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대선 숨은 1인치] ①문재인·안철수 골든크로스 여론조사, 문제 있었나…팩트 체크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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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1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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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민주권 선대위 상견례 겸 첫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5·9 장미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선은 시대를 꿰뚫는 창이다. 회귀투표 성격이 강한 총선과는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다. 이 때문에 역대 대선마다 체제를 뒤흔드는 시대정신이 존재했다. 해방 직후 ‘건국화’를 시작으로 1970∼80년대 ‘산업화’, 1990년대 ‘민주화’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다. 갈 길은 멀다. 퇴행적 정치도, 1%가 99%를 독점하는 경제 권력도 여전하다. 이번 대선은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지는 첫 번째 선거다. 구체제와의 결별을 선언할 새 시대 장자를 맞는 선거라는 얘기다. 이에 본지는 5·9 대선의 숨은 부분을 찾아 ‘공유·분권·자치·통일’ 등 포스트 신(新) 질서를 모색한다. <편집자 주>

여론조사는 일종의 ‘숫자 권력’이다. 선출되지 않은 이 권력은 종종 정치판을 뒤흔든다. 대세론의 날개도, 대세론의 붕괴도 ‘계수 전쟁’ 과정에서 일어난다. 민심의 창인 여론조사를 ‘숫자 권력’으로 부르는 이유다. 87년 체제 이후 만개한 여론조사는 4부(입법·행정·사법·언론)에 버금가는 권력을 지니게 됐다.

문제는 ‘숫자의 오작동’이다. 누군가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중요치 않다. 그 경계를 구분 짓기도 쉽지 않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11일 점검에 착수한 ‘코리아리서치’(지난 8∼9일 조사) 여론조사도 마찬가지다. 이는 다자구도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32.7%)·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36.8%)의 골든크로스(지지율 역전 현상)가 나온 첫 번째 여론조사였다.

◆6만∼7만건에 달했던 ‘비적격’ 2500여건 급감

논란의 핵심은 표본의 ‘샘플링’ 왜곡 여부다. 의혹은 크게 △비적격 사례 수의 급감(한 달 전 조사 대비 3.5∼4.4% 수준) △유·무선전화 번호 국번 범위 축소 △콜백 기법의 적절성 여부다. 이는 샘플링의 ‘완전 무작위 추출’ 실패 여부가 골자다. ‘샘플링 분야 전문가’ 김재광 아이오와주립대 교수는 공개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KBS·연합뉴스 의뢰로 ‘코리아리서치’가 9일 공표한 여론조사 방식은 유선(40%)·무선(60%) 전화면접이다. 표본추출은 RDD(임의전화걸기)다. 조사 대상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2011명, 전체 응답률은 15.3%(유선 13%·무선 17.3%.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다.

문제는 비적격 전화번호가 지난달 조사(11∼12일 조사한 뒤 마지막 날 공표) 당시 유선 7만1599건에서 2460건으로 대폭 줄었다는 점이다. 비적격 전화번호는 결번이나 사업체번호, 팩스, 비대상지역, 할당 초과 등을 포함한다.

비적격 사례 수의 급감으로 접촉 실패도 2만7064건에서 2766건으로 줄었다. 무선 비적격 전화번호도 같은 기간 6만2775건에서 2650건으로 대폭 줄었다.
 

장미 대선 정국에 휩싸인 여의도. 사진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선관위 “공정성 확인 작업”··· 법적 문제 ‘글쎄’

이번 조사는 지난 3월 조사의 표본 수 2046명과 응답률 14.1%(유선 1.2%·17.795%) 등과 비슷하지만, 세부 데이터에선 큰 차이를 보인다. 표본오차는 두 조사 모두 95% 신뢰수준에 서 ±2.2%포인트였다.

가능성은 둘 중 하나다. 여론조사기관의 의도적 개입과 조사 과정에서 불가피한 일이 발생했을 경우다. 여론조사전문가 김남수 한국입법정책연구원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의도적 개입으로 취할 경제적 이유가 없다”면서 “짧은 시간 내 비용 절감을 하려는 편의적 판단 과정에서 발생한 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컨대 A 여론조사기관이 보유한 전화번호 DB 10만개 중 지난달 조사에서 4만건이 연결이 안 됐거나 결번, 팩스번호 등 비적격 사례로 분류될 경우 애초 대상에서 제외한 채 여론조사를 돌릴 수 있다는 얘기다.

정기 여론조사가 아닌 이상, 1∼2일 만에 끝내는 경우가 대다수다. 코리아리서치도 지난 8일 오전 10시∼오후 10시, 9일 오전 10시∼오후 3시 조사한 뒤 오후 9시에 공표했다.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무선전화 번호 국번 범위 축소도 의혹거리다. 이번 조사에서 무선은 60개, 유선은 2985개 국번별 0001~9999까지 랜덤으로 생성했다. 이는 지난 조사 대비 무선은 7971개, 유선은 206개 줄어든 수치다.

김 교수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즉납추출(클러스터 샘플링)을 할 이유가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코리아리서치 측은 “유효한 전화번호에 콜백(부재 때 세 번 전화하는 것)을 새로 도입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업체에서 데이터가 오면 공정성 검증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기업이 주도하는 미래성장' 중소기업중앙회 초청간담회에 참석해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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