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증권사 변화의 시작은 리서치센터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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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2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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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정호 기자 =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시가 수년간 박스피에 머물며 투자자들의 피로를 가중시킨 결과 거래대금이 줄었고, 이는 증권사 운영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채권금리 상승으로 채권평가손실마저 누적되면서 증권사 인력규모는 자연스레 감소했다. 리서치센터도 이 같은 감축기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애널리스트 숫자는 1300여명이었으나 작년 말 1000여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존립을 위태롭게 할 만한 변화는 아니지만, 양적 감소에 이어 질적 감소가 동시에 진행됐다는 점에서 신뢰성도 하락했다.

같은 기간 리서치센터가 내놓은 보고서는 3만여건에서 2만1000여건으로 줄었다. 매수의견을 제시한 비중은 83%로 매도의견보다 월등히 높다.

증권사 입장에서 투자은행(IB)과 브로커리지(주식위탁매매) 등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업무 특성상 이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매도 보고서를 내는 건 쉽지 않다.

업황이 갈수록 부진을 겪고 있어 기업에 유리한 매수나 중립 보고서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증권업계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영업 비중을 줄이고 개인고객(VIP) 영업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과거에는 리서치 예산의 상당 부분을 법인과 기관투자자에 의존했지만 현재는 법인 영업시장이 크게 위축돼 리서치 예산을 조달하기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른 사업부에 리서치센터의 역량을 배분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리테일 사업부가 관리하는 VIP고객들을 상대로 리서치 업무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증권업계가 구조조정 사이클에 접어들며 위축된 상태라 애널리스트들의 의욕이 떨어지는 건 인지상정”이라며 “다만 그걸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보고서 작성을 업무로서 강요하기보다는 자율성을 보장해주고 보상에 인색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것이다. 노 센터장은 “과거만큼 큰 보상을 해주지 못하지만 주니어 애널리스트들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내면 그에 따른 보상을 제시하기 때문에 자율성을 바탕으로 본인 이름과 회사 이름에 책임을 지게 된다”고 말했다.

자발성이 담겨야 고객에 도움이 되는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노 센터장은 “누가 시켜서 수동적으로 작성하면 고객들도 억지로 쥐어짜 나온 글이란 사실을 눈치채게 마련”이라며 “평상시 고민을 거듭하고 즐기면 창의적이고 고객들에 도움이 되는 보고서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런 리포트가 나오면 고객들은 어떤 생각으로 리포트를 썼냐면서 애널리스트를 찾게 된다. 이때 애널리스트는 고객 앞에서 마케팅이라 불리는 프레젠테이션을 직접 한다. 리서치센터가 변화에 적응하는 모습이다.

노 센터장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고객과 양방향 소통을 하면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는 간과했던 부분을 새로 알게 되고, 고객은 더욱 알찬 정보를 얻게 되면서 두 주체 간 선순환이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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