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G1 향한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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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근 기자
입력 2017-10-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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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빈자리 파고드는 중국

  • 美, TPP·유네스코·파리기후협약 등 잇단 탈퇴

  • 세계 리더십에 '틈'…흔들리는 美, 강해지는 中

  • 시진핑, 중국夢 실현으로 G1 노려

중국이 ‘G1’을 향한 시동을 걸었다. G2로 불리는 중국이 G1이 되는 것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구상하는 ‘중국의 꿈(中國夢)’ 결정판이다. G2(Group of 2)는 중국이 초강대국인 미국과 더불어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나라라는 의미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시 주석은 중국이 세계 최고 국가로 등극하는 시점을 2050년으로 못 박았다. 33년 남았다. 시 주석은 지난 18일 베이징에서 개막된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이하 당대회) 업무보고를 통해 중국을 2050년까지 종합 국력과 국제 영향력에서 세계의 선두에 서는 ‘현대화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이를 위해 시 주석이 내세운 키워드는 ‘신(新)시대’였다. 204분간 이어진 연설에서 무려 36차례나 언급했다. 시 주석은 “중국의 특색사회주의가 신시대에 들어섰다”고 선언한 뒤 3개의 치라이(起來·떨쳐 일어나다는 의미)를 언급하며 신시대를 설명했다.

잔치라이(站起來·떨쳐 일어섬), 푸치라이(富起來·부유해짐), 창치라이(强起來·강대해짐)가 그것이다. 시 주석이 밝힌 신시대는 마오쩌둥의 잔치라이, 덩샤오핑의 푸치라이를 넘어 창치라이를 이루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중국은 시 주석의 창치라이를 이루기 위해 어떤 전략을 쓸까. 투 트랙 전략을 쓸 가능성이 높다. 하나는 내부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외부 전략이다.

내부 전략으로는 중국의 군대가 세계 일류가 되는 것을 의미하는 강군몽(强軍夢)을 비롯, 공급 측 개혁(생산자, 또는 공급자들의 생산효율을 개선해 경제발전을 유도한다는 국가 시책)과 국유기업 개혁, 금융 개혁 등 경제 체질 변화와 개혁 심화를 통해 부강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시코노믹스(시진핑+이코노믹스)도 있다.

시 주석은 지난 18일 당대회에서 2035년까지 국방 현대화를 실현하고 금세기 중반(2050년)까지 세계 일류 군대로 만들겠다는 강군몽(强軍夢)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외부로는 어떤 전략을 쓸까. 현재 세계 G1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의 빈자리를 노리는 것이다. 미국이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보호무역 표방과 대외 원조 축소 등 ‘세계의 경찰’ 지위를 스스로 포기하면서 생긴 공백을 적극적으로 메움으로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전략이다.

미국은 지난 12일 이스라엘과 함께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탈퇴를 선언했다. 창립을 주도한 미국이 스스로 문을 걷어차고 나간 것에는 유네스코가 미국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불만이 배경에 깔려 있다.

미 국무부는 “이번 결정은 유네스코의 체납금 증가, 유네스코 조직의 근본적 개혁 필요성, 유네스코의 계속되는 반(反) 이스라엘 편견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반영한다”고 탈퇴 이유를 설명했다. 탈퇴 효력은 유네스코 규정에 따라 내년 12월 31일부터 발효하게 된다.

미국은 유네스코의 최대 후원국이어서 유네스코 운영에 타격이 예상된다. 미국의 유네스코 예산 부담 비율은 22%로 가장 많다. 연간 8000만 달러다. 일본이 9.6%로 그 뒤를 잇는다.

유네스코는 유엔 산하 최대의 전문기구다. 교육, 과학, 문화 등 지적 활동분야에서의 국제협력을 촉진함으로써 세계평화와 인류 발전을 증진시키기 위해 1945년 11월 세계 37개국이 모여 창설됐다. 정치적 입장이 강한 유엔은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지만 문화·교육기구인 유네스코는 프랑스 파리에 본부가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번 탈퇴로 유네스코의 정회원국은 193개국으로 줄었다.

