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올 연차 다 쓴다네, 본 받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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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기자
입력 2017-11-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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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7일 휴가 내고 관저에서 휴식

  • 대통령 직접 위로부터 변화 모색

  • 연차 전부 소진땐 경제효과 20조

문재인 대통령[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하루 연차휴가를 내고 관저에서 휴식을 취했다. 문 대통령의 연가 사용은 7월 31일∼8월 4일 닷새간의 여름휴가 이후 115일 만이다. 이에 따라 매주 월요일 오후 2시에 주재하는 수석·보좌관 회의도 열리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5·9 대선 때 ‘연차유급휴가(15일) 의무적 사용’ 및 ‘연차휴가 20일로 확대 방안’ 등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휴식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게 대통령의 지론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그간 사용하지 않던 연차 5∼6일을 모두 쓰면 20조원에 이르는 경제 파급효과가 생긴다. 고용창출 효과도 약 38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말은 공약 실천으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11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장관과 공무원들도 연차를 다 사용할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하고 독려해 달라”며 연차 소진 캠페인의 신호탄을 쐈다. 8월24일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는 ‘청와대 직원의 연가 사용 활성화’ 및 ‘초과근무 최소화’를 위한 내부 지침을 내렸다. 청와대는 ‘연가 사용률’ 항목을 12가지 직원 근무평가 지표 중 하나로 반영했다.

◆“근로자 남은 연차 소진시 20조원 경제효과”

문 대통령의 연차 소진 캠페인에는 복수의 정치적 함의가 담겨 있다. 휴식 있는 삶을 통한 ‘일과 생활의 균형화’라는 담론 이외에도 △노동 존중의 복지사회 초석 △일자리 창출 등의 메시지가 담겼다.

근로자 개인의 휴식권 보장과 국가의 패러다임 전환, 일자리 창출 등을 동시에 잡는 1석3조 효과다. 실제 청와대는 연차의 일자리 창출 효과에 대해 “초과근무 단축 및 연차휴가 활성화에 따른 절감 재원은 인력 충원 등에 활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노동 천시 풍토 탓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만, 이를 통해 이래로부터의 ‘상향식(bottom-up) 변화’를 꾀하겠다는 패러다임 전환의 메시지도 들어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대선 후보 시절부터 노동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실제 그랬다. 2012년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손학규 후보의 ‘저녁이 있는 삶’ 캐치프레이즈에 허를 찔렸던 문재인 캠프는 노동시간 단축 등 ‘휴식 있는 삶’의 보장을 위한 공약에 심혈을 기울였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에도 종종 ‘저녁 있는 삶’을 언급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문재인 대통령의 연차 소진 캠페인에는 복수의 정치적 함의가 담겨 있다. 휴식 있는 삶을 통한 ‘일과 생활의 균형화’라는 담론 이외에도 △노동 존중의 복지사회 초석 △일자리 창출 등의 메시지가 담겼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연말 ‘겨울휴가’ 관측···1년 2번 정례화 만들까

새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서는 ‘휴식 있는 삶을 위한 일·생활의 균형 실현’이 71번째 과제로 들어갔다. 정책적 각론인 △육아휴직 시 첫 3개월의 육아휴직급여 통상임금의 2배 인상 △근로시간 단축 및 특례업종 축소 △근로자의 휴식권 보장 및 장시간 근로개선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근로시간 외 업무 지시 금지 등도 이같은 철학에서 파생했다. 청와대는 정부 출범 이후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지정, 일·가정 양립을 솔선수범했다.

현실은 정반대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 6월 발표한 ‘근로자 휴가실태조사 시행방안 연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은 한 해 평균 14.2일(2013년 기준)의 연가를 보장받지만, 실제 사용률은 60.6%인 8.6일에 그쳤다. 미사용 일수는 5.6일이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고용노동부’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사업장별 연차 미사용(전체 평균 5.6일)을 조사한 결과, △10∼29인 5.1일(부여일 수 13.6일) △30∼99인 6.2일(15.1일) △100∼200인 7.3일(15.9일) △300∼499인 8.1일(16.8일) △500∼999인 8.6일(16.5일) △1000인 이상 8.5일(17.5일)로 집계됐다.

반면 노동시간은 세계 최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2016년 기준)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34개 회원국 중 2위를 차지했다. 이는 OECD 평균 1763시간 대비 306시간 많은 수치다. 1위는 멕시코(2255시간)였다.

이에 문 대통령은 남은 연차를 올해 크리스마스 전후로 소진할 계획이다. 취임 직후인 5월 22일 하루 연가를 냈던 문 대통령은 여름휴가와 이날 연차를 포함, 7일간의 연차를 썼다. 문 대통령에게 남은 연차는 7일이다. 문 대통령은 내달 방중 이후 남은 연차를 ‘겨울휴가’로 대체, 1년에 두 차례 휴가를 만드는 데 앞장설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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