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회장 별세]11년간 접어뒀던 태양광 사업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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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입력 2017-10-22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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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년 화학 외길 이수영 회장의 경영철학(2)

이수영 OCI그룹 회장이 창립 50주년을 맞은 지난 2009년 4월 8일 서울 소공동 본사에서 열린 신 CI 선포식에서 새로운 사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OCI그룹 제공]


“차차차.”

이수영 OCI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차차차”를 강조했다. ‘기회(Chance), 변화(Change), 도전(Challenge)의 약자다. “기회(Chance)가 오면 반드시 잡는다’ ‘변화(Change)를 두려워 말라’, 그리고 ‘도전(Challenge)정신을 가지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수영 OCI 회장은 2006년 태양광 사업 진출을 결정했다.

태양광 사업 카테고리 가운데에서도 그가 주목한 분야는 태양광을 전기 에너지로 바꿔주는 태양광 전지의 핵심 소재 ‘폴리실리콘’이었다. 태양광 산업의 ‘쌀’로 불린다.

이 회장이 마음을 굳힌 이유는 간단했다. 그는 신사업을 추진할 때 △품목을 선정할 때 우리 산업에 꼭 필요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분야에만 진출하고 △모든 제품은 자체적으로 개발·생산하며 △국내보다는 외국과 경쟁을 벌여 이길 수 있는 분야 등 세 가지 기준을 두고 검토했다고 한다.

당시 폴리실리콘 세계시장은 미국 헴록, 독일 바커, 일본 도쿠야마 등 소수업체가 대부분을 독점했지만 만성 공급부족 상황에 빠져 있었다. 또한 국내기업 가운데에는 이 시장에 진출한 기업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내수시장에서 경쟁할 염려도 없어 기준에 딱 맞아 떨어졌다.

사실 이 회장은 회장 취임 이전인 1990년대 초반부터 이미 폴리실리콘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사내 연구·개발(R&D) 조직과 함께 1995년 폴리실리콘 양산 기술은 1995년경에 자체 개발을 완료했다. 그런데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닥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접어야만 했다. 당장은 어렵지만 언젠가는 꼭 하고 싶었던 그는 늘 준비하며 기회를 엿봤다. 그리고 11년간 고민 끝에 이제 시기가 됐다고 확신하고 결정했다.

◆IMF 위기로 중단, 양산 개시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
문제는 초기 투자비용이 크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내부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이 회장은 OCI의 미래, 더 나아가 한국경제에 기여하기 위한 결단은 어느 정도 위험을 감내해야 한다면서 임원들을 설득했다. OCI 임직원들은 돌다리도 두들겨 가면서 간다는 ‘개성상인’의 후예인 이 회장이 이렇게 강하게 의지를 밀어붙인 것은 거의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다고 한다.

진출 3년 만인 2008년 OCI는 폴리실리콘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다. 이로 인해 치솟던 유가가 급락했고, 고유가의 대안인 신재생 에너지 산업은 하루 아침에 매출이 끊겨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줄도산 사태가 벌어졌다. OCI도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었고, 시장에서도 무모한 사업을 벌였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 회장은 뚝심으로 사업을 키워나갔다. 그 결과 OCI는 현재 글로벌 3위 폴리실리콘 업체로 성장했다.

이어 태양광 발전 사업에도 도전, 2012년 400㎿ 규모의 미국 알라모 태양광 발전소 계약을 수주하고 지난해 성공리에 완공했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수주한 최대 규모 사업인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후 축적된 비법과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와 중국, 북미 등 세계시장을 개척했다.

◆미래지향 기업으로 변신
OCI는 2009년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그해 동양제철화학을 현재의 사명으로 바꿨다. 이 회장은 직원들에게 “사명 변경은 상호의 제철이나 화학의 이미지로 인한 핵심사업 영역에 대한 오인 가능성을 극복하고 국내외 다른 상호 사용에 따른 기업 정체성의 혼란, 한자로 이뤄진 사명의 보수적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OCI그룹은 홈페이지에서 소개하는 사업군 순서는 △신재생에너지 △무기화학 △석유석탄화학 △정밀화학 △단열재다. 모태사업인 무기화학과 이 회장이 키워낸 석유석탄화학 보다 태양광 사업이 속한 신재생에너지가 맨 앞에 있다. OCI는 이제 ‘석유화학’ 보다 ‘신재생 에너지’라는 이미지가 더 강하다.

이 회장의 의지 덕분에 OCI는 미래를 지향하는 첨단기업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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