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이학상 교보라이프플래닛 대표 "역발상의 대가…디지털 혁명은 새로운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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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29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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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상 교보라이프플래닛 대표가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생명보험업이 위기라구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보험을 바라보는 과거의 접근법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디지털 혁신, 4차 혁명으로 보험에서 태어날 수 있는 상품의 경계가 무한대로 확장됐습니다. 새로운 기회가 열린 겁니다."

최근 만난 이학상 교보라이프플래닛 대표(52·사진)는 보험업계 '이단아'답게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2013년 교보생명서 교보라이프플래닛 설립 추진단장을 맡아 회사를 설립한 뒤 현재까지 교보라이프플래닛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9월 한 차례 연임(2018년 9월)에도 성공했다. 

◇ 신창재의 남자, 변액보험부터 인터넷보험까지

이 대표는 미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 보험사에서 계리사로 10년간 활동했다. 그런 그가 국내 보험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는 2001년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을 만나면서다. 당시 교보생명은 국내 최초로 변액보험을 판매하기 위해 미국에서 변액보험 전문가를 데려와야 했는데 이 대표가 눈에 띈 것이다.

그는 2001년부터 13년간 교보생명에서 상품지원실장, e-비즈니스 등 혁신부문만 거쳤다. 사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사내벤처 1세대 기업이다. 교보생명 사내 벤처에서 시작, 인큐베이팅을 거쳐 독립법인으로 출범하기까지 고난도 많았다.

그는 "당시만 해도 온라인 보험사가 전무했고, 보험은 전형적인 푸시마케팅(밀어내기·공급자 중심 마케팅)이라는 고정관념이 강해 (나 빼고) 전 임원이 반대했을 정도로 사업성이 불투명했다"며 "신 회장만 유일하게 '앞으로 세상이 빠르게 변할 것이니 열심히 해보라'고 (제 아이디어를) 밀어줬다"고 말했다.

◇역발상의 대가… 디지털 혁명은 새로운 기회

라이프플래닛은 국내 유일의 인터넷 전업 생명보험사다. 모회사인 교보생명이 92.51%, 2대 주주인 일본 인터넷 전업 생명보험사 라이프넷생명이 7.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독립법인에 대한 내부 반대가 극심했지만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스마트폰·태블릿 PC 등 통신기기 보급 확대, IT기술 발달, 비대면 채널의 폭풍성장, 스마트 컨슈머 등장 등 금융환경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보험사에게 그만큼의 기회가 생겼다는 의미다.

라이프플래닛은 기존 보험사와 판매 방식이 180도 다르다. 보험설계사도 점포도 없다. 전체 직원은 80명 전후다. 대부분 상품개발·IT·보상관련 업무 등에 포진해 있다. 이 회사의 가장 큰 강점은 상품 구조다. 기존 틀을 바꾼 획기적인 구조로 2030대 젊은 층들의 호응이 폭발적이다.

정기보험이 대표적인 예다. 정기보험은 종신보험처럼 가장이 갑자기 사망했을 때 남은 가족의 생계를 보장하는 상품이다. 약정 기한 내에서 보장하지만 보험료는 기존 종신보험의 10분의 1수준이다. 2015년에는 국내 최초로 100% 원금보장이 되는 저축보험을 판매해 경쟁사들의 눈총도 받았다. 최근에는 고객의 건강상태에 따라 보험료를 최대 40%까지 할인해주는 'e정기보험Ⅱ'을 출시해 배타적사용권을 받았다.

이 대표는 "인터넷 보험사의 가장 큰 경쟁력은 대면채널 대비 압도적인 가격경쟁력과 편의성"이라고 말했다. 설계사 수당을 고려하지 않고 상품을 개발하기 때문에 독창적이면서도 소비자 지향적인 상품 탄생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설계사를 통하지 않고 스스로 가입하는 만큼 발품은 더 팔아야 하지만 수수료, 점포비용 같은 중간 유통비용이 빠지기 때문에 동일한 보장을 대면채널 대비 최대 30%까지 저렴하게 가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입부터 유지·보험금 청구·지급 등 보험의 전 과정이 온라인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24시간 쉽고 빠르게 보험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덕분에 꾸준히 성장한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신계약 월납 초회보험료가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누적 수입보험료도 164% 늘었다. 출범 이후 줄곧 국내 인터넷 생명보험시장 MS(시장점유율) 1위도 유지한다.

이 대표는 "앞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하면 비대면 금융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점차 높아질 것'이라며 "온라인 방카슈랑스 채널 확대에 주력하기 위해 SC제일은행, 케이뱅크, 소셜네트워크, IT기업 등 다방면의 기업들과 만나 협력 관계를 강화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4차산업, 디지털 혁명은 보험사엔 새로운 기회"라며 "고정관념을 뒤흔드는 보험상품을 연내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사진=유대길 기자]


◇"직원들의 창의력은 쥐어짠다고 나오지 않아"··· 세상이 놀랄 상품 연내 출시 

그는 보험에 대한 접근방식이 180도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기존 보험설계사들은 부자들의 상속세, 재무설계 등 고객맞춤형 금융(Tailor-made Finance)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변할 것이다"며 "이를 제외한 기본적인 보험은 온라인 보험 전업사들이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생명보험, 손해보험, 펀드 등 금융 상품 간의 경계가 사라질 것"이라며 "원금보장, 건강 우량체 할인 등 기존에 없던 상품을 개발한 것처럼 앞으로도 웨어러블 보험, 반려견 생명보험 등 새로운 영역의 보험을 개발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에서 이 대표는 인생 선배로 통한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과장·차장·부장 등 전통적인 직급 체계를 없애고 팀장급 이하는 모두 '매니저'로 통일했다. 임직원에게도 절대 명령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술자리 회식 대신 운동으로 단합자리를 만들고, 시간이 날 때마다 네이버밴드를 통해 직원들의 출산, 생일 등 기념일을 직접 챙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도 절대 '공부해라' 같은 명령을 한 적이 없다"며 "자식들도 명령하면 말을 잘 안 듣는데 직원들은 오죽하겠냐"고 말했다.

이어 "직원의 잠재력은 CEO가 디테일하게 말해서 나오는 게 아니다"라며 "CEO는 직원들이 넓게 뛰어놀 수 있도록 커다란 울타리를 만들어 주는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조직의 큰 방향성만 제시하고, 직원들이 창의력인 아이디어와 열정적인 태도를 견지할 수 있도록 사내 문화를 바꾸는 게 자신의 소임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스티브 잡스처럼 세상을 변하게 만든 CEO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언젠가는 보험업계 '메기효과'를 제대로 증명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실제로 그는 "보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고, 보험으로 세상을 더 이롭게 만들고 싶다"며 "올 3분기에는 고객 친화적인 상품, 보험경쟁력에 집중한 상품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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