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窓]최태원의 도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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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27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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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부국장 겸 산업부장

요즘 재계에서 가장 '핫(hot)'한 인물은 단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지난해 3월 SK㈜ 등기이사에 선임되며 2년 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후 최 회장이 보여주고 있는 '광폭 행보' 때문이다. 인수·합병(M&A) 등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다른 대기업 그룹들이 '최순실 게이트'에 이은 특검 수사로 인해 주춤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SK그룹은 지난달 반도체 웨이퍼 생산기업 LG실트론을 인수한 데 이어, 이달에는 미국 1위 화학기업 다우케미컬의 에틸렌아크릴산 사업부문도 인수하기로 했다. 중국 3위 소(牛) 전문 축산업체 커얼친우업의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 석유화학업체 상하이세코의 지분 인수도 노리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부문 경영권 인수도 고려하고 있다. 이번 인수전에는 국내 기업의 해외 M&A 역사상 최대 규모인 10조원 가량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뿐만이 아니다. SK그룹의 올해 투자액은 17조원으로 지난해 실적(14조원) 보다 약 20% 이상 늘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채용규모도 지난해보다 100여명 늘린 8200명으로 잡았다.

한편으로는 내부 개혁도 추진 중이다. 이미 사업구조 개편은 물론 그룹 경영의 지침인 SKMS도 개정하겠다고 선언했다. 대규모 투자에다 채용 확대와 조직문화의 개혁까지 추진한다는 것은 그룹의 환골탈태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국내 재계는 그동안 저성장 기조의 지속,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기존 주력사업의 성장 한계 등에 직면하면서 생존을 건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해오다 크게 주춤한 상태다. 지난해부터 한국 사회에 불어닥친 ‘국정농단’ 사태의 여파로 더욱 바짝 몸을 숙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최 회장의 SK그룹은 공격적으로 뛰고 있다. 이는 답답한 재계 행보에 숨통을 틔어주는 한줄기 빛이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최 회장의 도전은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한국경제에 그나마 위안을 준다.

도전이라는 게 항상 그러하듯이 난관도 적지 않다. 일례로 최 회장이 최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제도를 부활시킨 것을 두고 직원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나온다. 스톡옵션이 일정 규모의 자사 주식을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액면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 수 있지만, 계열사 CEO들의 책임경영체제 강화라는 최 회장의 의도와 취지는 간과된 것 같다.

해답은 이미 제시된 바 있다. 미국 컨설팅업체 왓슨와이어트(현 타워스왓슨)에서 CEO 보상부문 연구를 담당했던 아이어러 T.케이는 저서 <최고경영자의 몸값은 얼마인가>(2000년)에서 "스톡옵션을 포함한 경영자 보상 프로그램은 CEO들에게 ‘기업가 정신’과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지’를 키워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굳이 이를 인용할 것도 없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3년 ‘신경영’을 선언했을 당시 그룹 임직원들의 소극적인 자세로 추진이 쉽지 않았다고 전해지는데, 이 사례로도 충분한 해답이 된다.

최 회장의 발목을 잡는 것은 또 있다. 최 회장은 작년 말 특검 출범 직후부터 3개월째 출국이 금지돼 있다. 특검은 그동안 최 회장을 한 번도 조사한 적이 없는데, 최근 출금 기한 만료가 다가오자 한 달 더 연장해 달라고 법무부에 신청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도 국민적 여망인 만큼 물론 필요하다. 그만큼 우리 경제의 회생도 중요하다. 특검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우리 경제를 위해 출금조치를 탄력적으로 운영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해 평균 100여일 안팎을 해외 출장을 다니며 각종 신사업과 M&A를 주도했던 최 회장은 그사이 수많은 글로벌 사업 기회를 바라만 봐야 했다.

위기 속에서 희망을 찾기 위해 최 회장이 앞으로 가야할 길도 험난하다. 최 회장은 SK그룹이 어려움에 봉착할 때 마다 활로를 뚫어왔다. 이번 역시 SK그룹을 재도약시키는 반전의 기회로 삼을 것이란 기대감이 더 크다.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은 "높은 뜻을 품고 맹렬한 투지로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고 집단을 이끄는 지도자를 '리더'"라고 불렀다. 순수한(?) 마음으로 ‘리더’ 최 회장의 도전을 응원하고 싶다.

김종수 부국장 겸 산업부장 js33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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