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는 족족 배당하는 외국계 증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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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입력 2017-07-1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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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외국계 증권사가 소규모로 우리 증권가에 진출해 있지만 벌어들이는 돈은 꽤 크다. 그런데 수익이 나기 무섭게 배당을 실시해 해외 본사로 빼내간다. 국내 재투자나 사회환원은 뒷전이라 일각에서는 국부유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순익 100% 해외 본사에 배당

11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를 보면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은 전달 26일 이익잉여금 642억원을 본점에 송금하기로 결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누적 이익잉여금 가운데 일부를 본점인 메릴린치 인터내셔날 인코포레이티드에 송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이 순이익 전액을 해외 본사로 보낸 거다. 회사는 2016회계연도 순이익으로 전년 대비 약 79% 늘어난 642억원을 벌었다. 순이익에 대한 배당액 비율인 배당성향은 100%를 기록했다.

이 증권사는 2015회계연도에도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 대부분을 본점으로 보냈다. 순이익 360억원 가운데 본점 송금액은 350억원에 달했다. 당시에도 배당성향이 97%를 넘었다. 국내에는 한두 푼밖에 안 남긴다는 얘기다.

다른 외국계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노무라금융투자 서울지점은 전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171억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이 회사가 2016년 거둔 순이익은 243억원으로 배당성향이 70%를 웃돈다.

맥쿼리증권 서울지점도 2016년 결산배당 규모를 27억원으로 결정했다. 순이익 54억원에 배당성향은 50%에 달했다.

이처럼 외국계 증권사마다 버는 족족 배당하기 바쁘다. 우리 인프라를 이용해 이익을 내면서도 재투자나 사회환원에는 인색하다.

◆상법상 배당한도 적용도 안 돼

외국계 증권사는 대부분 비상장사다. 지분구조 파악조차 어렵다. 배당가능이익 안에서만 배당하도록 한 상법도 적용하지 않는다. 관할권이 해외 본사에 있다는 거다. 겨우 상법상 지배구조 관련사항이나 금융투자업자 이해상충 문제에 대한 규제만 받는다.

반면 국내 상법을 적용하는 토종 증권사는 배당가능이익을 초과하는 배당은 할 수 없다. 재투자를 위해 일정액을 유보해야 한다. 채권자와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도 배당이 어렵다.

외국계 증권사가 지점 형태로 영업을 하면서도 큰 돈을 버는 이유는 전문성이다. 업력이 월등하게 길다 보니 국내 업체보다 글로벌 네트워크 경쟁력 면에서 크게 앞선다. 우리 증권사가 능력을 키우지 않는다면 안마당마저 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는 상대적으로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는 인수합병(M&A)이나 투자은행(IB) 부문에서 월등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에 비해 국내 증권사는 단순 브로커리지(위탁매매중개) 영업에 여전히 목을 매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천문학적인 돈이 오가는 M&A나 IB 시장 가운데 상당 부분을 외국계 증권사에 고스란히 내주고 있다"며 "벌어들인 돈을 합법적인 방법으로 해외 본사로 보내기 때문에 막을 도리도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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