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ㆍ카탈루냐, 분리독립 추진하다가 궁지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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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7-10-17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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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이라크 바드다드에서 북쪽으로 290km가량 떨어진 키르쿠크주 정부청사 앞에서 이라크 군인들이 V자를 그리면서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이라크군 대변인은 이날 쿠르드자치정부가 사실상 지배하던 키르쿠크 지역 점령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사진=AP연합]


스페인 카탈루냐와 이라크 쿠르드가 국민투표를 통해 야심차게 분리독립을 추진했지만 무산될 위기에 몰리고 있다. 이라크는 정부군을 투입해 쿠르드자치정부(KRG)가 실효지배하던 유전지대 키르쿠크를 점거하며 압박했고, 스페인 정부는 카탈루냐에 19일 오전까지 독립여부를 명확히 밝히라며 두 번째 최후통첩을 날렸다. 

◆이라크, 키르쿠크 빼앗아 쿠르드 압박 
 
월스트리트저널(WSJ)과 AFP 등 주요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쿠르드의 분리독립 절대불가라는 방침을 내세운 이라크는 15일 밤(현지시간) KRG가 차지하고 있던 유전지대 키르쿠크에 대한 기습 점령에 나섰다. 쿠르드족의 분리독립을 둘러싸고 갈등이 고조되던 가운데 양측의 군사적 충돌이 빚어지는 사태에 이른 것이다. 

키르쿠크는 KRG의 자치권이 공인된 지역은 아니지만 KRG의 군조직인 페슈메르가가 2014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를 막아낸 뒤 사실상 KRG의 통치 아래 있었다. 지난달 독립투표에도 참여해 쿠르드 독립을 지지한 바 있다.

그러나 KRG의 분리독립 움직임이 거세지자 이라크 정부는 15일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민병대와 이라크 정예부대를 앞세워 키르쿠크로 진군했다. 페슈메르가와 교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주요 군기지와 공항, 국영석유회사 등을 차례로 점거했다. 페슈메르가는 크게 저항하지 못한 채 퇴각했고 쿠르드계 주민들도 KRG 공식 자치권역으로 대피하는 행렬에 나섰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KRG가 키르쿠크의 주요지역을 상실함에 따라 사실상 KRG의 독립이 실현되기 어려워졌다고 전망했다. 또한 이라크와 쿠르드의 갈등으로 이라크 내 IS 격퇴전에 쏟아야 할 힘이 분산될 것을 우려하여 국제사회도 쿠드르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 백악관에서 “우리는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있지만, 그들이 충돌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척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페인, 카탈루냐에 "19일까지 말미···이후엔 헌법 의거 조치" 

스페인에서는 카탈루냐 독립을 둘러싸고 큰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정치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스페인 중앙정부는 카탈루냐에 19일까지 분리독립 여부를 명확히 밝히라면서 두 번째 최후통첩을 보내는 한편 분리독립 운동을 주도한 시민단체 대표 2명을 구속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스페인 사법당국은 주도적으로 분리독립 운동을 추진한 대표적인 시민단체 움니움쿨투랄과 카탈루냐의회의 대표 2명을 불법시위 선동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의 구속 소식에 바르셀로나에서는 반정부 움직임이 고조될 가능성이 포착됐다. 이날 카탈루냐 자치정부 청사 밖에서는 수백명의 분리주의자들이 모여서 스페인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같은 소식은 카탈루냐 자치정부와 스페인 중앙정부가 카탈루냐 문제와 관련해 서로에게 공을 떠넘기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16일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수반은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카탈루냐의 독립 추진을 두 달 동안 유예하겠다면서 대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라호이 총리는 카탈루냐에 오는 19일 오전 10시까지 독립선언 여부를 뚜렷이 하라면서 반격했다. 그는 만약 이번에도 카탈루냐가 독립을 명확히 밝히지 않을 경우 스페인 헌법에 의거하여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헌법을 위반하고 중앙정부에 불복종하는 자치정부를 상대로 정부가 자치정부 관료 해임 및 지방경찰 장악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허용하는 스페인 헌법 제155조를 언급한 것이다.

푸지데몬 수반이 공식적인 분리독립 선언을 미루는 것과 관련해 유라시라 그룹의 페데리코 산티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카탈루냐 자치정부로선 유럽연합(EU)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긴장이 고조되고 중앙정부가 도발하기를 기다리는 것”이라면서 “그래야 카탈루냐가 협상에서 독립에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EU는 양측의 대화를 촉구하되 카탈루냐 독립시 후폭풍을 우려해 카탈루냐를 지지하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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