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녀의 벽을 깬 디벨로퍼] "개발사업 승부처는 전문성…5년 뒤 직접 프로젝트 진행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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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익 건설부동산부 부장
입력 2017-08-16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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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물류센터 개발 성공의 키워드는 입지 선점...18년 노하우로 입지 분석

  • - 관련법 분석해 9개월만에 인허가권자 설득도..."발주처 요구를 내일처럼 생각"

유수경 이에스개발 대표가 지난 11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물류센터 전문 PM 사업의 시황을 설명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강남 한 일식당에서 지난 11일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앞서 시리즈 인터뷰를 했던 두 명의 여성 디벨로퍼 이야기를 꺼냈더니 그는 “두 분은 여장부인데 저는 나서는 것도 잘 못하고 내세울 것도 없다"고 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느낀 건 그의 말이 100% 거짓말이었다는 점이다.

유수경 ES개발 대표(42)는 적극적이고 과감하며 당차고 치밀하고 집요하다. 일어를 전공한 그가 24살 사회에 첫발을 디딘 건 창세기업이란 부동산 개발업체였다. 미키마우스 학생가방 국내 판권을 따 돈을 번 창세기업은 경기도 광주 오포에 있는 소유 전답을 아파트로 개발해 신영에 매각하며 개발 업계에 명함을 내민 업체였다.

그녀의 첫 업무는 사장 비서였다. 그런데 입사 두달만에 사장이 그녀에게 개발업무를 제안했다. 무슨 일이든 악착같이 마무리하는 모습을 잘 봐준 것 같다는 게 그녀가 생각한 파격적 발탁의 이유다.

당시 창세기업은 임야·전답을 용도변경해 물류센터·공장을 개발하는 사업을 주로 했다. 용도변경으로 토지의 가치가 크게 오르고 임대 수익률이 높아 수익성이 꽤 좋은 사업이었다.

입지 선정이 사업 성공의 관건이었기 때문에 지방 중개업소들을 돌아다니며 사업지를 물색하는 게 그의 주된 업무였다. 20대 초반의 여직원이 찾아오면 중개업소 사장들은 콧방귀를 뀌기 일쑤였다고 한다.

유 대표의 전략은 그 지역에서 영향력이 있는 중개업소 사장을 집중 공략하는 것이었다. 인허가 관련 법규를 샅샅이 찾아서 공부해 해당 중개업소 물건들을 분석했다. 그녀는 “의외로 중개업소 사장들이 관련 법에 취약했다”며 “물건들의 용도변경 가능성에 대한 법률 검토를 해주자 결국엔 입소문이 나 나중엔 거꾸로 중개업소 사장들이 1차적으로 물건 매수 타진을 해오게 됐다”고 말했다. 중개업소 입장에선 무상으로 법률적인 리스크를 체크할 수 있었고 회사 입장에선 좋은 입지를 선점할 수 있었으니 그야말로 윈윈이었던 셈이다.

무조건 열심히 한 것만도 아니다. 사장에게 요구할 것은 당차게 했다. 중개업소나 사업 파트너와의 첫 만남에서 신뢰감을 주는데 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회사에 법인 명의로 차를 렌트해줄 것을 요청했다. 사장의 입장에서는 건방진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사장은 그녀에게 당시 최고급 볼보 승용차를 배정해 줬다. 신입사원이나 다름없는 직원에게는 전폭적인 지원이었던 셈이다.

입사 14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준비했다. 그런데 법인 설립도 하기 전에 사업 제안이 들어왔다. 서안성IC 주변에서 최근 완공된 서안성물류센터가 그녀가 맡은 첫 프로젝트였다. 대지면적 4만2794㎡(약 1만2945평)에 연면적 5만4960㎡(약 1만6627평) 지상 4층으로 제법 규모가 컸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2013년 12월 ES개발이란 이름으로 법인을 설립했다. ES개발은 유수경(EuSuKyung)이란 이름의 첫 두 개 이니셜을 딴 것이다. 

