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한국을 보는 중국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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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2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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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

[김상철 前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최근 중국과 우리 사이가 수교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난 24여년간의 양국 관계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기도 하다. 중국이라는 나라, 그리고 중국 경제와 우리와의 관계를 다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IMF 위기를 거치면서 중국이 우리 기업의 투자 진출, 상품의 중국 내수 시장 진입을 허용해 줌으로 인해 한국 경제가 그나마 이만큼이라도 지탱해 오는데 지대한 기여를 해주었다. 반면에 한국 기업과 상품의 중국 진출이 중국 경제의 글로벌화와 기업의 기술력 제고에 가장 큰 공헌을 하고 있다는 것을 결코 부인할 수는 없다. 이는 양국 경제나 산업구조가 상호보완적임으로 인해 서로 도움이 되는 윈-윈 관계가 잘 만들어졌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정치적으로는 우리 정권에 따라 중국과의 친소 관계가 있긴 하였지만 사드 배치 결정 이전 최근 수년간은 유사 이래 최고의 밀월 관계라고 서로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이 때도 언제 깨질지 모를 유리잔과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관계가 성숙해지는 만큼 그에 비례하여 상호 신뢰가 구축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적 장벽이기도 하다.

특히 정치·외교적 이슈가 항상 찻잔 속의 태풍이다. 양국의 배후에는 북한과 미국, 그리고 일본이 항상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안보 측면에서는 중국의 경우 태생적으로 북한 편을 들 수밖에 없고, 한국은 미국 혹은 일본을 외면할 수 없는 구조이다. 문제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점과 한국의 뒤에 오바마보다 훨씬 강경한 트럼프 정권이 들어섰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문제가 더 꼬일 수도 있으나, 의외로 풀릴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중국도 여러 경우의 수를 두고 암중모색을 하고 있는 모습이 드러나 보이기도 한다. 한국 내 여론도 반반이다. 이 참에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벗어나자는 측과 중국과 등을 돌리는 것이 아직은 여러모로 불리하다는 측의 대립각이 팽팽하다. 중국의 연이은 보복 조치로 인해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제 주체들의 피해가 예상보다 심각해지고 있다. 더 장기화될 경우 그 불만이 중국으로 튈지 아니면 한국 정부로 튈지 여전히 속단하기 어렵다. 정권 교체와 맞물려 미묘한 국면이 조성되고 있기는 하나, 어떠한 경우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지금까지 중국 정부의 행보에 대해 정확히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뒤에 숨고 기업 혹은 개인을 전면에 내세워 한국에게 피해를 주려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보니 정부 레벨의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 어차피 사라질 상대 정권과 대화를 하느니 새로운 정부와 해결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속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자국 산업에 당장 피해를 주는 분야는 손을 대지 않고 불요불급하면서 단기간 내 한국에 피해를 줄 수 있는 화장품, 한류, 한국 관광 등의 아이템만을 골라서 골탕을 먹이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자국민들의 심기(心氣)를 자극만 하면 쉽게 동원이 가능하다는 점이 크게 한 몫을 하고 있다. 한국의 여론을 악화시켜 중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층이 더 많아지면서, 중장기적으로도 한국이 멀리 도망가지 않고 중국의 틀 내에 가두어 두겠다는 계산을 깔고 있다. 중국의 계획이 제대로 먹혀 들어갈 지는 더 두고 볼 일이지만 향후 전개될 제반 여건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

갈 길 바쁜 중국, 한국을 계속 무시하고 가기 어렵다

다만 이 문제가 한·중 양국 간의 궤도를 벗어나 글로벌 이슈로 확대되고 있는 것은 중국으로서도 당혹스러운 일이다. 미국 트럼프 정권의 보호무역에 자유무역으로 맞서겠다는 중국 정부의 대외적인 천명이 오히려 우스꽝스러워지고 있다. 한국을 손보려다가 미국이나 다른 중국의 주력 교역대상국으로부터 더 큰 보복을 당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서방 선진 기업 M&A를 위한 중국 정부 혹은 기업의 무차별적인 공세에 대해 국제적인 비난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근자에는 중국 기업(칭화유니그룹)과 펀드가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메모리 사업 지분 참여 투자 제안을 하였으나, 보기 좋게 거절 당했다. 첨단 기술 혹은 인력의 유출을 우려한 일본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방어하겠다는 의지를 굳히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뿐만 아니고 미국, 독일, 호주 등 선진국에서 중국 기업의 이러한 의도에 쇄기를 박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기술 업그레이드에 대한 중국의 과욕이 사방에서 부딪히면서 제조업 강국으로 가기 위한 중국의 희망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는 것이다.

갈 길 바쁜 중국에게 한국은 꼭 필요한 파트너이다. 무시할 수 없는 여전히 소중한 이웃이다. 이미 그 길에 너무 깊숙이 들어와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고 안보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서방으로으로부터의 기술 유입이 막힐수록 그만큼 한국의 존재감은 더 커진다. 중국이 가지지 못한 것을 여전히 한국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이 한국 기업 벤치마킹을 입으로 떠들고 있지만 그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한국의 제조업을 뛰어 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때로는 한국 기업과 협력을 하기도 하지만 한국의 기술력보다 나은 서방 기업을 인수하여 단숨에 한국을 능가하는 바이패스(bypass) 전략을 곧잘 구사해 왔다. 하지만 중국 돈을 싫어하는 외국 기업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차질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꿩대신 닭이라고 한국 기업이라도 붙잡아야 할 판이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줄어들고 있다. 돈으로 외국 기업을 매수할 수 있는 여력이 점점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안보적으로도 한국이 완전히 중국에 등을 돌리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중국의 속내이기도 하다.

한·중 간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치달으면서 근심하는 부류들이 늘어나고 있다. 언제 상황이 개선될 것인 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운다. 한국의 피해가 늘어나면서 중국 못지 않게 한국에서도 중국에 대한 불평·불만이 확대일로에 있다. 이러한 현상이 장기화되는 것은 양국에게 공히 득이 되지 못한다. 중국이나 우리 앞에 놓여 있는 현실을 보면 분열하는 것보다는 협력하는 것이 훨씬 더 미래지향적이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무역 보복은 긁어서 부스럼이 될 낼 공산이 크다. 자유무역의 최대 수혜자인 중국이 사소한 판단으로 대세를 거르치지 않기를 기대한다. 선진국이 다시 뭉치고 있고, 보호무역으로 신흥국을 괴롭히려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중국이 사면초가에 빠져들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판세이다. 이런 점에서 신흥국의 대표주자인 중국과 한국은 한 편이 되어야 한다. 중국의 속셈을 읽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 시점에서 그들이 처한 입장을 두루두루 관찰해 보는 것도 현명한 처세이다. 현 사태가 장기화될 것인지, 아니면 단기간에 끝날 것인지는 양국이 당면한 현실을 직시하면서 접점을 찾아가야 풀린다. 해결을 위한 중지를 모아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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