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집값 안정화, 규제만이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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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관 기자
입력 2017-11-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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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영관 아주경제 건설부동산부 차장

기원전 81년 중국 한나라 조정에서 '염철론鹽鐵論)' 논쟁이 벌어졌다. 한 무제가 시행한 소금과 철, 술 전매제를 그의 사후에도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었다. 유가사상을 앞세운 젊은 학자들은 백성의 이익에 반한다며 철폐를 주장했다. 반면 고위 관리들은 부국강병의 법가사상을 내세워 국가의 적극적 개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시대는 다르지만 국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해 간섭과 규제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가급적 개입을 최소화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 개입을 통해 시장의 인위적인 부양 혹은 안정화를 시도하자는 쪽과 정부의 인위적 조정이 의도와 달리 부작용을 초래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자율에 맡기자는 쪽으로 나뉜다.  

부동산시장도 이 같은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 정부 들어 6·19 대책에 이어 8·2 대책, 9·5 대책을 잇따라 내놓은 데 이어 10·24 가계부채종합대책까지 등장했다. 이처럼 연일 강도 높은 부동산대책이 나오고 있는데, 시장에서 체감하는 실효성에 대해 의문점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단 과열양상을 빚던 주택 거래를 멈추는 데는 성공한 듯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발표한 10월 아파트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총 3817건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만2878건과 비교해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재개발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된 마포구의 지난달 거래건수는 122건으로 작년 10월(509건)에 비해 76% 감소했다. 시장 과열의 진앙지인 강남구도 같은 기간 71.3% 거래가 줄었다. 너나 할 것 없이 달려들던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멈췄고 관망 분위기가 형성됐다. 부동산 시장에 돈을 투입할지, 아니면 시장을 떠날지 저울질하고 있는 셈이다.

집을 싸게 내놓아야 할 집주인(매도자)들의 움직임도 멈췄다.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 가격이 떨어져야 하는데, 오히려 가격이 오르는 곳도 생겼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 서울 주간 아파트 매맷값은 0.07%에서 0.08%로 커졌고 지방은 0.02% 하락으로 낙폭이 0.01%포인트 줄었다. 오히려 강남구(0.16%)와 서초구(0.14%)는 상승세가 재개될 여지마저 보여주고 있다.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책 발표 때 주춤했던 집값이 시간이 흐르면서 슬금슬금 오를 채비를 갖추는 것이다. 올들어 집값이 1억원 오른 아파트가 대책 발표 때마다 500만~1000만원 가격을 낮춰 급매물로 나온다고 가격 안정화가 실현되는 건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장 참여자들도 있다.

부동산문제는 앞서 정부 정책 실패 사례를 통해 세금폭탄과 대출규제 등으로 풀기 어렵다는 것이 증명된 바 있다. 그동안 수요를 통제할 경우 부동산경기 위축→주택공급 축소→집값 상승의 악순환을 초래해 정책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인위적인 가격규제는 부작용이 너무 커서 좋은 해법이라고 할 수 없다. 규제 정책의 반짝 효과는 있겠지만 길게 갈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집값 진앙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3구의 경우 일시적으로 투기 수요가 위축되어도 결국 장기적으로 공급 부족 문제가 쌓이고 쌓여 어느 시점에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은 높다. 최근 청약시장에 불었던 강남 재건축 일반분양 인기는 그만큼 수요가 탄탄하다는 방증이다. 이를 해소하려면 강남에 공급을 늘릴 환경을 만들어주거나, 강남을 제외한 지역의 주거환경 인프라를 끌어올려야 하는 정교한 작업이 필요하다.

투기억제 대책이 성공하려면 투기적 거래만 막고 정상적인 거래는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발표된 대책들은 투기와 정상거래를 구분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단죄하는 경향이 있었다. 투기꾼 잡자고 전 국민을 경기 위축의 피해자로 만드는 것은 소탐대실이다.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부작용만 낳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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