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 해지하러 왕복 72km"...저축은행 난민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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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17-08-0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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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아이클릭아트 제공]

#A씨는 최근 3년 전 인천의 한 저축은행에서 두 딸 명의로 적금을 가입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전화를 해보니 돈을 찾으려면 명의자인 딸이 직접 와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딸들이 직장인이다보니 적금을 찾으려면 평일에 휴가를 내고 서울에서 인천까지 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지역 특화 저축은행 이용자들이 만기가 된 적금을 찾으러 먼 길을 오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1일 저축은행업권에 따르면 저축은행 적금 만기 상품 수령에 대한 내규는 저축은행마다 다르다. 예금주와 대리인의 신분증, 본인발급용인감증명서, 위임장,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제출하면 가족이 대리수령할 수 있는 곳이 있는가하면 적금 명의자 본인이 직접 지점을 방문해야만 가능한 곳이 있다.

A씨의 딸인 안모(29) 씨는 "시중은행은 적금이 만기되면 전화가 오는데 저축은행은 문자조차 없다"며 "적금 가입 사실을 떠올리지 못했으면 적금에 있는 1700만원은 찾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 저축은행은 적금 해지를 하려면 본인이 영업점을 방문해야만 한다. 안 씨는 "둘 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탓에 저축은행이 영업하는 시간 내에 인천까지 가려면 연차를 쓸 수밖에 없다"며 "엄마가 적금을 딸들 명의로 가입했으니 해지도 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해당 저축은행에 몇차례 따졌지만 반드시 지점에 와야 한다는 답을 받았다"고 전했다.

적금을 찾으려고 생계를 잠시 접어야 하는 셈이다. 이 같은 사례는 지역 기반 저축은행에서 종종 발생한다.

인터넷이나 모바일이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은 예전처럼 일일이 동네 금융회사를 찾아다니면서 적금 금리가 높은 곳에서 가입하는 게 일반적이다. 지역특화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회사들이 상대적으로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지역민들의 이용률이 높다.

요즘에는 비대면금융이 발달하면서 적금 해지가 편해졌다. 적금 상품에 가입할 때 다른 은행계좌를 연결할 수도 있게 됐다. 만기 시 가입자가 저축은행 적금을 해지하면 자동으로 은행계좌에 적금에 예치된 금액이 송금된다. 하지만 소규모 저축은행의 경우 이 같은 서비스를 도입하지 않은 곳들이 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일부 지역기반으로 운영하는 저축은행은 서비스 및 인프라 구축을 무리해서 하지 않는다"며 "때문에 시중 저축은행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과 달리 은행은 지점을 찾아 갈 필요 없이 계좌통합관리서비스를 통해 온라인상에서 모든 은행에 개설된 금융계좌를 한 번에 조회해서 잔액을 이전·해지할 수 있다. 사용하지 않는 은행계좌를 오랜시간 방치할 경우 소비자가 재산상 손실을 입고 범죄의 타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 역시 계좌관리비용이 들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이 이 같은 서비스를 구축했다.

하지만 현재로서 저축은행 계좌는 불가능하다. 금감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 6월 말 저축은행의 계좌정보 통합조회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고령자 고객에 대한 안내도 확대한다. 고령자 대상 은행에 '고령자 전용창구'를 마련해 상시적으로 미사용 은행계좌를 정리할 수 있게 안내를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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