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중양절(重陽節)과 등고회(登高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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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용 성균관대 초빙교수
입력 2017-10-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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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주용 성균관대 초빙교수

며칠 있으면 음력 9월 9일 중양절(重陽節)이다. 날짜와 달의 숫자가 같은 날인 3월 3일, 5월 5일, 7월 7일, 9월 9일 등을 '중일(重日)', '명절(名節)'이라 하는데, 홀수인 양수(陽數)가 겹치는 날은 모두 중양이지만 그 가운데 특히 9월 9일을 가리켜 중양이라고 한다. 또 '중구(重九)' '삼삼일(三三日)' '국신(菊辰)'이라고도 하며, 진(晉)나라 환온(桓溫)이 중양절을 맞이해 그의 막료(幕僚)와 함께 용산(龍山)에 오른 적이 있으므로 중양절 모임을 '용산지회(龍山之會)'라 부르기도 한다.

중양절에는 '등고회(登高會)'라는 중요한 행사를 하는데, 이날 사람들이 붉은 주머니에 수유를 담아서 팔뚝에 걸고 높은 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시며 재액(災厄)을 소멸시켰다고 한다. 이에 관한 내력은 선인 비장방(費長房)의 고사에서 온 것으로, 대략 다음과 같다.

후한(後漢) 때 환경(桓景)이라는 사람이 일찍이 선인 비장방에게 가서 유학했는데, 하루는 비장방이 환경에게 "9월 9일 너의 집에 재앙이 있을 것이니, 급히 가서 집안사람들로 하여금 각각 붉은 주머니에 수유를 담아서 팔뚝에 걸고 높은 산에 올라가서 국화주를 마시게 하면 재앙을 면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환경이 그의 말에 따라 9월 9일 온 가족을 거느리고 높은 산에 올라갔다가 저물녘에 내려와 보니 과연 닭과 개, 소와 양 등의 가축만 일시에 다 죽어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때 국가적인 향연이 벌어지기도 했고, 조선 세종 때에는 3월 3일과 중양을 명절로 공인하고 중양절을 무척 중요하게 여겨 늙은 대신들을 위한 잔치인 기로연(耆老宴)을 추석에서 중양절로 옮겼다. '구일제(九日製)'라는 특별 과거시험을 실시하기도 했다.

당나라 시인 왕유(王維)는 17세 때 장안에 있으면서 '구월 구일 산동의 형제를 생각하며(九月九日憶山東兄弟)'라는 시를 지었다. 중양절이라 온 가족이 모여 높은 곳에 올라 술을 마시며 즐겁게 하루를 보낼 텐데 자신만 홀로 떨어진 고독한 신세라는 내용이다. 

獨在異鄕爲異客(독재이향위이객) 홀로 타향에서 이방인 되니
每逢佳節倍思親(매봉가절배사친) 명절 될 때마다 친척이 더욱 그립다
遙知兄弟登高處(요지형제등고처) 멀리서도 알겠지, 형제들 높은 곳에 올랐을 때
遍揷茱萸少一人(편삽수유소일인) 모두 수유꽃 머리에 꽂는데 한 사람 빠졌음을

이번 주말 중양절에 가족들과 함께 가까운 뒷산에 올라 단풍 구경하면서 가족 간의 화목도 다지고 재액도 물리치는 즐거운 시간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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