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 여의도에는 경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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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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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에서 경제회생 비상시국회의 구성해야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촛불집회로 상징되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대변혁기다. 토요일마다 백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서울 도심으로 나온다. 그들은 손에 촛불과 손팻말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한 목소리로 요구한다.

집회 참석자들은 하나의 계층으로 이뤄지지 않고, 블루칼라 중심의 노동계급과 농민, 일반 자영 업자, 화이트칼라의 회사원, 중고생과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즉 생산가능인구들이 주말마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주말마다 지속되는 촛불집회로 인한 생산력 손실을 집계한 통계치는 보지 못했다. 지금 그게 대수냐고 할 지 모른다.

촛불집회에서 나오는 가장 많은 구호는 대통령 퇴진이지만, 민주노총 소속 참석자들은 재벌개혁 등의 경제 관련 구호도 등장한다.  

주말 촛불집회에는 야권 대선주자를 비롯해 지도부가 총출동하고 이제 여권의 잠룡들도 얼굴을 수줍게 내민다. 다만 대중이나 여론으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어, 그들의 존재가치는 부각되지 않는다.

정치권이 연일 쏟아내는 주장도 박근혜-최순실게이트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를 두고 벌이는 공방에 매몰되고 있다. 탄핵과 거국내각 등 거대 담론으로 향후 한국의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차있다.

다음달 2일이면 400조원에 달하는 이른바 슈퍼예산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지만, 이전 국회와 달리 예산을 둘러싼 정치공방은 찾아보기 힘들다. 최순실 블랙홀에 이어 탄핵블랙홀이 여의도 정가를 삼키고 있다.

정치권이 국가의 장래를 위해 탄핵정국에 제대로 대처하는 것은 맞다. 그 대처에 따라 차기 대선구도까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보면 수긍도 간다. 

그러나 400조원의 예산은 당장 내년도 우리나라의 살림살이와 산업 구조조정 등을 결정할 중요한 바로미터이다. 내년도 예산이 이런 대접을 받을진대 브렉시트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으로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경제 위기에 대한 대응을 논하는 자리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함)처럼 헛될 지도 모른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나오는 것처럼 국민 90퍼센트 이상의 요구대로 박 대통령이 탄핵되고 나면 한국경제가 다시 기적처럼 회생되고, 청년일자리가 늘어나며, 조선과 해운산업 등의 경쟁력이 일시에 살아날 수 있을까?

우리 정치권은 탄핵과 대통령 퇴진 이후의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고 있을까?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끝나면 이제는 경제회생을 위한 대규모 촛불집회를 해야할 판이다.

국가의 위기는 단순하게 정치에만 국한되지 않고 경제와 사회 등 전 분야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탄핵은 법과 절차에 따라 추진하되 경제회생을 위한 대승적 차원의 국회기구를 구성해 일각에서 지적하는 경제위기 쓰나미에 대비해야 한다.

내년 대선에 나설 여야의 주자들도 정치적 이슈에만 매몰되지 말고, 세계 경제와 한국경제의 위기 상황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 빈대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운다는 옛말은 빈대를 잡지 말라는 경구가 아니다. 빈대는 잡되, 초가삼간을 태우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좌초 직전이라고까지 평가되는 한국호를 정치권은 더 이상 좌시하지 말아야 한다. 탄핵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고 경제와 관련된 국회 상임위원회는 매일 회의를 열어 진단과 해법을 찾아야 한다. 총리는 물론이고 경제수장마저 한지붕 두가족형태를 지속하며 일손을 놓은 행정부를 국회가 나서 일하게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책임정치의 본질이다.

국회의원들의 힘으로만 안되면 전문가들을 적극 국회로 오게 하라. 정치권에 유행처럼 번진 '비상시국회의'를 경제회생에도 적용해야 한다. 즉 '경제회생을 위한 비상시국회의' 구성은 그나마 꺼지지 않고 있을 지 모르는 경제회생의 불씨를 살리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하 교수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가 1929년 이후에 가장 큰 경제 위기를 겪고 있으며 대공황은 아니지만 중공황 상태라는 지적을 정치권은 주목해야 한다. 본지는 이를 위한 제언을 5회에 걸친 데스크칼럼으로 실을 예정이다. 귀가 있는 자는 새겨듣기를 바란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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