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없는 청년실업] 인턴만 3년…직장 없이 늙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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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9-2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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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규직 전환율 제로수준 불구…새로운 ‘스팩쌓기’ 경쟁률 치열

  • 보직 없이 허드렛일 도맡는 ‘체험형 인턴’에 정규직은 먼 일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대한민국 청년들이 취업전선에서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고 있지만, 실업률은 오히려 더 높아지는 실정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꼬인 실타래를 풀려고 해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

기성세대들이 대책을 찾지 못하는 사이, 청년들은 갈 길을 잃은 모습이다. 급기야 정부는 청년들 취업문을 넓히고자 ‘인턴제’ 확대에 나섰다.

이 가운데 체험형 인턴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매년 지원자가 급증하며 새로운 ‘스팩’으로 자리 잡았다. 체험형 인턴은 정규직 전환이나 재계약없이 업무를 경험하는 인턴제도다.

하지만 체험형 인턴제는 정규사원 전환이 쉽지 않다. 진입장벽이 수습사원보다 더 높아 취업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 인턴제에 대한 기대감은 오히려 청년의 좌절감만 부추기는 꼴이 됐다.

지난해부터 취업 전선을 강타한 ‘열정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인턴제가 이같은 열정페이를 악용하는 창구가 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 대학가에서는 졸업생들 사이에 체험형 인턴이 새로운 스팩으로 등장한지 오래다. 정규직 이력서 지원에 외국어, 봉사, 학점, 학교, 기타 자격증 등 빼곡한 이력서에 체험형 인턴 경력까지 포함해야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대학생들은 졸업 후 바로 취직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한다. ‘인턴 3년’은 요즘 대학생들이 20대 후반에도 취업이 쉽지 않다는 부분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남성을 기준으로 신입사원 연령대도 상당히 높아졌다. 공공기관이나 기업들 이력서를 보면 평균 27~28세다. 복학해서 졸업까지 25~26세임을 감안하면 적어도 1~2년은 ‘취준생(취업준비생)’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직장 6개월차 한 신입사원은 “대학졸업반부터 체험형 인턴은 시작된다. 인턴만 전전긍긍하는 것이다. 3년이 지나도 인턴인생이다. 회사의 허드렛일을 다 해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건 극소수”라며 “취업은 더 어려워지는데 인턴이라도 하지 않으면 취업문이 닫힐까봐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턴제도가 정부 의도와 달리 취업 사각지대로 전락하면서 청년실업도 10%대까지 치솟을 위기에 처했다. 내년에 청년(15∼29세) 실업률이 9.4%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아르바이트 등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숨은 실업’까지 감안하면 실제 청년 취업난은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는 내년 일자리예산으로 17조원이 넘는 돈을 편성했지만, 청년 취업난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신보라 새누리당 의원이 분석한 체험형 인턴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청년인턴을 한명도 채용하지 않은 공공기관이 전체 분석 대상 308개 기관 중 약 20%에 달했다.

신 의원은 “청년 실업률이 사회적으로 심각한 상황에서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청년인턴제를 시행해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 역시 공공기관의 청년인턴 정규직 전환이 저조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지난해 청년인턴을 뽑은 245개 기관 중 152개 기관에서 청년인턴의 정규직 전환 실적이 전무했다는 분석 자료를 내놨다.

박 의원은 “지난 8월 청년실업률이 9.3%로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만큼 청년 실업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공공기관 청년인턴제도는 청년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요식 행위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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