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죄 갈수록 '기승'..."어릴 때부터 스트레스 쌓이면 묻지마 난동 부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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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2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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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역 20대 여성 묻지마 살인사건' 피의자인 김모(34)씨가 지난 24일 오전 살인 사건 현장 검증을 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한 노래방 공용화장실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지난 24일 오후 4시쯤 경기도 수원의 한 PC방에서 만취 상태의 김모(35)씨는 아무 이유 없이 컴퓨터 등 기물을 파손해 경찰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김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25일 오후 6시쯤 신촌역에서 대림역으로 가는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 술에 취해 흉기를 들고 난동을 벌인 이모(49)씨를 경찰이 붙잡았다. 경찰은 이씨에 대해 특수협박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백모(33)씨는 27일 오후 2시쯤 경기도 오산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 승차를 거부당하자 대기실에 앉아 있던 60대 여성의 얼굴을 갑자기 발로 찼다. 검찰은 상해 혐의로 백씨를 구속기소했다.

최근 서울 강남역 20대 여성 묻지마 살인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묻지마 범죄'가 끊이지 않고 기승을 부리면서 묻지마 범죄에 대한 원인과 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심리 분야의 전문가들은 묻지마 범죄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을 단순한 성차별의 여성 혐오가 아닌 불우한 성장 과정과 사회적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 때문으로 꼽고 있다.

29일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니, 욕구 불만과 강박관념으로 인한 정신질환 등 개개인의 심리·환경적 불안 요인이 묻지마 범죄의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17일 강남역 인근에서 아무 이유 없이 20대 여성을 살해한 피의자 김모(34)씨가 가진 질환도 불우한 성장 배경, 스트레스, 유전적 요소 등 심리·환경적 불안 요인이 원인인 조현병(정신분열증)이다.

권정혜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강남역 묻지마 살인범이 여성 혐오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주장도 언론에서 나오는데 사실이 아니다"며 "조현병을 앓고 있는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조현병을 포함한 인격 및 행동장애로 실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1만3185명(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4년 기준)이다. 최근 3년(2012~2014년)간 발생한 묻지마 범죄는 163건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불우한 성장 배경에다 사회에서 힘든 상황까지 겹친 경우 정신질환자가 돼 묻지마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종한 대구대 심리학과 교수는 "묻지마 범죄자가 유전적인 요소로도 나타날 수 있지만 성장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나 욕구 불만이 쌓이는 동시에 사회에서 뜻대로 되지 않으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박향순 희망 심리상담소 소장도 "우리나라는 어렸을 때부터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외면이 강조되기 때문에 불만이 쌓일 수 있다. 이런 상황에다 무한경쟁 시대까지 살고 있으니 힘들 수밖에 없다. 이런 압박감들로 인해 정신질환자가 생기고 묻지마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정신치료를 받는다면 낙인부터 찍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분위기를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신질환자들이 쉽게 찾아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설도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스트레스가 어렸을 때부터 누적되면 정신질환자는 물론 묻지마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며 "부모들이 자식들의 어린 시절부터 욕구 불만이 쌓이지 않도록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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