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대출규모 50조…은행들 '충당금 적립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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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25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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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조선업 대출규모가 5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은행권이 막대한 충당금을 쌓아야 할 위기에 직면했다. 

국내 은행권은 조선업 여신을 대부분 '정상'으로 분류해 향후 부실 여부에 따라 대출 채권의 등급을 낮출 경우 은행들은 막대한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에 대한 은행권 여신은 50조원이 넘는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위험 노출액(익스포저)은 약 23조원에 달한다.

수출입은행이 12조6000억원으로 가장 많다. 산업은행이 6조3000억원, 농협은행이 1조4000억원 등 특수은행이 20조원을 웃돈다.

하나은행(8250억원), 국민은행(6300억원), 우리은행(4900억원), 신한은행(2800억원) 등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규모도 2조2000억원을 넘는다.

대우조선은 지난 3년간 돌려막기 식으로  23조원에 이를 대출에 대한 이자를 냈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한계기업'인 것이다. 

그러나 채권은행들은 대우조선의 여신을 대부분 '정상'으로 분류해 놓은 실정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의 대출을 '정상'으로 분류했고, 빚으로 연명할지라도 대우조선이 이자를 연체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시중은행 중에는 유일하게 국민은행만 지난 3월부터 대우조선의 여신을 '요주의'로 분류한 상태다. 

은행들이 이처럼 대우조선해양 대출 채권에 대해 자산 건전성을 '정상'으로 분류한 건 등급을 낮출 경우 거액의 충당금을 쌓아야 해서다 

정상은 충당금을 거의 쌓지 않지만 요주의부터는 상당한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예컨대 대우조선해양을 '정상'에서 '요주의'로만 분류해도 은행권은 1조6000억원에서 4조3000억원의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

여신의 대부분이 몰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많게는 3조원이 넘는 금액을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은행들은 구조조정 위기에 내몰린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에 대한 여신도 같은 이유로 '정상'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

현대중공업에 대한 은행권의 대출규모는 17조4000억원, 삼성중공업은 14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들 기업이 법정관리 수순을 밟아 대출 채권이 부실화하면, 최악의 경우 30조원이 넘는 부실이 생길 수 있다.

은행권이 조선업황의 분석에 실패했고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못했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조선업은 1년이라도 업황을 내다보고 글로벌 경제 동향을 알아야 하는데, 은행들이 조선업에 대한 충분한 연구 분석을 못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은행의 성과주의 체제 때문에 안 했을 수도 있고,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중요한 건 기업이 이렇게 망가졌는데도 제대로 평가 못한 것에 대해서는 확실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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