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한' 한중 vs '훈훈한 북중…'ARF 외교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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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7-2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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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왕이 외교부장, 노골적 불만…北과는 화기애애

  • 사드 국면에서 北카드 적절히 활용할 듯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중국의 전락적 행보인가, 북한의 북핵공조 균열을 위한 노림수 인가.

6자 회담 당사국 외교장관이 참여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비롯한 아세안(ASEAN) 관련 회의가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열리는 계기에, 한·중 외교수장과 북·중 외교수장이 얼굴을 마주했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25일 오전(한국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돈찬팰리스호텔에서 열린 중국과의 양자회담에서 윤병세 외교장관의 발언을 듣던 중 불만이 있는 듯 손사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중 간은 싸늘한 분위기가 감지됐고, 반면 이튿날인 25일(이하 현지시간) 열린 북중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북중 간 밀착된 분위기가 연출돼 중국과 북한의 행보에 대한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왕이(王毅 ) 중국 외교부장은 윤 장관과의 회담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를 의식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명했다.

왕 부장은 유감 표명과 함께 "한국 측이 실질적인 행동으로 우리 사이의 식지 않은 관계를 수호하기 위해 어떤 실질적인 행동을 취할 것인지에 대해서 들어보려고 한다"고 밝혀 사실상 사드배치 중단을 요구했다.

그동안 사드 배치는 자신들의 전략적 이익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해온 중국 측이 윤 장관의 면전에서 한중관계 신뢰 훼손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왕 부장이 윤 장관의 발언을 듣던 중 불만이 있는 듯 손사래를 치거나, 턱을 괸 채로 발언을 듣는 등의 모습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윤 장관은 고사성어까지 곁들여 가며 사드배치의 불가피성을 피력했다.
 

한-중 양자회담을 마치고 회의장을 나오는 윤병세 외교장관. [사진=연합뉴스]

윤 장관은 '장작불을 빼면 물을 식힐 수 있고, 풀을 뽑아 없애려면 그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뜻의 '추신지불(抽薪止沸), 전초제근(剪草除根)'을 인용해 근본적 문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있음을 강조하고, 더 나아가 근원제거를 위한 중국 측의 역할을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다만 왕 부장은 한중 관계에 대해 "식지 않은 관계"라고 표현했고, 윤 장관은 "양국이 협력해나가는 과정에서 여러 도전에 직면할 수는 있지만 특정 사안으로 양국관계가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동에서 중국 측의 북한 비핵화와 대북제재 이행 의지를 재확인한 것은 성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 측의 이 같은 언급이 '립서비스'에 그칠지 ARF 외교장관회의 의장성명 등 이번 아세안 관련 연쇄 외교장관회의 결과물에 실제 반영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런 가운데 2년만에 얼굴을 마주한 북중 외교 수장간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이번 대회 참석이 사실상 첫 외교 데뷔 무대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북중 회담이 끝난 직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표단 대변인'으로 자신을 소개한 후 복도에서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겠다며 "방금 조중(북중) 두 나라 외무상 접촉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접촉은 두나라 사이의 정상적인 의사소통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라며 "그래서 두나라 외무상들이 조중 쌍무관계 발전 문제를 토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핵 문제, 주한미군 사드 배치 등 다른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북측이 '관계발전 문제를 토의했다'고 밝힘에 따라 양측은 그간 지지부진했던 관계 회복 가능성에 대해 상호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보인다.
 

북-중 양자회담에서 북한 리용호 외무상(왼쪽 두번째) 중국 왕이 외교부장(오른쪽 세번째)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은 북핵 불용 원칙을 재확인하고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주장하는 등 기존 입장에서 극적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최근 사드 배치 등으로 한미와 관계가 경색된 중국이 전략적으로 북한을 보다 포용하는 듯한 입장을 취하며 대화재개를 적극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날 공개리에 진행한 회담에서 양측은 친밀감을 과시하는 제스처를 노골적으로 보였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왕 부장이 회의장 밖까지 나와 리 외무상을 맞아 악수했고, 회의장 안으로 들어가면서는 리 외무상의 등에 손을 올리기도 했다.

때문에 전날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 부장이 한국을 강하게 압박한 것은 사드 국면에서 북한 카드를 적절히 활용하겠다는 사인을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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