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한센인 임신 금지 본보기로 유리병에 태아 표본 전시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6-07-30 12:3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SBS '그것이 알고싶다'[사진: SBS 제공]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30일 방송될 SBS '그것이 알고싶다' 1042회에선 소록도 한센인들에게 자행된 인권 유린을 고발한다.

한 소록도 주민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와의 인터뷰에서 “가마솥에다 사람을 삶았어요. 고았어요. 사람을 갖다가 그렇게 삶아가지고 뼈만 추려가지고 연구하려고”라고 말했다.

한 소록도 주민 자녀는 “사람 대접을 못 받고 산거죠. 개, 돼지만도 못한 거고”라며 “그냥 주는 밥이나 먹고, 때 되면 죽는 거고”라고 말했다.

전라남도 고흥군에 위치한 소록도. SBS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이 한센인이 모여 사는 소록도에 대한 취재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사람의 인체를 표본으로 만들어 유리병 안에 담아 보관했다는 이상한 소문을 접했다.

과거 소록도 주민은 “사람이 목만 잘라서 있는 것도 있었어요. 목. 사람을 부위 별로 잘라서 유리병에 넣어 놓은 것도 있었다고요”라고 말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이 입수한 사진 속 유리병의 수는 총 122개다. 유리병 속에는 사람의 목을 잘라 넣은 표본도 있었고, 뇌나 장기를 절단한 표본이 포르말린 용액 속에 담겨 있었다.

고려대의대 해부학교실 엄창섭 주임교수는 “유리병 표본을 어떤 목적으로 모았는지 모르겠어요. 특히 태아 (표본)의 경우에 있어선 제가 이해를 잘 못하겠는 게 거의 출생 시기가 다 된 태아인데”라고 말했다.

전문가조차도 의문을 제기하는 122개의 인체표본. 놀랍게도 그중 14개의 유리병에는 태아의 사체가 담겨 있었다. 사진 속 태아는 탯줄이 발목을 감고 있거나, 심지어 머리카락까지 자라있는 출생 직전의 상태였다. 그들은 ‘왜 나는 태어날 수 없었나요’ 라고 취재진에게 묻는 듯 했다. 제작진은 오랜 시간의 탐문 끝에 사라진 유리병 속 태아들의 비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는 한센인의 출산을 금지하며 강제낙태와 정관 수술을 자행했다. 충격적인 것은 일제가 가지고 있던 ‘한센병이 유전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광복 이후 대한민국 정부에서까지, 그것도 1990년대 중반까지 은밀하게 이어져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잔혹한 인권유린은 최근까지 것이다. 특히, 유리병 속 태아들은 한센인들은 임신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본보기로 전시해 놓았다는 것.

1992년 정관 수술 피해자 송문종 씨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마지막일거야. 소록도에서 마지막 수술한 사람이야. 우리가 병이 들고 싶어 들었어? 살다보니 든 것인데, 그놈의 쓸데없는 일제 시대 때 하던 습관을 갖다 버리지 못해가지고
여기서도 낙태를 하고“라고 말했다.

낙태 피해자 남편인 최영호(가명) 씨는 “낙태하러 안 간다고 막 울고불고 하니까 데리고 가서 가둬버린다 하고. 발로 차서 낙태시킨다 하고. (낙태를) 거부하면 완전히 그냥 두드려 맞고 쫓겨나야 되니까”라고 말했다.

강제 낙태와 정관수술이 행해지고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 속에서도 아이들은 태어났다. 감시의 눈을 피해 힘들게 세상에 나온 아이들은 사회적 낙인과 차별이라는 또 다른 비극과 마주해야 했다. 많은 아이들이 한센인 2세라는 이유로 부모와 분리되어 해외에 입양되기도 했다.
버니스 고트리브 전 UN대사는 “한국 정부 관계자가 말하더군요. ‘나병 환자를 부모로 두고 있는 아이들 14,000명을 다 데려가시지 그러세요’라고요. 정말 믿을 수 없었어요. 그 사람들은 이 아이들을 얼른 한국에서 치워버리고 싶었던 거예요”라고 말했다.

입양되지 못한 아이들은 전국의 보육 시설에 강제로 맡겨졌다. 단체 수용시설과 다름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아이들은 강제 노역에 동원되거나 구타로 사망하기도 했다. 제작진은 수소문 끝에 대구의 한 보육원에 딸을 맡긴 뒤 소식이 끊어진 한센인 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어머니는 떨리는 손으로 45년 간 소중히 간직해온 딸의 사진을 SBS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에게 건넸다.

정복이(1972년, 딸 이미화 실종 당시 3세) 씨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와의 인터뷰에서 “아이가 죽었다고 전보가 왔더라고요. 그런데 보육원에 가보니까 아이가 없어요. 원장이 절대 안 보여줘 나는 아이가 안 죽었다고 생각해요. 어디로 보내 버린 거지”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한국과학기술원의 최신 몽타주 제작 방식을 활용해 현재 이미화 씨 얼굴을 몽타주로 제작, 그녀의 흔적을 쫓기 시작했다.

100년 만에 드러난 진실. 이번 주 ‘그것이 알고싶다’에선 대한민국 정부 하에서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당해야했던 한센인들과, 사회적 낙인과 차별을 당해야했던 한센인 자녀들의 삶에 대해 조명하고자 한다. 30일 오후 11시 10분에 방송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