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 문재인 정부 전월세상한제 도입이 타당하지 못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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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2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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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임대인과 임차인 1대1거래...수혜자와 피해자의 이름만 바뀔 뿐

  • - 정부개입으로 인한 시장왜곡은 절대다수의 이익을 전제로 해야

 

아주경제 김창익 기자 =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J노믹스’의 핵심은 ‘저소득층 소득증대를 통한 경제성장’이다. 다른 조건이 같을 때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는 소득 재분배를 전제로 한다. 소득이냐 분배냐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최근 다시 머리를 드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한 부동산 정책도 대부분 이 소득 재분배의 틀 안에 있다. 보유세 인상과 전·월세 상한제, 공공주택 확대 그리고 도시재생 뉴딜이 모두 그렇다.

소득 재분배는 단순화하면 소수 부자들의 소득을 떼서 다수의 저소득층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다. 소득이 늘어난 다수의 저소득층이 소비를 늘리고 그 것이 결국 전체 경제의 성장으로 이어져 부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분수이론이 J노믹스의 이론 배경이다.

분수이론은 시간을 장기화했을 때 성립하는 것이고 J노믹스 초기 한 시점의 단면을 자르면 결국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어 저소득층에게 나누어 준다는 분배의 알맹이가 남는다.

부동산 보유세가 대표적이다. 문재인 캠프는 대선 당시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율을 현행 0.78%에서 1%선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했다. 액수로는 5조원의 세금을 보유세 명목으로 더 걷어야 한다. 최종 공약집에서는 빠졌지만 종합부동산세 산파인 김수현 교수가 청와대 사회수석을 맡으면서 언제든 서랍 밖으로 나올 수 있다. 

분수효과로 보면 보유세를 이루는 재산세와 종부세 중 종부세 비율을 높여야 한다. 재산세는 지방세여서 집값이 비싼 강남 부자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간다. 반면 국세인 종부세의 경우 늘어난 세금을 전국의 불특정 저소득층에게 쓸 수 있다.   

소수 부자들의 강한 조세 저항을 다수 저소득층의 이익이란 명분으로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소득 재분배는 정부 개입으로 인한 시장 왜곡 문제를 다수결로 해결하는 제도다.

전·월세상한제는 다른 문제다. 임대료가 올라 서민주거안정을 위협한다는 명분으로 정부가 인상률을 일정 수준에서 제한한다는 것인데 보유세와 마찬가지로 시장 왜곡 문제를 동반한다. 특히 시장 가격에 정부가 직접 관여한다는 점에서 보유세보다 심각한 왜곡을 낳을 수 있다. 

보유세가 소수 부자들의 소득을 다수의 저소득층에 배분하는 것과는 달리 전·월세상한제는 기본적으로 거래당사자인 임대인과 임차인간 1대1 재분배 시스템이다.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임대인에게 돌아갈 소득을 정부가 개입해 임차인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얼핏 정부가 정의로운 홍길동 역할을 하는 것 같지만 임대인이 탐관오리는 아니다. 

물론 앞서 언급한 대로 J노믹스가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 장기적으로는 부자들에게도 경제성장의 혜택이 돌아가게 한다는 것이지만 이는 불확실한 미래다. 확실한 건 소득재분배로 인해 불행해지는 부자의 수와 행복해지는 저소득층의 숫자가 동일하다는 점이다. 시장 왜곡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부가 개입할 명분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자율경쟁시장에 정부 개입은 절대다수의 절대행복이란 벤덤의 양적공리주의가 배경이다. 정부 개입으로 인한 피해자보다 수혜자가 더 많을 때 행복한 국민이 늘어난다는 데서 정부 개입의 정당성을 보장 받는 것이다. 하지만 전·월세상한제는 피해자와 수혜자의 이름만 바뀔 뿐 전체 행복이 늘어나지 않는다. 실행과정에서 행정비용만 낭비되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더 많은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을 늘리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타당한 부동산 정책은 수익성의 문제로 민간이 나서기 힘든 변두리 지역의 도시재생과 공공주택 확대에 재정을 투입하는 일이다. 정권 교체후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와 LH가 도시재생 사업을 발빠르게 추진하는 것은 이런 점에서 보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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