 “개인이 원자화되고, SNS 발달로 관계가 타자 지향형이 되면서 자존감이 흔들리는 상황이 많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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