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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상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 대표
입력 2017-10-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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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학상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 대표이사

[사진=이학상 교보라이프플래닛 생명보험 대표이사]

금융업계는 보수적이다. 타인의 돈을 다루기 때문이다. 금융권 중에서 보험업계는 특히 더하다. 기본적으로 장기상품이 많아 고객의 계약을 평생 관리해야 하고 생애주기별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리스크를 대비하는 생명보험의 특성상 어느 정도는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20여년간 보험업계에 몸담아온 필자는 4년 전 국내 최초의 인터넷 전업생보사를 설립하면서 누구보다 진보한 디지털 경쟁력을 갖추고, 인터넷보험업계를 선도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20~40대의 젊은 직원들이 워낙 많고 창의적이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중요한 회사이다 보니 기존 보험사 특유의 보수적이고 수직적인 분위기는 애초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우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설립 초기부터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의 일반적인 직급체계를 없애고 모두 '매니저'로 통일해 보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만들었다. 매주 금요일마다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탄력근무제와 여름철 남자직원들의 반바지 착용이 가능한 자율복장제도도 도입했다. 유연한 근무환경을 도입한 이후 직원들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진 것은 물론이다.

사실 이 같은 제도 마련도 중요하지만 더욱 근본적인 것은 임직원 간의 소통에 대한 가치관이 변해야 한다는 점이다. 무조건 윗사람의 지시에 따르는 권위적인 톱다운 방식이 아니라 평소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한 분위기를 만들어야 조직의 발전이 있다. 또한 신속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을 때 절차상 보고를 거듭하느라 문제 해결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보다는 오히려 실무 담당자들이 부서 간 칸막이를 넘어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아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소통의 중요성은 기업과 고객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통상 기업은 고객들에게 마케팅 활동과 각종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보내고 고객의 행동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고객이 먼저 기업에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쌍방향으로 의견을 나누며 '함께 놀'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지난해 고객 참여형 플랫폼을 열었다. 일종의 '오픈 이노베이션'(고객들의 아이디어와 경험을 서비스나 상품에 반영하는 것)을 시도한 것이다. 고객들이 회사에 바라는 점이나 의견을 제안하면 즉각적인 답변을 받을 수 있으며, 가입 후기를 남기거나 눈에 띄게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제공하면 현금화가 가능한 멤버십 포인트도 쌓을 수 있다.

이런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시도가 초기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없어도 점차 고객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통해 상품과 서비스가 개선되거나 기업이 변화하는 성공사례가 늘어난다면 자연스럽게 고객의 신뢰와 만족이 확대될 것으로 믿는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비대면 금융시대를 맞아 모두가 '디지털 퍼스트'를 외치며 바쁘게 디지털화에 나서고 있지만 생명보험의 기본은 어디까지나 사람이다. 어찌 보면 단순한 원리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소통의 힘이야말로 사람이 중심인 기업의 가장 큰 성장 동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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