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성은정이 듣기 싫은 말 “최혜진”, 새로 새긴 말 “독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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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인천) 기자
입력 2017-09-1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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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 고교생 골퍼 성은정. 사진=KLPGA 제공]

“최혜진은 프로에 데뷔했는데, 넌?”

고교생 골퍼로 화제를 모은 최혜진(18)과 동갑내기 라이벌인 성은정(18)이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성은정은 반복된 질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있지만, 부담을 이겨내는 성장통에 배움도 크다. 한국 여자골프의 10년을 책임질 두 고교생 골퍼의 건강한 라이벌 경쟁이 반갑다. 

사실 성은정은 최혜진보다 먼저 두각을 나타냈다. 175㎝의 키에서 나오는 시원한 장타를 갖춘 대어급 유망주로 손꼽혔다.

2015년과 2016년 US 여자 주니어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해 US 여자 아마추어선수권도 제패하는 등 아마추어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지난해 6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올해 뜨거운 관심은 최혜진에게 쏠렸다. 올해 아마추어 신분으로 KLPGA 투어에서 시즌 2승을 수확하고 US여자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최혜진은 지난달 프로로 전향해 역대 신인 최고 대우로 롯데와 계약도 했다.

반면 성은정은 올해 두드러진 성적을 내지 못하고 부진했다. 지난 6월 에쓰오일 챔피언십에서 컷 탈락을 맛봤고,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 오픈에서도 공동 51위에 그쳤다. 성은정은 최근 달라진 위치 탓에 최혜진과의 비교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던 성은정은 올해 세 번째 KLPGA 투어 참가 대회인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에 독을 품고 나섰다. 15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클럽 하늘코스(파71·6512야드)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4개, 보기 3개를 묶어 3언더파 68타를 쳤다.

전날 버디 7개를 몰아치고 보기 2개를 범해 5언더파 66타를 쳐 공동 2위로 출발한 성은정은 중간합계 8언더파 134타로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 생애 첫 투어 우승을 바라볼 수 있는 성적이다.

이날 성은정은 마지막 17번홀(파4)과 18번홀(파5)에서 아쉽게 보기를 적어냈지만, 전반 6번홀(파5)에서 짜릿한 이글을 기록하며 남다른 샷감을 과시했다. 88야드를 남기고 맞바람이 부는 상황에서 50도 웨지로 친 세 번째 샷이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갔다. 절묘한 샷 이글이었다. 성은정은 갤러리들의 환호성에 공이 들어간 걸 알고 환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성은정은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첫날 스타트를 잘했고 기회는 왔다. 오늘 출발은 순조롭지 않았지만, 전반에 스코어를 많이 줄여 편하게 쳤다. 마지막에 2타를 잃어 기분이 좋진 않다”면서 “선두에서 타수 차가 크면 편할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아 힘들 수도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성은정은 이날도 최혜진과 관련된 질문을 피할 순 없었다. 하지만 성은정은 무덤덤하게 답했다. 이야기를 하다가 울컥하기도 했지만, 다시 독기를 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성은정은 “혜진이와 관련된 질문을 정말 많이 듣는다. 처음엔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했는데, 요즘엔 혜진이가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서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이야기를 들을수록 내가 더 독해져야 한다. ‘지금도 빨리 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을 하면서도 혜진이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늦춰지는 건가’라는 생각에 울컥할 때도 있다. 그래서 더 독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성은정은 이번 대회 우승이 목표다. 욕심을 낼만한 이유도 있다. 10월 31일이 생일인 성은정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프로로 전향할 각오다. 성은정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곧바로 프로로 전향하겠다”고 힘을 줬다. 11월 열리는 메이저 대회인 하이트 진로 챔피언십이 성은정의 프로 데뷔전이 될 수도 있다. 성은정은 “남은 라운드 덤비지 않고 침착하게 잘해서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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