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문도시 위상 흔들리는 수원시 '좌불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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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27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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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진 시향 감독 사퇴·고은 시인은 이웃이 퇴거 요구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김대진 수원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의 사퇴와 고은 시인에 대한 광교산 주민들의 퇴거운동으로 '예술인문도시'를 표방하는 수원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수원시가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김대진 감독이 최근 단원들과의 갈등으로 사표를 내고 물러나면서 시가 독일 자매도시 방문음악회를 취소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또 안성에서 수원으로 '모셔 온' 고은 시인도 주민들이 나가라고 시위까지 벌이는 것에 충격을 받고 시를 떠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아 수원시와 지역 문학계가 애를 태우고 있다.

지난 10일 김대진 감독이 갑작스럽게 사표를 내면서 수원시가 발칵 뒤집혔다.

2008년부터 수원시가 세 번이나 찾아가 설득한 끝에 시향의 상임 지휘자를 맡은 김 감독은 9년간 시향을 이끌며 미국 카네기홀 전석 매진 등 해외 초청공연과 여러 음악상 수상 등 좋은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김 감독의 시향 운영방식과 단원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단원들의 불만이 쌓였고, 지난달 15일 한 콘서트 리허설 때 김 감독이 단원들에게 고함을 지르고 '박치'라는 말을 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수원시향 노조가 김 감독을 규탄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이고 사과를 요구하자 김 감독이 지난 10일 전체 단원 앞에서 사과한 뒤 곧바로 사표를 제출한 것이다.

당황한 수원시가 사표 수리를 미룬 채 김 감독과 단원들 간 갈등을 봉합하는 중재에 나섰으나 실패했고, 결국 사표제출 보름만인 25일 사표를수리했다.

수원지역 음악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수원시 시립예술단 운영위원회'도 24일 현 사태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 김 감독의 사퇴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김 감독 사퇴에 대한 파장은 컸다. 수원시향의 악장과 첼로파트 수석도 사표를 제출하면서 시향이 제대로 운영될지 걱정이 커지고 있다.

수원시는 당분간 부지휘자 체제로 시향을 운영하면서 새로운 지휘자 영입과 시향 운영 개선방안 마련에 나섰으나 파장은 커지고 있다.

당장 다음 달 26일 수원시 자매도시인 독일 프라이부르크시 방문 연주회를 취소하면서 두 도시 간 신뢰에 금이 갔다.

수원시 관계자는 "지난 35년간 이어져 온 수원시향이 이번 일로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 어디서 좋은 지휘자를 찾을 수 있을지도 알 수없다"면서 "최대한 빨리 시향을 정상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수원시립교향악단은 1982년 4월 17일 창단했으며, 연주단원과 사무단원 등 103명이 주축이 돼 활발한 연주활동을 해왔다.

음악계뿐 아니라 수원지역 문학계도 고은 시인에 대한 걱정이 크다.

고은 시인은 1958년 '폐결핵'으로 문단에 등단한 이후 '피안감성', '해변의 운문집'을 비롯해 '20세기 세계문학사상 최대의 기획' 이라는 '만인보'라는 명작을 발표해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경기 안성에서 20여 년 넘게 살던 고은 시인은 수원시의 줄기찬 구애를 받아들여 지난 2013년 8월 19일부터 광교산 자락인 수원시 상광교동으로 옮겨 거주하고 있다.

수원시가 민간인으로부터 사들인 주택을 리모델링해 시인에게 제공하고, 주택관리를 해주고 있다.

그러나 고은 시인이 최근 이웃한 광교산 주민들과 수원시간 싸움에 휘말리면서 주민들로부터 "광교산을 떠나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광교산주민대표협의회 소속 광교산 주민들은 "지난 47년간 개발제한구역과 상수원보호법 등 이중 규제 때문에 주택 개·보수조차 마음대로 못할 정도로 피해를 보고 있는데, 수원시가 고은 시인을 위한 조례를 만들어 예산지원까지 하는 특혜를 주고 있다"며 고은 시인의 퇴거를 주장하고 있다.

고은 시인 퇴거 요구에 수원지역 문인들은 안타까워하면서 고은 시인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고은 시인이 "더는 수원에서 못 살겠다. 나가야겠다"라는 말을 했다는 얘기가 수원지역에 나돌자 진짜 시인이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문인협회 관계자는 "고은 시인이 수원시와 주민 간의 갈등 문제로 떠나는 일이 벌어져서는 절대로 안 된다"면서 "그와 같은 문학계 큰 인물이 수원시를 떠나면 엄청난 손실"이라고 말했다.

수원시 관계자도 "고은 시인은 수원시를 위해 시도 많이 쓰고, 강의도 하면서 시를 위해 상당히 기여하고 있는 분"이라면서 "절대로 다른 곳으로 가시면 안 된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고은 시인이 친한 문인 몇몇 사람에게 "수원시가 골치 아픈 곳이다"라고 말하며 힘들어 하는 것으로 알려진데다, 광교산 주민들이 한 달간 시위를 하기로 하는 등 퇴거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여 그가 어떤 결정을 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고은 시인의 고향인 전북 군산에서 "수원에서 그런 대접을 받아서는 안 된다. 고은 시인을 고향으로 모셔오자"는 여론이 만들어지고 있어 그가 수원을 떠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hedgehog@yna.co.kr

(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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