성공 비결을 묻자 그는 “운이 좋았다”고 했다. 물류센터 프로젝트관리(PM) 사업이 수익성이 높은데도 경쟁사가 사실상 없는 블루오션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창세기업에서 다양한 물류센터 개발에 참여했던 경험과 평판이 업계에서 자신을 독보적인 존재로 만들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분야별 컨설팅이 가능한 업체는 있었지만 인허가에서 개발 전반의 업무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업체는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이 그에게 미소지은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는 맡은 프로젝트는 자기 사업처럼 관리를 했다고 했다. 대표적인 게 발주처의 비용을 절감하는 일이었다. 그는 “한 프로젝트에서 한 용역업체가 5억원짜리 저수조 건설 계획을 통과시켰는데 관련 법률 사항들을 꼼꼼히 체크해보니 저수조 규모가 계획보다 절반 가량만 되어도 인허가가 가능했다”며 “결국 저수조 규모를 줄여서 2억5000만원 발주처 비용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굳이 그가 나서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한 번은 인허가 문제로 벽에 부딪혔던 프로젝트를 장기간에 걸친 설득 끝에 해결한 적도 있다.

2015년 안성IC 인근 동방물류센터 PM을 맡았는데 도로점용 관련 인허가가 답보상태였다고 한다. 인접한 43번국도와 물류센터 사이가 구릉지였는데 인허가권자가 해당 구릉지를 평지로 만들 것을 요청하며 인허가를 보류한 것이다. 그가 사업을 검토한 결과 일단 토목엔지니어링 업체가 정확한 법률 판단을 못해 벌어진 일이었다. 담당 공무원이 해당 업무에 경험이 없어 대응이 미숙했던 점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그는 일단 발주처에 계약금을 포기하고 해당 토목엔지니어링 업체를 교체할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담당 공무원에겐 동해IC 인근에서 인허가가 난 유사 프로젝트를 연구해 자료를 제출하고 수십차례 만나 설득을 했다. 발주처는 그의 요청을 받아들였고 그는 9개월만에 인허가를 받아냈다.

그는 “발주처와 인허가권자는 나름대로 각각의 사정이 있다”며 “그 사이에서 양자의 욕구를 충족하는 균형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가 남자들도 혀를 내두른다는 인허가 업무에서 연타석 홈런을 칠 수 있었던 건 알고 보면 ‘배려’ 때문이다.

그는 “인허가권자가 처음엔 반대했던 프로젝트에 인허가를 내주도록 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해주는 게 필요하다”며 “결국 상대방(인허가권자)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굴복시키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상대방이 설득당한 게 아니라 자신을 배려하는 것이라고 느끼게끔 한다는 것이다.

동방물류센터 프로젝트에서도 그는 관청의 문턱이 닳도록 찾아갔다고 한다. 처음엔 냉정하게 외면했던 담당자가 한달이 지나고 두달이 지나자 의자를 내주더란 것이다. 그는 “작은 사항이라도 상대방이 원하는 내용을 기억했다가 꼭 근거 자료에 반영했다”며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경동합동택배 물류센터는 건물 길이가 1㎞ 폭이 50m에 달하는 길다란 모양으로 설계가 됐다. 320대가 동시접안이 가능한 극내 최장 물류센터다. 택배 물류센터의 특성상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같은 설계가 필수라는 것이다. 일부 심의위원들 사이에서 건물을 잘라서 설계하라는 요청이 나왔다. 그는 위원회가 열리기 전 11명의 관련 위원들 중 9명을 직접 만나 설계의 불가피성을 일일이 설명했다고 한다. 인터뷰 당일이 바로 해당 심의가 통과된 날이었다. 그는 "첫 심의에서 특별한 반대 의견 없이 인허가가 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개발사업의 승부처는 영업이나 접대가 아니라 전문성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한 프로젝트에서는 토지 소유권을 넘기는 문제를 법무사를 설득해 해결한 적도 있다. 지구단위계획에 포함된 농지 매매였는데 법무사가 농지법에 위배된다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그는 과거 창세기업 근무시절 유사 농지거래가 가능했다는 점을 기억하고 농지법을 분석해 법무사와 논쟁을 벌여 결국엔 매매가 가능하다는 소견을 받아 냈다.

‘승부욕이 강한가?’라고 물었더니 그는 “승부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의 문제”라고 했다. 굳이 덧붙이자면 “승부를 즐기는 게 아니라 일을 즐긴다”고 했다. 2016년 이천IC 인근에서 휠라코리아가 발주한 물류센터 PM 발주를 낙찰받고 담당임원에게 왜 ES개발을 선택했냐고 물었더니 “즐겁게 일하는 것을 보니 사기칠 것 같지는 않아서”란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ES개발은 최근 개발업 등록도 마쳤다. 개발사업에서 닦은 노하우로 지금은 PM업무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만 5년 뒤엔 직접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아파트나 복합상업시설 등으로 업무를 다각화하면 보다 대규모 프로젝트가 가능한 게 아닌가?’라고 물었더니 그는 “잘 할 수 있는 일만 잘 하는 게 현재의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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