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세월호 인양 참담ㆍ안도... "왜 이제야" 원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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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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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세월호 침몰 해역인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중국 인양업체인 상하이샐비지의 재킹바지선이 세월호 인양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학생들이 묵묵히 교정으로 올라가고 있다. [사진=박재천 기자]


아주경제 박재천 기자 = "이렇게 쉽게 떠오를 걸 왜 3년이나 걸렸는지···" 

밤샘 인양 작업으로 세월호가 침몰 3년(1073일) 만에 수면 위로 처음 모습을 드러낸 23일 아침,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학생들의 등굣길이 이어졌다. 주변 주민들은 복받치는 감정을 억누르며 애써 담담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참담한 표정은 역력했다.

단원고 인근에 거주하는 김모씨(60)는 "세월호가 인양됐다는 소식에 왜 이제야 떠오른 건지 이해할 수 가 없다"며 연신 담배를 피워댔다.

세월호가 침몰된 지 무려 3년 만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지역 분위기는 참담과 안도, 원성의 목소리로 뒤섞여 있다.

이날 오후 안산시 단원고는 오전에 잠시 부산하던 발길이 줄면서 조용하고 적막한 분위기 속에 교정으로 올라가는 학생 서너명을 볼 수 있었다. 친구들 간에 장난을 치거나 웃고 떠드는 학생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긴 시간의 기다림 때문인지 세월호 인양 소식에 얼굴은 밝아 보였다.

기자가 세월호 인양에 대한 생각을 묻자 전모군(단원고 3)은 “지금까지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한 것 같다. 바로 인양을 했어야 하는데 시간이 2년이나 흘러버렸다”고 탄식했다.

김모군(단원고 3)과 차모군(단원고 2)은 “세월호가 조금만 더 빨리 인양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하루가 시급한 그 상황에서 지금까지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하지만 늦게라도 세월호가 인양돼 정말 다행한 일이다”고 말했다.
 

안산 화랑유원지 인근 세월호 합동분향소. 오른쪽엔 배 모양의 쪽지들이 가득차 있다. [사진=박재천 기자]


화랑유원지 인근 세월호 합동분향소 입구 정면 오른쪽엔 수만개의 쪽지를 담고 있는 노란색 배가 눈에 띄었다. 하루빨리 세월호 인양을 바라는 전 국민들의 애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세월호 유가족 대기실 안엔 세월호 3주기를 앞두고, 시민들에게 나눠줄 노란색 리본과 스티커를 포장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매우 분주하게 움직였다. 자원봉사자 오모군은 “하루속히 배가 빨리 인양되길 진심으로 바란다"면서 "세월호 3주기를 맞아 준비를 많이 하고 있으니 많이 오셔서 가족들과 슬픔을 같이해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세월호 합동분향소 내 유가족 대기실에는 가족들이 함께 모여 인양소식을 들으며 서로 위로하고 있다. [사진=박재천 기자]


세월호 합동분향소 내 유가족 대기실에서 삼삼오오 모여 있던 가족들은 세월호가 처참한 형태로 수면 위로 떠오르자 "왜 이제야!"라고 탄식 하며 그동안 참았던 울분을 폭발했다. 일부 가족들은 끝내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았다. 애써 태연한 모습을 취하려는 가족들도 보였지만 가슴깊이 자리잡은 아픔을 감추기엔 역부족이었다.

유가족 김미나씨는 “처음부터 제대로 검증도 하지 않고 세월호를 테스트한 거 아니냐! 그 부분이 너무 억울하다”며 “이렇게 빨리 올라올 수 있는 것을 3년이나 걸렸다는 게 너무 원망스럽다”고 말하며 오열했다.

세월호 인양소식이 알려지자 안산시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는 참배객들이 평소보다 많이 늘었다. 아직까진 간간이 시민들이 참배를 하고 돌아가기 때문에 분향소 주변은 차분해 보였다.

시민 김모씨(65)는 “세월호가 인양됐다는 소식을 듣고 합동분향소를 다시 찾아왔다”면서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빨리 치유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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