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號, 유통 갑질 근절대책] 대기업 ‘열심히 상생하고 있는데…’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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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온유 기자
입력 2017-08-14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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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유통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구체화되면서 유통 대기업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13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속적인 법집행과 제도개선에도 불구,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에 따른 납품업체의 애로가 지속되자 ‘유통분야 불공정거래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새 정부 들어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보호 강화 의지를 밝힌 이후 처음 내놓은 구체적인 대책이다.

대표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과 복합쇼핑몰·아웃렛 입점업체 등 대규모유통업법 보호대상 확대, 납품업체 종업원 사용 시 대형유통업체의 인건비 분담의무 신설, 대규모유통업거래 공시제도 마련 등 다양한 제도 개선방안이 포함됐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경우, 기존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에 대한 과징금 기준금액을 위반금액의 30~70%에서 60~140%로 인상할 방침이다. 만약 법위반 관련 매출액을 산정하기 어려울 때는 정액과징금의 상한액 인상(예: 5억 → 10억원) 등을 통해 제재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유통업계는 이같은 제도 취지에는 동감하나, 도입 시기와 규제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업종별 고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전체적인 내수 경기 침체다. 현재 유통업계에는 경제 성장 둔화와 ‘사드 보복’ 등에 따른 외국인 관광객 감소 등으로 비상등이 켜졌다. 이런 와중에도 대형 유통사들은 새 정부의 ‘상생 협력’ 요청에 따라, 전통시장이나 소상공인과의 상생 방안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실제 신세계 이마트는 당진 어시장, 경북 구미 선산시장 등에 상생스토어를 열고 시장 활성화에 일조했다. 롯데마트도 전통시장 알리기 활동과 청년 창업자를 위한 청년마켓을 꾸준히 개설·지원하고 있다. 롯데몰 은평은 인근 낙후된 전통시장 시설 보수에도 힘을 보탰다.

이처럼 대기업과 전통시장이 공존을 모색하는 가운데 무작정 대기업만 규제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 계열 A마트 관계자는 “전통시장 상인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나 쇼핑몰 내 미용실이나 분식집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도 결국은 소상공인”이라면서 “무조건적인 휴점 규제가 답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징벌적 손해 배상 제도 또한 단계적인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대형마트는 2015년 기준 511개 점포에 달했고 여기에 기업형슈퍼마켓과 복합쇼핑몰, 아웃렛까지 더하면 800여개 점포가 추산된다. 이들 점포 중 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되더라도 책임은 고스란히 본사로 돌아가기 때문에, 우선은 기업 스스로 내부 자체 점검 시스템을 도입하고 내용을 숙지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B마트 관계자는 “과거 한 점포에서 납품업체 직원과의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다”면서 “당시 사건은 납품업체 측에서 먼저 과도한 물량을 밀어넣은 것을 인정해 잘 무마됐지만,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면 결국 유통 본사 책임으로 몰려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수백개 점포에 제도에 대해 정확히 교육하지 않으면 똑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올바른 대처가 어렵고, 결국 책임은 고스란히 유통 대기업에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체별 특성을 고려치 않은 휴일 점포 확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대형마트는 전통시장이나 소상공인과 접점이 있지만, 아웃렛이나 복합쇼핑몰은 그렇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아웃렛은 도심 외곽에 있는 경우가 많다. 또 복합쇼핑몰은 쇼핑을 넘어 레저와 맛집 등의 비중이 커서 ‘장을 본다’는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

C아웃렛 관계자는 “주말에 마음 먹고 나온 아웃렛 고객과 전통시장을 찾는 고객 간 교집합을 찾기 어렵다”면서 “오히려 아웃렛은 놀이공원을 라이벌로 보고 있는데, 휴일에 점포를 닫으면 입점 업체의 불만이 커지고 대부분 나들이 개념으로 온 소비자들도 불편함을 겪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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