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사이트] 경험을 공유하다, 젊은 100년을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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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규 보험개발원장
입력 2017-11-2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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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성대규 보험개발원장]

2017년 정유(丁酉)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2011년 7월, 삼수 끝에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결정되어 환호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개최일까지 채 100일이 남지 않았다.

지구에 사는 우리끼리만 놓고 보면 누구에게나 같은 시간이 주어질 텐데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점점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생리적으로 노화할수록 시간지각능력과 집중력이 저하되어 같은 시간을 짧게 느끼게 된다지만, 그보다는 호기심이 줄어들고 ‘생애 첫 경험’을 하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특별한 기억으로 남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뇌가 착각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에 훨씬 공감이 간다.

이 말을 거꾸로 해보면 새로운 경험을 자주 한다면 주관적인 시간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말인데, 다행히도 우리는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세대 차이나 공간적 제약을 뛰어 넘어 새로운 경험을 하기에 더 없이 좋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지난 봄에 시골에 갔다가 칠순이 넘으신 어머니가 스마트폰으로 ‘맛있게 장 담그는 법’을 찾아 열심히 읽으시는 모습을 보고 스마트폰의 파급 위력에 새삼 놀란 적이 있다. 유명한 강사의 인문학 강의를 골라 들을 수 있고, 비싼 티켓을 사지 않고도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일방적으로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팟캐스트 방송을 보면서 내 생각을 댓글로 달고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바로바로 의견을 교환한다. 이처럼 모바일 인터넷의 보급은 지식과 정보의 보편화·평준화를 가져왔고, SNS의 대중화는 타인에 대한 개방과 공유문화를 자리 잡게 하였다.

최근에는 이러한 스마트폰·SNS의 대중화에 사용자 기반의 플랫폼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원활용가치의 극대화와 비용감소, 기능적 대인관계를 선호하는 문화트렌드와 맞물려 ‘공유경제’ 붐이 일고 있다.

공유경제는 물건, 공간, 서비스 등을 소유하지 않고도 서로 빌리거나 나누어 쓰는 사회적 경제모델이다. 함께 하는 공동체를 표방하며 지자체에 의하여 정책적으로 도입되기도 하지만, 민간주도의 비즈니스 모델로 활발히 검토되고 있다. 후자의 경우 사업 인허가제도와 충돌이 발생하고 기존 사업자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공간을 빌려주는 사람과 빌리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숙박공유서비스 플랫폼인 에어비엔비(air bed & breakfast)는 여러 나라에서 놀라운 속도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으로 신고하지 않고 영업행위를 하는 것은 위법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호텔, 민박, 펜션 등 기존 숙박업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유경제는 소유를 통해서는 얻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숙박공유의 확산으로 새로운 여행 트렌드가 된 ‘현지에서 살아보기’는 호텔에 묵으면서 이방인으로서 관광지나 박물관을 둘러보던 기존의 여행 방식을 ‘살아보는 여행’으로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현지인의 시각으로 공간을 바라보는 법과 낮선 사람과 만나는 법을 새롭게 정의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 하는 버킷 리스트로 꼽히고 있다. 여행을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여행자에게 방을 공유해 주는 사람도 새로운 경험을 한다. 은퇴한 노부부가 자녀가 쓰던 빈 방을 공유하면서 다양한 나라에서 찾아온 여행자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공유하고 여행자에게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공유경제가 도입되려면 제도 정비와 사회적 수용성이 전제되어야 하고 공유자원을 내 것처럼 소중히 다루는 성숙된 질서의식도 필수적이다. 뿐만 아니라 공유서비스 이용 중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대책도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량생산 및 소비로 인한 자원고갈과 환경파괴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과 실용적인 소비 가치를 최우선시하는 사회적 트렌드에 부응한다는 점에서 공유경제는 매력적임에 틀림없으며 수용 가능한 분야로부터 점차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공유경제의 확산이 도시화와 1인가구의 증가로 개인의 삶이 고립되고 그 어느 때보다 긴 노년기를 보내야 하는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경험의 공유를 통하여 개인과 개인을 이어주고 삶에 활력과 호기심을 불어 넣어줌으로써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대안을 제공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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