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터넷 문학, 세계 주류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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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중근 기자, 인민화보 어우양줘취안(歐陽左權) 기자 공동취재
입력 2017-10-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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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주류’에서 ‘인터넷 문학 천국’으로 상전벽해

  • 이용자수 3억400만 명, 시장규모 한화 82조 원

  • 미국의 中 인터넷 소설 번역 사이트 하루 50만 명 접속

‘비주류에서 막 자란 장르’에서 ‘인터넷 문학 천국’으로.

한때 비주류로 희화화되던 중국 인터넷 문학이 이제 인류 문학사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해 나가고 있다. 중국에서 인터넷 문학이 본격적으로 대두된 것은 1990년대 후반이다. 불과 20년 사이에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인터넷 문학 독자들이 책 읽어주는 디지털 상품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인민화보 제공]



중국은 창작과 독서 열기에 있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인터넷문학의 천국이 됐다. 수많은 작품이 생산되고 있고,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창작 시도로 대중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중국에서 인터넷 문학을 이용하는 네티즌은 전체 이용자 7억3100만 명 가운데 45.6%인 3억33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을 통한 이용자는 3억400만 명이었다. 수백 곳에 달하는 인터넷 문학 사이트에는 2억 자(字)의 작품이 매일 갱신되고, 일 평균 조회수도 15억 회가 넘는다.

중국의 인터넷 문학시장 규모는 이미 지난해 5000억 위안(약 82조4500억 원)을 돌파했다. 인터넷 소설은 책으로 출판되거나 영화로 각색되기도 하고,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오디오북 등 각종 관련 제품으로 재탄생되며 방대한 ‘인터넷+(인터넷 플러스)’ 산업을 형성하는 동시에 대중 엔터테인먼트 시장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중국 인터넷 소설은 이제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러시아, 미국, 캐나다, 영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지에는 중국 인터넷 소설에 열광하는 ‘팬덤(fandom‧팬들이 결성한 모임)’까지 생겨났다.

미국의 중국 인터넷 소설 번역 사이트 ‘우샤월드(Wuxiaworld)’는 전세계 100여 개국의 팔로어 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사이트 접속자 수도 하루 50만 명을 넘는다. 역사와 로맨스뿐 아니라 판타지, SF, 게임 등 각종 장르를 망라하며 수많은 구미 지역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인터넷 문학이 이처럼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중국의 관련 부처가 인터넷 문학 발전과 관련된 각종 조치를 잇따라 내놓았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의 사회주의 문화예술 번영과 발전에 대한 의견’이다.

정부는 ‘의견’을 통해 인터넷 문화예술 발전과 관리, 지원을 병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여기에 우수 인터넷 문예 콘텐츠 유통 계획을 추진하고 양질의 작품 창작을 장려해 인터넷 문학의 단계적인 성장과 발전을 이뤄가겠다고 제시했다.

중국의 신문과 출판, 라디오, TV를 총괄하는 국가광전총국(國家廣電總局)과 중국 작가협회는 지난 2015년부터 ‘우수 인터넷 문학 원작 홍보’ 행사와 ‘중국 인터넷 소설 랭킹’을 발표하고 있기도 하다.

중국 인터넷 문학이 부상할 수 있었던 또 다른 핵심 요소는 바로 시장 매커니즘이다. 창작과 유통,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진 것이다. 중국 인터넷 문학이 방대한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경제적 원동력이기도 하다.

중국 인터넷 문학의 부상은 인터넷 문화자본시장이 낳은 필연적 결과물이다. 네티즌은 인터넷에서 자신의 작품을 자유로이 발표하고 즉각 공유할 수 있다. 또 이를 통해 경제적 이득은 물론 ‘부호작가 랭킹’에 올라 명예와 이익을 동시에 거머쥘 수도 있다. 이런 시장 매커니즘이 수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너도나도 인터넷에 글을 올리게 한 중요한 창작 동기다.

이제 인터넷 문학은 원작에서부터 영화·드라마·게임·애니메이션·서적·공연·오디오북·콘텐츠 상품 등으로까지 산업사슬이 확장되는 ‘롱테일 효과(longtail effect‧80%의 주목받지 않은 제품으로부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는 논리)’를 일으키고 있다. ‘소비자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외국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10대 중국어 인터넷 소설책 명단’이 공개됐다. 외국 독자들도 중국 독자와 마찬가지로 인터넷 소설을 ‘란원(燃文·‘기분을 짜릿하게 만드는 글’이라는 뜻)’이라 부른다. 이들은 업데이트를 독촉하는 글을 올리는가 하면, 성격 급한 독자의 경우 개인적으로 비용까지 들여가며 역자에게 번역을 재촉하기도 한다.

2004년부터 창작을 시작한 유명 인터넷 소설작가 탕자산샤오(唐家三少)는 그동안 4000만 자가 넘는 분량의 소설을 집필하고 160권이 넘는 책을 출간했다. 130개월 연속으로 업데이트를 이어가기도 했다.

그가 최근 인터넷 문학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불과 수십 년 만에 이처럼 수백만 명의 신생 작가가 인터넷 소설 창작에 뛰어든 나라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세계 각국의 작가 수를 다 합쳐봤자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

그의 말대로 중국에는 재능을 가진 사람도 많고 창작량도 어마어마하다. 중국에서 인터넷 문학에 불이 붙지 않았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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