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중국엔 '양쯔강'·'만주'·'홍콩반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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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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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쯔강은 창강의 일부 유역…창강이라 불러야

  • 만주는 제국주의 일본의 만행 연상케…둥베이라 불러야

  • '홍콩반환'은 '영국의 입장'…'홍콩귀속', '홍콩복귀' 적절해

강효백 경희대학교 법학과 교수

남조선, 조선어, 조선반도, 일·한관계…… 필자가 중국에서 장기 체류할 때 가장 귀에 거슬렸던 용어들이다. 이런 용어를 들을 때마다 필자는 정색하며 중국인에게 ‘한국, 한국어, 한반도, 한·일관계’로 정정할 것을 요구했다.

반대로 한국인이 중국인이 싫어하는 용어를 쓰다가 나중엔 어색한 사이로 틀어지는 장면도 필자는 적잖게 보았다. 특히 중국 지식층일수록 질색하는 용어에는 뭐가 있을까. 중국인과의 교류에서 ‘역지사지’자세가 필요한 몇 가지 용어의 예를 들어보겠다.

첫째, 중국에는 ‘양쯔강’이 없다.

한국과 일본, 서구에서는 대개 ‘창강’(長江)을 ‘양쯔강’(揚子江)이라 부른다. 하지만 양자강은 원래 양저우(揚州) 일대의 창강 일부 유역을 지칭하는 말이다.

몇몇 중국 친구들은 외국인이 자기네 중화민족의 어머니 강, 창강을 양쯔강이라 부르면 왠지 모를 서운감과 거리감이 느껴진다고 입을 모은다. 만약 한 외국인이 우리나라의 한강을 ‘소양강’이나 ‘홍천강’이라 부른다면 우리 역시 중국인처럼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둘째, 중국에는 ‘만주’가 없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만주’(滿洲)라는 말에 중국인들은 질색한다. 중국인들은 대신 ‘둥베이’(東北 동북)라고 칭한다.

‘만주’는 중국인들에게 매우 기분 나쁜 지명이다. 제국주의 일본이 동북지역에 만주국(1931~1945년)이라는 괴뢰정권을 세워놓고 '731부대'(하얼빈 근교)의 생체실험 등 온갖 만행을 일삼던 악몽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혹자는 반문한다. ‘중국 소수민족 중에는 만주족도 있지 않나?’ 아니다. 중국은 ‘만주족’이라 하지 않고 ‘만족’(滿族)이라 칭한다.

또 다른 혹자(특히 미국유학파 한국의 지식인들)는 반문한다. “세계 지도에도 만주의 영어 발음대로 ‘Manchuria’라 되어 있지 않은가” 라고. 그렇다면 우리가 동해를 ‘일본해’라고 말하는 외국인에게 이의를 제기했을 때 그 외국인이 “동해를 대다수 세계지도에는 ‘Japan Sea’로 표시하지 않냐”고 하면 어찌 할 것인가?

셋째, 중국역사에는 전한∙후한이 없다

한국과 일본에서 중국 주(周·BC 1046년~BC 77년) 나라 이전의 왕조를 대개 은(殷·BC 1600년~BC 1046년) 나라로 칭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이를 상(商) 나라로 칭하는 게 일반적이다. 또한 한국과 일본에서는 유방이 세운 한(漢) 나라를 전한(前漢, BC 206~AD8년), 유수가 부흥한 한 나라를 후한(後漢, 25년~220년)이라 칭한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이를 각각 서한(西漢), 동한(東漢)이라 부른다. 자국의 역사(시간)와 지리(공간)에 무한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중국인 대다수는 이를 일본 제국주의식 용어라며 상당히 불쾌하게 여긴다.

넷째, ‘홍콩반환’과 ‘문화재반환’은 없다.

1997년 7월 1일, 상하이 주재 한국 총영사관이 ‘홍콩반환’ 축하기념 국제세미나‘를 주최하는 자리였다. 당시 인민일보 상해지사장 궈웨이청(郭衛成)은 필자에게 이렇게 투덜댔다.

“ '홍콩반환’이라니, 한국이 홍콩을 우리 중국에게 돌려주었나? ‘홍콩반환’은 영국이나 할 수 있는 소리 아닌가! 한국의 ‘8.15 광복절’을 우리나라가 ‘조선반환’이라 하면 좋겠나? 같은 제국주의 침략으로 고통을 받은 한국이 그렇게 말하다니 엄청 섭섭하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통용되고 있는 홍콩 '반환'(返還)이라는 용어는 제국주의 향수를 버리지 못한 일본언론의 조어(造語)이다. 홍콩을 99년간 통치했던 ‘영국의 입장’ 에서 나온 것이다. 중국에서는 홍콩 '회귀'(回歸) 라고 칭하고 있으니 이 역시 중국의 입장이 강하게 드러난 용어로서 둘 다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 필자는 ‘홍콩귀속’, ‘홍콩복귀’ 라고 쓰고 있다.

‘홍콩반환’, 사실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문화재반환’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잘못된 용어이다. 문화재 반환은 원래 일본의 입장에서 나온 일본신문 용어로서 우리 언관학계가 생각 없이 앵무새처럼 따라 한 일본식용어이다.

‘반환’의 사전적 의미는 ‘빌리거나 차지했던 것을 되돌려 줌’이다. 우리나라가 도대체 어느 나라 문화재를 빌리거나 차지했기에 되돌려줘야 하나?” ‘문화재반환’은 ‘문화재환수’로 바로잡아야 한다. 참고로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전시작전권 환수’ 도 초기에는 ‘전시작전권 반환’ 이라고 했다가 일각에서 뭔가 어색하다고 이의를 제기해 ‘환수’로 바로잡았던 용어이다.

다섯째, 중국이 동해를 '일본해'라고 부르는 진짜 이유도 한번 고민 해볼만하다.

이는 중국이 자기나라 ‘동해'(동중국해)와 구별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흔히 ‘동중국해’를 ‘동해’로, '남중국해'를 '남해'로 약칭한다. 중국이 자국의 적대국인 일본편을 들려고 일본해라고 표기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필자는 동해 표기 문제에 중국과 자국의 동쪽 바다를 동해라고 부르고 있는 세계 각국(예; 베트남 등)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서도 ‘동해’를 ‘동한국해’로 표기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한편 일본이 ‘일본해’ 명칭에 집착하는 저의는 일본 제국주의 시절 동해가 ‘일본의 내해’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아베의 일본 군국주의 부활 동향에 맞서 싸워야 하는 동시에 ‘일본해’ 명칭을 거부하는 게 마땅하다.

강효백 경희대학교 법학과 교수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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