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김정호 서울제약 사장 “약을 얇은 필름으로 만들고 세계 최대함량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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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기자
입력 2017-12-0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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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에서 쉽게 녹아 목넘기기 좋아…서울제약, 경쟁력 있는 고함량 제조기술 보유

  • 미용분야·건강기능식품 등 다양한 분야 제품 준비…연 2000억원대 제약사 성장 목표

김정호 서울제약 대표이사 사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제약 본사 1층 로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기업의 성패는 기술력이 좌우한다.’

어디 가나 흔히 들을 수 있는 말 중 하나다. 기업이 기술력을 갖춰야 성공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는 제약사도 마찬가지다. 신약 개발 기술력을 얼마나 갖췄는가는 제약사 성장력을 평가하는 요소 중 하나로 꼽힐 수 있다. 때문에 많은 제약사들이 차별화된 기술력을 갖추고자 심혈을 기울인다.

물론 기술력을 갖췄다고 해서 모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력을 충분하게, 100%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동반돼야 한다. 상용화를 위한 인프라와 사업력, 영업력 등은 기술력이 실제 기업 수익으로 이어지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제약사가 신약 개발과 출시, 성장까지 모두 이뤄내는 과정에는 수많은 장벽이 존재한다.

그러나 김정호 서울제약 대표이사 사장은 ‘기술력’만을 봤다. 2015년 주변 만류에도 불구하고 서울제약을 이끌어가는 수장이 된 그에게 서울제약이 보유한 ‘스마트필름 제조기반기술’은 매력으로 다가왔다.

입에서 녹는(구강붕해) 서울제약 스마트필름은 32mm x 27mm, 두께 약 160μm(마이크로 미터) 크기에 치료성분 140.45mg을 담는다. 구강붕해 필름 제품은 입에서 녹기 때문에 연하(목넘김)장애가 있는 사람과 노인환자에게 유리하고, 지갑 등에 숨길 수 있을 만큼 보관이 편리하다. 그러나 크기와 두께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처럼 고함량을 담아내기가 어렵다. 회사에 따르면, 세계적으로도 서울제약만큼 많은 함량을 입힐 수 있는 기업은 없다. 이 수준의 고함량 제조기술을 보유한 곳은 서울제약이 유일하다.

서울제약은 당시 연간 매출액이 500억원 이하인 회사였지만 김 사장에겐 문제되지 않았다. ‘할 수 있을까’보다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다. 오직 서울제약 기술력에 숨을 불어넣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는 “서울제약 구강붕해필름 제조기반기술을 보면서 처음엔 ‘참 좋다’는 생각만 들었는데 실제로 접하고 나니 더 어마어마한 기술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곧바로 ‘이걸로 돈을 만들면 흥미롭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실천에 옮겼다”고 회상했다.

국내 제약업계는 지난 수십년간 제네릭의약품(복제약)으로 성장해왔다. 복제약이라고 하더라도 낮은 제품 가격과 영업력으로 오리지널 특허의약품과의 경쟁에서 시장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점차 약가와 영업에 대한 각종 규제가 강화되면서 지금은 복제약만으로 미래를 보장받기 어렵게 됐다. 신약이 새로운 생존전략으로 급부상했고, 제약사들은 차별화된 기술력 확보라는 과제를 떠안았다.

김 사장이 서울제약과 인연이 닿은 것도 이 시기다. 김 사장은 서울제약 오너 2세인 황우성 회장으로부터 사장 자리를 제안 받았다. 기술력을 갖춘 서울제약은 김 사장 마음을 사로잡았다. 제약업계가 신약개발을 중심으로 하는 변화와 개혁을 요구받고 있다는 점도 그를 부추겼다. 서울제약에서 그 변화를 이끌어갈 자신이 들었던 그는 취임 이후 사실상 황 회장으로부터 사업 전권을 위임받고 ‘김정호표’ 서울제약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로 취임 이후부터 지금까지 주력하고 있는 것이 ‘인재확보’다. 기업은 구성원인 사람에 의해 성패가 결정된다는 생각에서였다. 기술력이 활용된 제품을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상용화 과정에서 경험을 갖춘 인재들이 있어야 빠르고 수월한 사업진행이 가능하다. 해외진출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중소기업은 규모 특성 상 인재를 모으는 데 한계가 있다. 서울제약이 갖춘 대외적 ‘스펙’도 그리 매력적이지 못했다. 김 사장은 기술력을 내세워 설득했고, 직원 보상체계도 바꿨다. 과거에 근무했던 대웅제약 인맥에게도 손을 내밀었고, 국제 변호사 등 전문가 영입을 위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조금씩 인재들을 영입하면서 ‘함께 일하는’ 문화와 시스템을 갖춰나갔다. 지난 10월에는 사옥 리모델링을 거쳐 업무능률 극대화와 대외적 이미지 개선도 꾀했다. 이제는 조직이 안정화됐고, 날로 역량이 커져가고 있다는 것이 김 사장 생각이다.

김 사장은 “인재 확보도 쉽지 않았지만, 방만한 영업방식을 개선코자 노력했다. 영업예산 동결이라는 과감한 결정과 컨설팅 투자까지 아끼지 않았다”며 “고객을 이해하는 방향의 마케팅으로 조직이 변화되면서 안정화를 이뤘다”고 말했다.
 

김정호 서울제약 대표이사 사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제약 본사 1층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이후 서울제약은 꾸준히 성과를 축적해가고 있다. 화이자, 대웅제약, 산도스 등 유명 제약사들과 공급계약을 체결한 이후 해외 수출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에도 6월 중국 쑤저우광아오 헬스케어와 1100억원 규모의 구강붕해필름 발기부전약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인도네시아 소호와도 90억원 규모의 제품을 공급키로 했다. 중동·북아프리카·북미·중남미 현지 제약사와도 제품공급을 협의 중이다. 여기에는 올해 초 영입한 대웅제약 출신인 박종전 부회장 역할이 컸다.

구강붕해필름 활용범위를 넓히는 시도도 꾸준하다. 일본 연구팀과의 공조를 통해 입 안에서 서서히 녹으면서 입 안쪽 점막을 통해 콜라겐이 효과적으로 흡수되는 제품인 'CH.V'를 개발했다. 이는 알약을 삼키기 어려운 환자를 위해 개발된 구강붕해필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사례다.

김 사장은 “필름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특히 미용분야는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고, 이미 출시를 준비 중인 제품도 있다”며 “필름 내 성분함량을 더 늘리고 더 많은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의약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구강붕해필름의 장점을 살린 제품의 출시를 준비 중이다.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바이오의약품과 백신 등에 대해서도 향후 필름제조기술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산학연구 중에 있다.

이처럼 핵심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하고 효과적 마케팅 전략을 펼쳐 연 2000억원대 제약사로 성장시키겠다는 것이 김 사장의 목표다. 특히 최근 제약사 주요전략 중 하나인 신약기술이전(수출)은 절대 하지 않고 서울제약만의 기술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김 사장은 “3년 이내에 처방의약품 시장에서 지금보다 2배 성장한 연 매출 1000억원, 피부미용 시장에서 연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해내고자 한다”며 “추후 여러 화장품까지 개발되면 중국 시장에도 적극 진출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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