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통상임금 패소] 재계 "신의칙 저버린 판결"…산업경쟁력 약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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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현·윤정훈 기자
입력 2017-08-3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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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5社 소송중…가이드라인 작용

  • 審級마다 엇갈린 판단 혼란 가중

  • 통상임금 정의 입법화 목소리도

[자료=연합뉴스 제공]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노조의 손을 들어준 1심 판결로 재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재계는 노사간 통상임금 논쟁이 기아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계 전체의 일이며 이번 판결로 “산업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노사간 신뢰의 핵심인 ‘신의성실 원칙(신의칙)’을 저버린 데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통상임금 소송의 경우 재판부마다 판결이 엇갈리는 사례가 많아 기아차와 마찬가지로 통상임금 소송을 겪고 있는 100여개 기업들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졌다.

◆ "노사 신뢰 무너뜨린 판단" 한목소리

31일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논평을 통해 기아차 1심 판결로 산업계에 엄청난 후폭풍이 불어닥칠 것이라고 성토했다.

경총은 “오늘 판결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신의칙을 적용하지 않은 점은 기존 노사간 약속을 뒤집은 노조의 주장은 받아들이고 지난 수십년 간 이어온 노사합의를 신뢰하고 준수한 기업에게는 일방적으로 부담과 손해를 감수하라는 것”이라며 “허탈감을 금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배상근 전경련 전무는 “사드 보복 등으로 우리 자동차 산업이 매우 어려운 상황인데 기업들이 예측치 못한 추가 비용까지 부담하게 돼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재근 대한상의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통상임금 소송은 노사 당사자가 합의해온 임금관행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일 뿐 아니라 노사 간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안근배 무역협회 무역정책지원본부장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기업이 살아남지 못하면 근로자도 생존할 수 없다”면서 “최근 통상임금의 적용을 둘러싸고 115개사 이상 기업이 소송에 휘말려 있는 시점에 이번 판결이 업계에 미칠 파장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재계의 분위기는 더욱 심각하다.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인 기업의 고위관계자는 “최근 잇달아 통상임금 소송의 판단이 나오지만 법원마다, 심급마다 판결이 엇갈려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며 “특히 적자가 아니라서 신의칙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점은 현재 소송중인 기업들에게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 통상임금 관련 입법 주문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올해 6월 말까지 통상임금 소송을 겪은 100인 이상 사업장은 전국 192개에 이르며, 이중 115개는 여전히 소송 중이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73개)이 가장 많았고 운수업(47개)과 공공기관(45개)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종업원 450명 이상'의 중견·대기업만 따져도 현재 무려 35곳이 99건(평균 2.8건)의 통상임금 소송전을 치르고 있다.

재계는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지를 둘러싼 분쟁이 곳곳에서 이어지면서 사회적 비용 부담이 커지자 국회에서 통상임금과 관련한 입법 마련을 주문했다.

전경련은 “과도한 인건비 추가부담 등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통상임금 정의 규정을 입법화하고 신의칙 세부지침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의도 “노사간 소모적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는 통상임금의 개념과 범위를 명확하게 정하는 입법조치를 조속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계는 향후 노조가 회사의 경영상황에 따라 유연임금 등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국 '일자리 감소'라는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조업을 유지하려면 임금 유연성도 필요하다”며 “한국 자동차 산업 자동화율이 세계 최고인데, 노조가 수용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일자리가 없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노동자가 대우를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현대·기아차는 평균연봉이 9000만원이 넘어 ‘귀족노조’라 불리는데 추가로 1인당 1억원을 받기 위해서 소송을 걸었다는 것은 국민정서와 맞지 않는다”며 “자동차 산업이 살기 위해서는 유연 임금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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