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4 대책 일주일][르포] 이 난리에 웬일이야 '모델하우스' 40만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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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주 기자
입력 2017-10-29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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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0·24 가계부채 대책'에 금리 인상 가능성 높아지면서 강남 재건축 ‘눈치 싸움’ 이어가

  • - 모델하우스엔 대출 규제 전 몰려든 수요자로 인산인해...‘고덕 아르테온’ 하루 1만2000명 몰려

‘10·24 가계부채 대책’이 발표된 첫 주말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반포 아파트 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가 몰려 있는 상가 모습. [사진=오진주 기자]


“매도자는 매물을 내놓지도 않고, 매수자들은 적극적으로 움직이지도 않고 있습니다.”(서울 서초구 반포동 A공인중개업소 대표)

‘10·24 가계부채 대책’이 발표된 후 첫 주말, 강남권 재건축 단지와 모델하우스의 명암이 엇갈렸다. 다주택자를 타깃으로 한 ‘8·2 부동산 대책’에 이어 가계부채 대책으로 돈줄까지 조이면서 관망세가 짙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모델하우스는 내년 1월 본격적인 대출 규제가 시행되기 전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수요자가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27일 찾은 서초구 신반포 2~4차 아파트 인근 상가는 여느 때처럼 학교를 마친 뒤 귀가하는 중·고등학생들의 발걸음만 이어졌다. 상가 안은 공인중개업소들로 가득 차 있지만 간간이 분위기를 묻는 전화가 울릴 뿐이었다.

지난 24일 정부가 '빚 내서 집 사는 시대는 끝났다'며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한 이후 부동산 시장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특히 조합원 간 지위 양도가 금지되면서 하락세를 걸었던 강남 재건축 단지는 추석 이후 반등 기미를 보이다가 가계부채 대책으로 매도자와 매수자 간 눈치 싸움에 돌입하면서 다시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집값은 안 떨어지는데 지켜보기만”

지난달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고 불렸던 반포주공1단지 수주전에서 현대건설이 승기를 잡으며 달아올랐던 서초구 반포동 일대는 추석 이후 거래가 뜸해지고 있다.

신반포 13차 아파트 인근에 위치한 B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가계부채 대책 발표 이후 분위기가 위축되면서 거래가 뜸해지고 문의 전화도 많이 줄었다"며 "전·월세 움직임까지도 줄어들었다. 세입자 가운데 재계약하거나 아예 신도시로 이사 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맷값이 잘 안 떨어지다 보니 실소유자도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며 "내년 초 다주택자들의 물량이 쏟아진다고 하니까 매수자들도 기대 심리가 작용해 구입을 꺼린다"고 덧붙였다.

신반포 2차 아파트 인근에 위치한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다음 달 기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압박이 커지고 있다"며 "금리가 인상되면 자금 조달에 부담을 느껴 매수자들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 급매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며 "한 번 집을 팔고 나면 다시 반포에 입성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올해까진 매맷값 하락세 없이 관망세가 이어진다는 것이 현장 공인중개업자들의 전망이다. B공인중개업소 대표는 "2005년에도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그해에는 집값이 떨어지지 않았다. 2006~2007년에 집값이 떨어졌다"며 "이번 규제는 그때보다 더 강력하니까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소강 상태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A공인중개업소 대표도 "8·2부동산 대책으로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면서 거래할 수 있는 물건 수가 줄어들다 보니 남은 물건에 몰려 거래가 끊겨도 매맷값이 내려가지 않는다"며 "내년 상반기까진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서울 서초구 신반포 14차 아파트는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사진=오진주 기자]


◆개포주공 1~4단지 일부 거래 가능··· 매수자 “가격 조정 지켜보겠다”

1단지부터 4단지까지 빠른 사업 속도를 내고 있는 개포주공아파트는 단지별로 분위기가 조금씩 다르다. 이주를 앞두고 다음 달까지 거주자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1단지는 8·2 대책에 따라 2004년 이전 소유한 조합원들에 한해 거래가 가능하다. 1단지 인근 C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시장에 물건이 없어 매맷값이 떨어지진 않는다"며 "8·2 대책 이후 2~3주가량 매맷값이 떨어졌다가 대책 이전 가격으로 회복했다"고 말했다.

4단지 인근에 위치한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도자는 급할 게 없고, 매수자는 가격이 조정될 때를 지켜보자는 분위기"라며 "1단지는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나면 초과이익환수제로 인한 가격이 반영돼 매맷값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거래가 뜸한 건 사업 초기 단계인 6·7단지도 마찬가지다.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6·7단지가 1~4단지에 비해 매맷값이 싼 것도 아닐뿐더러 아직 분담금이 얼마나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지켜보겠다는 매수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 26일 35층 재건축으로 선회한 은마아파트는 사업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문의 전화가 늘고 있다. 단지 상가 내 공인중개업자들은 전화를 너무 많이 받았다며 피곤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현재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는 15억2000만원에서 15억6000만원 사이에 매맷값이 형성돼 있지만, 호가가 16억원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이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3단지를 재건축해 공급하는 '고덕 아르테온' 모델하우스에 방문객들이 줄 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강동구 ‘고덕 아르테온’ 모델하우스, 하루 동안 1만2000명 방문

한편 올해 가장 많은 모델하우스가 문을 연 27일에는 곳곳에 방문객이 몰렸다. 가계부채 대책이 시행되기 전 분양받자는 실수요자와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섞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강동구 고덕주공 3단지를 재건축하는 '고덕 아르테온' 모델하우스에는 27일 하루 동안 1만2000여명이 다녀갔다. 추석 전에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줄이 개관 시간 전부터 늘어섰다. 오전에만 상담 대기표가 400건에 달했으며, 방문객은 유닛을 보기 위해 1시간 이상 줄을 서야 했다.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이 공급하는 이 아파트는 총 4066가구 가운데 1397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이는 그동안 강남권에서 공급됐던 재개발 일반분양 물량에 비해 많은 편이어서 주로 내 집 마련을 위한 실수요자들이 모델하우스를 찾았다.

여기에 지난해 9월 고덕주공 2단지를 재건축해 분양한 '고덕 그라시움'에 웃돈이 1억원가량 붙으면서 '로또 아파트'를 노린 투자자들까지 뛰어들었다. 고덕 그라시움은 3.3㎡당 평균 2338만원에 분양돼 고덕 아르테온의 분양가(2346만원)와 8만원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분양 관계자는 "옆 단지에 1억원의 웃돈이 붙었다고 하니 시세 차익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라며 "강동구는 투기지역이기 때문에 단기 투자를 할 순 없지만 분양 받아 등기까지 마칠 생각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사람들도 찾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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