미국이 유네스코 탈퇴를 선언하자 중국이 반색하고 나섰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유네스코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며 “중국은 회원국과 협력해 유네스코에서의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유네스코의 세 번째 자금 분담국이다. 7.9%의 자금을 대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성명을 발표한 다음날인 14일 “중국은 더 많은 분담금을 부담하는 등 유네스코 활동을 더욱 늘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가장 많은 분담금을 내던 미국의 유네스코 탈퇴로 중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유네스코에 관심이 많다. 1945년 출범 때부터 함께했다. 중국의 유네스코 등재 세계유산 숫자는 52개로 이탈리아(53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시진핑 주석도 2014년 파리 유네스코 본부를 직접 방문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도 유네스코의 여성 교육을 위한 캠페인의 특별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미국은 유네스코 탈퇴 선언에 앞서 지난 6월에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규제하는 파리기후변화협약도 탈퇴했다. 미국이 온실가스 축소 노력의 결정체인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자 중국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쾌재를 불렀다.

당시 유럽을 방문 중이던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기후변화와 싸우는 것이 중국의 책무”라고 말했다. 리 총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함께 중국과 유럽연합(EU)이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챔피언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챔피언은 그동안 미국이 자임했던 자리였다.

미국은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이전인 지난 1월 23일(현지시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Trans-Pacific Partnership)에서 탈퇴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TPP 탈퇴 계획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우선주의’ 원칙에 입각해 개별국과 양자 무역협정을 체결하겠다는 의도다.

TPP는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2개국이 참여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으로,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추진해왔다. 미국의 탈퇴로 TPP 회원국은 일본과 캐나다, 호주 등 모두 11개국이다.

미국의 이같은 노골적인 보호무역 정책은 아시아에서 중국의 입지를 더욱 넓혀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세계 무역질서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급속히 이동해가고 있는 분위기다.

마이클 프로먼 전(前)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일본 최대 공영방송사인 NHK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TPP 탈퇴는 최근 수년간의 실수 중에서 가장 큰 전략적 실수”라며 “미국의 TPP 탈퇴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통상정책 주도권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제로 그런 일이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구상 등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사용해 매우 강력한 지역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유네스코와 파리기후변화협약, TPP 등 국제기구와 협정에서 잇따라 탈퇴하면서 ‘국제 외톨이’를 자처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제 무역질서도 일방적으로 흔들고 있다. 오랜 세월 쌓아온 미국의 지도력을 스스로 훼손시키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유력지인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유네스코 탈퇴를 선언하자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 정책이 ‘미국 왕따’를 낳고 있다”며 “미국의 잠재적 라이벌인 중국에 ‘세계의 리더십’이라는 큰 선물을 주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의 역할에도 의구심을 품고 있다. 미국은 지금 세계은행과 불화를 겪고 있다. 미국이 세계은행의 중국에 대한 대출 적정성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지만 세계은행이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우리는 중국의 발전을 도울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얻는 교훈이 다른 개발도상국들을 돕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된다”며 “대중국 대출은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는 반론을 내놨다.

김 총재는 또 “미국 등 세계의 일부 국가들이 자국으로 향하고 있을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연초 다보스 포럼에서 중국이 자유무역의 챔피언이 되겠다고 선언한 것은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이미 세계는 글로벌화 돼 있는데, 세계화를 거부하는 것은 바다의 물을 강으로 되돌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미국에 대놓고 쓴 소리를 한 것이다.

미국의 최근 행태는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지는 틈을 활용해 세계에 리더십을 행사하려는 중국에 큰 기회를 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최근의 분위기에서 자신감을 얻은 중국이 무역 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국은 자유무역에서도 챔피언을 자처하고 나섰다. 시진핑 주석은 올해 1월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열린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중국이 자유무역의 수호자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자유무역의 수호자’ 자리를 누려왔던 점을 감안하면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중국은 '미국 우선주의'로 국제 외톨이를 자처하는 미국과는 달리 정반대의 행보를 취하고 있다. 국제기구에서의 적극적인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다. G1을 향해 나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다. 때로는 인산인해(人山人海)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이달 중순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IMF와 WB 연차총회 회의장에는 중국 관료들이 미국 관료보다 더 많은 것 같다고 외신들이 전하기도 했다. 중국이 그만큼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세계적인 박람회장에는 “중국만 보인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대규모의 화려한 부스를 자랑한다.

중국은 그동안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을 써 왔다. ‘칼날의 빛을 감추고 어둠속에서 힘을 기른다’는 의미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길러오던 중국이 마침내 그 때를 만났다. 경제적, 군사적으로 힘을 키워오던 중국은 이제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이 칼을 뽑아들기 시작했다. 칼날의 빛이 사방에 번쩍인다. 시진핑 주석은 ‘분발유위(奮發有爲·분발해 성과를 이뤄낸다)’를 외친다. 미국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세계의 리더십이 미국의 워싱턴에서 중국의 베이징으로 이동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시진핑 주석이 정한 G1 등극 시점이 10년 쯤 빨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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